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박물관을 지켜온 조각 작품이 하루 아침에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미국 워싱턴D.C. 캐네디센터에서 다른 조각 작품이 철거된 지 2주 만에 또 하나의 작품이 치워질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각) 미국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국립 미국사박물관 입구에 위치한 추상 조각상을 철거하고 '조지 워싱턴 동상'을 설치할 것을 촉구했다. ⓒ도널드 트럼프 트루스소셜 계정 캡쳐 이미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각) 미국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국립미국사박물관 입구에 위치한 조각 작품을 철거하고 '조지 워싱턴 동상'을 설치할 것을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9미터 높이의 '워싱턴 동상'을 미국 제헌절인 9월17일까지 세우라고 국립미국사박물관 측에 지시했다. 이를 강조하기 위해 조지 워싱턴 동상이 박물관 앞에 세워진 합성 사진을 SNS에 게시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목한 조각 작품은 미국의 조각가 호세 데 리베라의 '인피니티(Infinity)'란 작품이다. 이 작품은 1967년 3월 처음 박물관 앞에 놓였고 미국 워싱턴 D.C.의 주요 공공건물에 설치된 최초의 현대미술 작품으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이 철거를 지목한 호세 데 리베라의 '인피니티' 조각상.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추상 조각 작품 '인피니티'를 두고 "그 기이한 현대주의 조각상은 방문객들에게 미국에 관해 아무 것도 알려주지 않는다"며 "반면 조지 워싱턴은 의심할 여지 없이 미국의 가장 위대한 영웅이며, 그가 없었다면 우리나라와 우리의 자유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 주장했다.
이번 사태는 트럼프 대통령이 박물관 재단 측과 벌여온 '역사ㆍ문화 전쟁'의 일환인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3월27일 박물관 재단 측의 역사 서술이 "분열적이고 인종 중심적인 이념에 편향돼 있다"면서 이를 바로잡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특히 트럼프의 조각 작품 철거 요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미국 워싱턴D.C.에 위치한 케네디센터에서 2일 미국의 조각가 조엘 샤피로의 야외 조각 작품 '블루(Blue)'가 철거됐다. 높이 약 7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사람 형상의 이 작품은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운 미술품을 원한다'는 이유로 사라졌다.
트럼프의 문화기관 개입에 반대해 결성된 단체 '핸즈오프디아츠(Hands Off the Arts)'는 같은 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을 통해 해당 조각 작품의 철거를 두고 예술에 대한 '정부의 권위주의적 개입'이라 비판했다.
미국 워싱턴D.C. 케네디센터에서 9월2일(현지시각) 미국의 조각가 조엘 샤피로의 야외 조각 작품 '블루(Blue)'가 철거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레딧에서는 이번 트럼프의 조각 작품 철거 요구를 두고 "역사적으로 권위주의 정권은 '해석의 여지가 있는 예술'에 적대적"이라면서 "이러한 정권은 오직 자신들의 이념에 부합하는 '쉽고 명확한 예술'만을 밀어붙인다"는 반응이 높은 호응을 얻었다.
국립 미국사박물관 측은 이날 현재까지 인피티니 작품 철거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