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이 기존 스킨케어 중심의 사업에 더마뷰티, 클리니컬 스킨케어, 헤어케어를 새로운 성장축으로 더한다. 특정 브랜드에 집중하기보다 여러 브랜드의 경쟁력을 동시에 끌어올려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동력을 다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회사 대표이사인 서경배 회장과 김승환 사장은 이 같은 멀티브랜드 전략을 실제 실적 향상으로 증명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아모레퍼시픽 서경배 대표이사 회장(왼쪽)과 김승환 대표이사 사장 ⓒ 그래픽 허프포스트코리아
15일 화장품 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은 11일 서울 용산구 본사에서 국내외 주요 기관투자자와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2026 인베스터 데이’를 개최하고 이 같은 중장기 글로벌 성장 전략을 공개했다.
이번 인베스터 데이에서 회사는 BY27(2026년 7월~2027년 6월) 매출액 4조9500억 원을 달성해 전년 대비 10% 성장시키고 영업이익률을 11%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단기 목표를 제시했다. BY26에는 매출액 4조4920억 원, 영업이익 3884억 원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된다. 영업이익률은 8.6%다.
‘BY(Business Year)’는 아모레퍼시픽이 사용하는 7월~6월 경영주기 기준이다.
중장기적으로는 BY30(2029년 7월~2030년 6월)까지 더마뷰티와 헤어케어 부문에서 각각 매출 1조 원을, 2035년 그룹 매출 15조 원을 각각 달성한다는 구상을 공개했다.
2025년 창립 80주년을 맞아 제시한 ‘2035년 매출 15조 원’ 목표를 구체적인 브랜드와 사업군별 성장전략으로 연결한 셈이다.
이번 성장 전략은 중국 사업 구조조정과 재고·유통망 효율화 등 지난 수년간 진행한 체질 개선의 성과를 바탕으로 실제 성장의 폭을 넓히겠다는 의미가 있다.
◆ 새로운 성장축 육성, 멀티브랜드 전략
이번 인베스터 데이에서 제시된 전략의 핵심은 명확하다. 더마뷰티, 클리니컬 스킨케어, 헤어케어를 새로운 글로벌 성장축으로 육성하고 기존 주력 브랜드의 성장세도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기존 브랜드인 라네즈와 코스알엑스 등의 성장을 이어가는 동시에, 에스트라·일리윤·아이오페와 려·미쟝센·라보에이치·롱테이크·아윤채·아모스프로페셔널 등 다양한 브랜드를 글로벌 성장 후보군으로 키우는 방식이다.
이 중에서 에스트라·일리윤은 더마뷰티, 아이오페는 클리니컬 스킨케어, 려·미쟝센·라보에이치·롱테이크·아윤채·아모스프로페셔널은 헤어케어라는 별도의 성장축으로 구분된다. 다만 코스알엑스 역시 회사가 글로벌 더마 스킨케어 브랜드로 적극 육성하고 있는 브랜드다. 따라서 이번 전략은 회사의 중심을 기존 스킨케어에서 새로운 성장축으로 전환하는 것이라기보다는, 기존 포트폴리오 위에 더마·클리니컬·헤어케어 세 부문의 성장 가능성이 큰 브랜드들을 더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합당해 보인다.
더마 분야에서는 에스트라와 일리윤이 핵심이다. BY30까지 두 브랜드를 합쳐 매출액 1조 원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에스트라는 대표 제품인 ‘아토베리어365 크림’를 앞세워 글로벌 시장 확대에 속도를 낸다. 일리윤은 세라마이드 성분을 기반으로 한 ‘아토크림’을 글로벌 대표 제품으로 육성한다. 미국 아마존과 틱톡샵 등 디지털 채널을 적극 활용해 인지도를 높인다는 계획을 세웠다.
클리니컬 스킨케어에서는 아이오페가 전면에 선다. 아이오페는 피부과 시술 연구와 PDRN·레티놀 등 고기능성 성분을 접목한 전문성을 앞세워 미국과 유럽 시장을 공략한다. 2035년까지 매출 5천억 원 규모의 브랜드로 키운다는 목표를 세웠다.
헤어케어 부문에서는 려와 미쟝센을 비롯해 라보에이치, 롱테이크, 아윤채, 아모스프로페셔널 등을 통해 미국·중국·일본·브라질 등 주요 시장을 공략한다.
아모레퍼시픽은 헤어케어 사업에서 BY30 매출 1조 원과 글로벌 매출 비중 60% 이상을 목표로 제시했다. 기존 스킨케어 브랜드에 견줘 상대적으로 글로벌 사업 비중이 낮았던 헤어케어를 새로운 중심축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의미다.
디지털 전략도 멀티브랜드 확장의 중요한 수단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소셜미디어와 이커머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브랜드별로 검증된 성장 모델을 글로벌 시장에 빠르게 확산한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 특히 소셜미디어·아마존·틱톡을 활용하는 이른바 ‘SAT’ 전략을 통해 기존 세포라 중심의 마케팅 방식에서 벗어나 소비자 접점을 넓힌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 증권가도 긍정 평가 : “멀티브랜드 전략 실적으로 증명할 시점”
증권가에서는 이번 인베스터 데이에서 나온 중장기 전략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14일자 보고서에서 “더마뷰티, 코스메슈티컬, 헤어케어 3대 성장축 모두 국내에서 경쟁력이 검증됐다”면서 “검증된 경쟁력을 글로벌 성장으로 전환하는 공통된 흐름 위에 있다”고 평가했다.
하나증권은 아모레퍼시픽이 지난 2년 동안 재고·유통 등 수익성을 저해하던 요인에 대한 구조조정을 거의 완료했다고 평가하면서 “국내외에서 균형 잡힌 사업구조를 갖추게 됐고, 멀티브랜드 회사로 성장할 기반을 다졌다”고 봤다.
교보증권 역시 “4~5년간의 대대적인 체질 개선 작업으로 BY25까지는 매출 및 이익 성장이 제한적이었지만 BY26부터 실적이 턴어라운드하며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진입했다”고 긍정적인 시각을 제시했다.
아울러 “라네즈, 코스알엑스뿐 아니라 에스트라, 일리윤, 아이오페, 헤라, 려, 이니스프리 등 다수 브랜드의 성장세가 동시에 가시화되고 있다”면서 “올해부터는 멀티브랜드의 경쟁력이 실적으로 증명되기 시작하는 구간”이라고 내다봤다.
◆ 서경배·김승환에게 주어진 과제 : 성장보다 어려운 ‘수익성 있는 성장’
이번 인베스터 데이 발표를 계기로 오너경영인인 서경배 회장과 전문경영인인 김승환 사장 두 대표이사는 새로운 청사진을 ‘수익성을 동반한 실적’으로 현실화하는 무거운 과제를 안게 됐다.
아모레퍼시픽은 다양한 브랜드의 글로벌 시장 확장을 노리고 있다. 하지만 해외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마케팅, 현지 유통망 구축, 물류, 인력, 제품 현지화 등에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매출 성장률을 높이면서 수익성은 악화된다면 멀티브랜드 전략이 기업가치 상승으로 연결되기 어렵다.
결국 이번에 제시한 전략을 통해 BY27 영업이익률 11% 이상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고, 중장기적으로 추가적인 영업이익과 현금흐름 창출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브랜드별 역할을 명확히 하는 것도 중요해 보인다. 브랜드가 많다는 것은 시장을 세분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브랜드별 포지셔닝이 겹칠 경우 마케팅 비용이 분산되거나 내부 경쟁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각 브랜드가 어떤 위치에서 어떤 가격대와 채널을 담당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포트폴리오 전략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견해가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