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원자재 가격 지수가 중동 전쟁·AI 관련 수요·달러화 신뢰 하락으로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직전의 수치에 근접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전 세계 인플레이션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2026년 9월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몬터레이 파크에서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6달러를 넘어섰다. ⓒAP통신=연합뉴스
닛케이아시아는 10일 국제 원자재 가격을 나타내는 주요 지표가 18년 만의 최고치에 근접해 인플레이션 위험을 부추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글로벌 원자재 가격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수인 CRB지수가 8일 약 420을 기록했다. 미국·이란 전쟁 직전인 2월27에는 310으로, 약 6개월 만에 35% 정도 상승한 것이다.
420은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던 2008년 8월 초 리먼 브라더스 사태 직전 수준에 근접한 수치다. 사상 최고치는 2008년 7월 474였는데 이 수치에도 불과 10% 이내로 가까워졌다.
원자재 가격 지수 상승 요인 가운데 하나는 중동 전쟁이다. 미국·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폐쇄되면서 국제 원유 가격은 2월28일 이전보다 30% 이상 높으며, 유럽과 아시아의 천연가스 가격은 2배 이상 상승했다.
인공지능(AI) 등 신흥 산업의 수요 증가와 탈탄소화 노력도 원자재 가격 지수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노무라 카즈토모 미즈호은행 이사는 닛케이아시아에 "AI도입과 전기화가 확산되면서 데이터 센터와 전기 자동차가 주로 사용하는 구리의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 구리 가격은 7일에 약 7개월 만의 최고치를 경신했다.
마지막으로 달러화에 관한 신뢰가 떨어진 것도 원자재 가격 지수 상승을 유발했다. 달러화 약세는 달러 기준으로 가격이 책정되고 결제되는 금, 석유, 구리, 곡물 등 원자재 상품 가격을 상승시킨다. 다른 통화를 쓰는 국가들이 원자재를 더 싸게 살 수 있게 되면서 수요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특히 금 가격은 2008년에 비교해 약 5배 상승했다. 호주 금 제련소인 ABC정련소의 니콜라스 프라펠 기관 시장 글로벌 책임자는 닛케이아시아에 금 가격의 상승이 미국 정부 재정의 악화와 전 세계 중앙은행의 정책 기조 변화라고 설명했다.
미국과 G7 동맹국들이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의 외환보유고 약 3천억 달러(약 402조 원)를 동결하자 전 세계 중앙은행들은 달러 표시 자산 동결 가능성에 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기 시작했다. 미국 달러로 표시되는 모든 거래는 궁극적으로 미국의 은행이나 결제 시스템을 거치게 되기 때문에 해외 계좌의 물리적 위치가 미국 밖에 있어도 동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의 재정 상황 악화까지 겹치면서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은 2022년부터 금 매입을 확대했고, 금 가격이 상승했다.
다만 CRB지수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원유 가격이 2008년과 2022년 고점에는 아직 근접하지 않았다. 2008년 원유 가격 상승은 중국 경제가 급속하게 성장하면서 급증한 원유 수요로 인해 발생했다. 2022년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원유 공급량 부족이 예측되며 원유 가격이 상승했다.
세계적 금융 회사 골드만삭스의 다안 스트루이벤 글로벌 원자재 리서치 공동책임자는 풍부한 재고와 미국의 원유 생산량 증가로 원유 가격이 급등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정제유 시장은 여전히 공급이 구조적으로 부족하며, 정제 마진 역시 급격히 상승했다고 덧붙였다.
원자재 물가 상승은 상품 시장을 넘어 경제 전반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6년 7월에 발표한 세계경제전망보고서에서 세계 평균 물가상승률이 2022년 8.7%의 정점을 기록하고 2025년 4.1%로 하락했으나, 2026년에는 다시 4.7%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