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테오젠이 ‘계약 규모’에만 집중해 온 지금까지의 단계를 넘어, ‘실적’에 주목해야 하는 단계로 진입했다는 증권가의 평가가 나왔다.
즉 새로운 기술수출 계약을 얼마나 더 체결할 수 있느냐를 입증하는 단계에서, 이미 체결한 계약들이 실제 이익과 현금흐름으로 전환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단계로 들어섰다는 뜻이다.
지금까지는 개발한 플랫폼을 글로벌 빅파마에 수출하고 선급금·마일스톤(기술료)을 받은 후 다음 수출을 기다리는 과정에 있었다면, 이제는 플랫폼이 여러 글로벌 의약품에 적용되고, 이 의약품이 상업화되고, 상업화 단계의 마일스톤과 로열티가 유입되면서 현금흐름이 증가하는 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이는 알테오젠의 정체성이 지금까지의 ‘기술수출 바이오벤처’에서 ‘현금창출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되는 시작점에 섰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알테오젠 대전 본사 ⓒ 알테오젠
10일 증권가에 따르면, 하나증권은 최근 알테오젠 분석 보고서에서 “이제 계약보다 실적으로 봐야 할 때”라고 평가하며, 2026년 3분기와 4분기 실적이 크게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선아 하나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3분기 키트루다 큐렉스 판매 마일스톤과 2건의 라이선스 아웃 선급금, 4분기 키트루다 큐렉스 판매 마일스톤과 다이이찌산쿄(엔허투)·산도스·인타스의 개발 마일스톤 등이 예정돼 실적이 더욱 증가할 전망이라 주목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김 연구원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알테오젠은 3분기 1718억 원, 4분기 1910억 원의 용역 매출액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김 연구원은 2일 노바티스와 맺은 4조4천억 원 규모의 계약을 두고도 “실적과 많은 수의 이벤트(옵션 행사와 임상 성공 등)를 일으킬 것”이라며 실적과 현금흐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김 연구원에 따르면, 노바티스 계약은 복수(10~11개로 예상)의 품목을 패키지로 묶은 것으로, 품목당 옵션이 행사될 때마다 옵션 행사금과 마일스톤을 수령할 수 있는 구조다. 이 가운데 노바티스가 적극적으로 밀고 있는 AOC(항체-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접합체) 계열 치료제 3종은 2027년부터 차례로 출시될 예정이고, 나머지 품목들도 매년 신약 옵션 행사와 임상 단계 진입 때마다 현금 유입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증권은 알테오젠이 2026년 매출액 5807억 원, 영업이익 3682억 원, 당기순이익 3830억 원의 실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2025년 매출액 2159억 원, 영업이익 1069억 원, 당기순이익 1452억 원에 견줘 각각 169.0%, 244.4%, 163.8% 각각 늘어난 금액이다. 예상 영업이익률은 63.4%에 달한다.
또한 하나증권은 알테오젠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2025년 1241억 원에서 2026년 2853억 원, 2027년 4448억 원, 2028년 6273억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에서 자본적지출(CAPEX)을 제하고 남은 현금 여력을 보여주는 FCF(잉여현금흐름) 역시 같은 기간 1011억 원에서 2272억 원, 3535억 원, 5533억 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 구조적 흑자 및 현금창출 전환기
바이오업계에서는 알테오젠이 적자구조에서 구조적 흑자로 넘어간 시점을 2024년으로 보고 있다.
알테오젠은 2024년 2월 세계 1위 면역항암제인 키트루다 제품군에 자사의 재조합 인간 히알루로니다제 ‘ALT-B4’ 기술을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내용의 계약을 MSD(미국 머크)와 맺었다. 이는 2020년 맺었던 비독점 계약을 독점 라이선스 계약으로 변경한 것이었다. 그러면서 알테오젠은 반환 의무가 없는 선급금 2천만 달러(267억 원)를 즉시 수령했고, 제품허가, 특허 연장, 누적 순매출 조건에 연동되는 판매 마일스톤과 순매출 비례 로열티 조항을 새로 추가하면서 달마다 현금이 안정적으로 꽂히는 구조를 만들었다.
그해 알테오젠은 매출액 1029억 원, 영업이익 254억 원을 기록하며 2015년 이후 처음으로 영업흑자를 냈다.
키트루다 피하주사(SC) 제형인 키트루다 큐렉스는 2025년 10월 출시됐고, 이후 폭발적으로 매출이 늘어났다. 그 덕분에 알테오젠은 2026년 8월, 최초의 제품 판매 연동 마일스톤 2500만 달러(344억 원)를 수령했다.
이 마일스톤 수령 당시 알테오젠은 “파트너사의 성공적인 시장 확대로 첫 판매 마일스톤을 달성하면서, 알테오젠이 기술수출과 개발 단계의 성과를 넘어 제품 판매에 기반한 수익을 창출하는 바이오텍으로 성장했다는 점이 뜻깊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새로운 기술수출 계약이 이뤄지면서 선급금이 쌓였다. 이번 노바티스 계약을 포함해 2026년에만 4건의 기술수출 계약이 성사됐다. 다만 두 건의 계약에서 선급금 규모를 비공개하면서 정확한 누적 액수는 알 수 없다.
◆ 국내 바이오 플랫폼 기업 선도
업계에서는 알테오젠이 국내 바이오 플랫폼 개발 벤처기업으로서 구조적인 흑자와 현금창출을 실현한 첫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기술수출에 의존하던 사업모델을 반복적인 마일스톤·로열티 수익을 창출하는 플랫폼 사업모델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비슷한 사업구조를 갖고 있어 이른바 ‘K-바이오 3대장’으로 묶이는 리가켐바이오(ADC 플랫폼)와 에이비엘바이오(이중항체 플랫폼)는 아직 일회성 기술료 인식 시점에 따라 흑자와 적자를 오가는 변동성을 극복해 나가는 단계에 있다는 의견이 많다. 신규 기술이전 또는 마일스톤 수령이 없는 기간에는 영업손실을 내지만 매출 이벤트에 따라 반짝 흑자를 기록하는 양상이다.
알테오젠의 다음 단계는 ‘로열티’ 중심의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플랫폼 기업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계약금과 마일스톤보다는 로열티가 회사의 안정적인 핵심 수익원으로 자리잡는 단계다.
로열티는 파트너사가 시장에서 제품을 판매한 순매출액에 비례해 영구적으로 유입되므로, 알테오젠은 별다른 추가 비용 투입 없이 앉아서 높은 고정 수입을 올릴 수 있다. 예컨대 키트루다의 2025년 매출액 44조 원(약 317억 달러) 중 40%가 키트루다 큐렉스로 전환된다고 단순 가정하면 알테오젠이 확보하는 로열티(순매출액의 2%) 수익은 연간 약 3520억 원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