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판사가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 가해자의 보복협박 혐의 항소심에서 "피해자 역시 언론플레이를 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2026년 2월12일 오후 부산 연제구 부산고등법원에서 열린 '부산 돌려차기 사건' 항소심을 마치고 피해자 20대 여성 B씨가 취재진 질문에 답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박운삼)는 9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보복 협박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항소심 공판을 열었다.
가해자 30대 남성 A씨는 2022년 5월22일 당시 출소 후 누범 기간 중 귀가하던 20대 여성 B씨를 약 10분간 뒤쫓은 뒤, 한 오피스텔 공동현관에서 돌려차기로 머리를 가격하는 등 무차별 폭행했다. B씨가 쓰러져 의식을 잃은 뒤에도 폭행을 이어간 A씨는 피해자를 복도 구석으로 옮겼다가 주민들의 인기척을 듣고 달아났다.
당초 A씨는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항소심 과정에서 피해자가 입고 있던 청바지에서 A씨의 DNA가 검출되는 등 추가 증거가 나오면서 공소사실이 강간살인미수로 변경됐다. 이에 항소심 재판부(부산고법 형사2-1부·부장판사 최환)는 징역 20년을 선고했고,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과 10년간 신상정보 공개 등을 명령했다.
남성 A씨의 재판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후 구치소 수감 중이던 A씨는 2023년 2월경 "탈옥해서 죽이겠다", "나가면 피해자 찾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보복 협박'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A씨는 1심 재판에서 징역 1년형을 새로 선고받았다.
'보복 협박' 항소심 재판부는 애초 7월 변론 종결하고 8월12일 선고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피고 A씨 측이 변론 재개와 새로운 증인신문을 신청하자 이를 받아들여 심리를 재개했다.
이날 공판에서는 A씨와 부산구치소에서 약 2주간 함께 수감됐던 유튜버 C씨에 대한 영상 증인신문도 진행됐다. C씨는 A씨가 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동안 피해자 B씨를 향한 보복성 발언을 여러 차례 했다고 증언했다.
유튜버 C씨는 가해자 A씨의 발언을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한 것을 두고 "피고인이 계속 보복을 이야기하고 '나가면 죽여버릴 거다'라는 말을 하니 피해자의 안위가 걱정돼서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재판의 핵심 쟁점은 A씨가 구치소에서 한 발언이 단순한 불만이나 감정 표출에 그친 것인지, 아니면 보복의 의사를 드러낸 협박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재판장은 증인신문 과정에서 "피고인은 피고인대로 자기 주장을 하는데, 그러한 주장에 대해 피해자가 겁먹을 내용은 아니지 않느냐"는 취지로 물었다. 이에 피해자 측 변호인은 "가해자가 언론플레이를 한다고 해서 피해자가 상처받지는 않는다는 말에 대해 한마디 하고자 한다"며 반발했다.
그러자 재판장은 자신의 발언 취지를 설명하면서 "피해자 역시 재판 과정에서 상당히 언론플레이가 있었지 않으냐"고 말했다. 재판장은 이어 "이 사건이 왠지 정치화되는 느낌이 든다"며 "우리 재판부는 그런 판단은 전혀 하지 않고 오로지 사실이 무엇인지를 확인해 법률을 적용할 뿐"이라고 밝혔다.
재판장의 '정치화' 언급은 최근 정치권 안팎에서 이 사건이 쟁점화된 일을 일컫는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은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를 둘러싼 여야 대립에 호출됐다. 본안 사건 항소심에서 피해자 청바지 안쪽에서 가해자 DNA가 발견되며 공소장이 강간살인미수로 바뀌고 징역 20년이 선고된 점은 '보완수사 공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해석을 낳다. 이에 국민의힘은 이 사건을 '검찰 보완수사권 존치'의 근거로 제시했다.
이 과정에서 엉뚱한 일도 벌어지면서 사건은 더욱 유명해졌다. 국민의힘 윤리위는 피해자가 참석한 국회 간담회에서 '돌려차기 한 번 하죠' 발언 등을 이유로 의원에게 당원권 정지 징계를 내렸고, 이에 불복한 의원들이 법원에 가처분·재심을 청구하며 당내 갈등이 법적 공방으로 번져 있다.
재판이 끝난 뒤 피해자 B씨는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려 재판장의 발언을 비판했다. B씨는 ""판사가 저는 보복 협박이 안 무서웠을 거라고 한다"며 "급작스럽게 변론이 재개돼 급하게 변호사를 선임하고 오늘 재판장에 갔는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이러면 어느 누가 피해자를 위해 제보하고 어느 누가 신고를 할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