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고금리 상황이 경쟁사들의 증설을 막는 방패로 작용하면서 에쓰오일이 미리 구축해둔 정제설비가 주목받고 있다.
여기에 모회사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의 원유 할인 흐름까지 더해지며 경쟁력 강화의 발판을 마련했지만, 끝나지 않는 중동 분쟁은 우려 요인으로 지목된다.
에쓰오일이 미리 구축한 정제설비가 고금리 기조 속 주목받고 있지만, 높은 사우디아라비아 의존도는 여전히 변수로 남아있다. ⓒ에쓰오일
◆ 완공 끝난 에쓰오일 설비, 현 상황에서 긍정적
9월9일 로이터 통신과 증권업계를 종합하면 최근의 금리 상승 흐름에서 에쓰오일 정제설비의 가치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결정을 전망하는 사이트인 CME페드워치는 9일 연준의 9월 금리 인상 확률을 60.4%로 보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7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측근을 인용해 일본은행이 9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현재 1%인 기준금리를 1.25%로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한국은행 역시 8월27일 기준금리를 연 3%로 0.25%포인트 인상한 바 있다.
이런 금리 상승 기조 속 에쓰오일이 2022년 11월 투자를 결정한 샤힌 프로젝트는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샤힌 프로젝트는 에쓰오일이 9조2580억 원을 투자해 울산에 세계 최대 규모 석유화학 시설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기계적 완공은 6월 말 끝났으며, 상업 가동 만을 남겨뒀다.
에쓰오일은 이 시설에 원유를 직접 석유화학 원료로 전환하는 설비(TC2C)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게 된다.
또 에쓰오일은 국내 정유 기업 가운데 비교적 높은 설비 고도화율을 갖췄다. 설비 고도화율은 상압증류시설(CDU) 대비 중질유 분해시설 비중을 뜻하며, 고도화율이 높으면 수요가 강한 석유 제품의 생산 비중을 높여 실적에 빠르게 반영하기 유리하다.
한국신용평가의 3월25일 보고서에 따르면 에쓰오일의 설비 고도화율은 39%로 국내 주요 정유 기업 4곳 가운데 2위였다. 1위는 HD현대오일뱅크(42%), 3위는 GS칼텍스(34%), 4위는 SK에너지(25%)였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런 에쓰오일의 설비들은 고금리 환경에서 점점 가치가 커지고 있다.
정유·석유화학 설비는 막대한 초기 자본과 긴 투자 회수 기간이 필요한 대표적인 장치 산업이다. 최근 같은 고금리 환경에서는 자본비용이 높아져 새로운 설비를 짓거나 노후 설비를 교체하는 것의 경제성이 상대적으로 낮아진다. 결국 고금리는 신규 설비 구축의 문턱을 높이고 노후 설비 퇴출의 압력을 키우는 변수로 작용한다. 이에 고금리 환경 속 노후되지 않은 기존 정제설비의 가동률과 상대적 자산가치는 높아질 수 있다.
이에 이동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9월9일 에쓰오일 분석 보고서에서 "이미 대규모 투자가 집행된 에쓰오일의 정제설비는 신규 설비의 경제성이 낮아질수록 대체하기 어려운 자산으로 평가받을 가능성이 높다"며 "높은 고도화율과 안정적 가동능력을 갖춘 업체는 정제마진이 과거 평균으로 빠르게 낮아지기 어려운 환경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이충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9월7일 에쓰오일 분석 보고서에서 "원유가 부족하지만, 정유 설비는 더 부족하다"며 "세계 정유 설비 부족 상황은 오늘 당장 미국-이란 전쟁이 끝나도 정상화에 최소 2~3년이 소요될 것"이라고 내다보며 설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아람코와의 밀월은 장단점 공존
에쓰오일의 경쟁력은 설비에 그치지 않는다. 아람코가 원유 판매 가격을 낮게 책정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 역시 에쓰오일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모회사이자 최대 조달처인 아람코를 통해 전체 원유의 90%가량을 들여오기 때문이다.
아람코는 아시아향 아랍경질유(Arab Light) 공식판매가격(OSP)을 7월 +9.5달러에서 8월 -1.5달러, 9월 -2달러, 10월 -2달러로 3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유지했다. OSP는 기준 유가와의 배럴당 가격 차이를 뜻하며, 아람코는 두바이유·오만유의 평균 가격을 기준으로 삼고 OSP를 정한다. 아람코의 OSP가 -2달러라는 것은 두바이유·오만유 평균 가격보다 배럴당 2달러 저렴하게 팔겠다는 뜻이다. 아랍경질유는 에쓰오일의 최대 수입 유종이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9월7일 미국의 베네수엘라 원유 지배권 확보,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균열 등을 감안하면 사우디아라비아의 마이너스 OSP는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다만 에쓰오일은 아람코 의존도가 높은 만큼,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중동 정세가 우려 요인으로 꼽힌다.
미군 중부사령부와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이틀에 걸쳐 미 해군 함정을 탄도미사일로 공격했다. 미군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9월8일(현지시각) 이란 원유 운반선 5척을 격침시켰고, 혁명수비대는 다시 페르시아만에서 미 함정 2척과 유조선 8척, 기타 선박 10척을 공격하며 맞대응했다.
같은 날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도 사우디 남부를 공격해 아람코 에너지 시설에 화재를 냈다. 최근 사우디가 예멘 내 후티 통제 지역을 타격한 데 따른 보복 조치였다.
사우디는 원유를 주로 페르시아만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 해상으로 수송해 왔다. 그러나 미국-이란 전쟁 이후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서, 홍해를 거쳐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통과하는 우회로 이용 비중이 커졌다. 실제로 2026년 3월부터 7월 중순까지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통한 사우디의 해상 원유 수출량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8배나 늘었는데, 문제는 후티 반군이 바브엘만데브 해협 바로 옆에 있는 예멘에 근거지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