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그룹 회장은 구본무 전 회장의 친자가 아니다. 1994년 구본무 전 회장이 외아들을 사고로 잃자, 조카였던 그가 2004년 양자로 입적됐다. LG그룹이 4대에 걸쳐 지켜온 '장자 승계' 원칙을 잇기 위한 결정이었다.
그로부터 20년 뒤 구광모 회장은 그 관계를 끊어 달라는 소송의 피고가 됐다. 양어머니 김영식 여사가 낸 파양 청구를 법원은 올해 9월3일 기각했다. 재판부는 판단 근거를 밝히지 않았다. 상속을 둘러싼 소송은 2심에서 이어지고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구본무 전 회장의 친자가 아니다. 1994년 구본무 전 회장이 외아들을 사고로 잃자, 조카였던 그가 2004년 양자로 입적됐다. 사진은 구광모 회장이 2025년 11월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연합뉴스
9월9일 재계에 따르면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상속 과정을 둘러싼 소송이 하나둘 진행되면서, LG그룹 장자 승계 관습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장자 승계 원칙은 LG그룹이 예외 없이 지키려 했던 경영 승계 방식이다. 과거엔 재벌 가문의 특수한 가풍 정도로 인식됐다. 하지만 2018년 임원 3년차에 접어든 구광모 당시 상무가 단번에 LG그룹 대표이사 회장으로 임명되면서, 이를 공개적으로 문제삼는 목소리가 나왔다.
당시 경제개혁연대는 논평에서 "구광모는 경영능력을 검증받을 기회가 거의 없었다"며 "단지 LG 가문에서 4세 후계자로 지목했다는 이유로 곧바로 회장의 직책을 맡는 것은 전근대적이고 후진적인 지배구조의 전형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시각은 2023년 구광모 회장을 상대로 상속회복청구 소송이 제기되면서 다시 사회 의제로 부각됐다. 구광모 회장의 양어머니 김영식 여사와 김 여사의 두 딸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구연수씨가 LG그룹 상속 방식에 정면으로 반발한 것이다.
하지만 2026년 2월 법원은 상속 협의가 유효했다며 구광모 회장의 손을 들었고, 세 모녀는 항소해 법적 다툼은 2심으로 연장됐다.
법적 다툼은 상속 문제에만 그치지 않았다. 김영식 여사는 상속회복청구 소송 1심이 진행 중이던 2024년 11월 구광모 회장을 상대로 재판상 파양 청구 소송을 별도로 제기했다. 20년 넘게 유지돼 온 법률상 모자 관계를 해소해 달라는 취지였다.
서울가정법원 가사6단독 이은주 판사는 9월3일 이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판단 근거를 법정에서 따로 설명하지 않았다. 김 여사는 판결 직후 기자회견에서 "저와 구광모 회장이 어머니와 아들 관계를 이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항소 의지를 드러냈다.
1심 판결이 모두 구광모 회장에게 유리하게 나왔지만 기업 지배구조 전문가 사이에서는 장자 승계 관습을 향한 문제의식이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승계 관행 측면에서 LG그룹은 전근대적 관습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며 "구광모 회장은 경영 능력이 전혀 검증 안 된 상태로 LG그룹을 이끌어온 것이고, 이는 LG그룹 경쟁력 약화의 원인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라고 지적했다.
LG그룹의 장자 승계 관습은 2대 회장 취임 때부터 시작됐다.
1969년 12월 창업회장 구인회가 뇌종양으로 별세한 직후, 동생이자 창업 멤버인 구철회 락희화학 사장은 스스로 경영 퇴진을 선언하고 장조카 구자경(당시 금성사 부사장)을 회장으로 추대했다. 이후 구자경 회장은 만 70세에 역시 장남인 구본무 회장에게 그룹을 넘겼다.
그러나 1994년 안타까운 사고가 일어났다. 구본무 회장이 고등학생이던 외아들을 잃었다. 10년 뒤 2004년 구본무 회장은 동생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외아들인 당시 26세이던 구광모 회장을 양자로 들였다. LG그룹은 이를 장자 승계 전통에 따른 결정이라고 설명해 왔다.
구광모 회장은 2006년 LG전자에 대리로 입사해 재무와 가전, 글로벌 사업부 등을 거쳤다. 2018년 5월 구본무 회장이 갑작스레 별세하자 그해 6월 이사회에서 만 40세에 대표이사 회장에 올랐다.
구본무 전 회장이 남긴 재산은 LG 주식 11.28%를 포함해 모두 약 2조 원 규모다. 당시 구광모 회장은 LG 지분 8.76%를 물려받아 최대주주가 됐다.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는 2.01%, 구연수씨는 나머지 0.51%를 받았다. 민법상 법정상속 비율은 배우자 1.5, 자녀 각 1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