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F그룹 2세들의 사업 분담이 각자의 사업 확장 전략으로 구체화하고 있다. 유통을 맡은 장남 홍정국 BGF그룹 부회장이 편의점 CU를 중심의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가운데, 차남 홍정혁 BGF에코머티리얼즈 대표이사 사장은 소재·화학사업에 대한 인수와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홍정혁 대표가 이끄는 소재사업은 올해 무수불산 생산공장 가동을 계기로 본격적 생산·판매 단계에 들어선다. 무수불산 사업이 안정적으로 안착하면 반도체·이차전지용 불소계 소재로 포트폴리오를 넓히며 기존 플라스틱 소재 중심의 사업구조를 다변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소재사업이 그룹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이러한 외형 확대를 넘어 안정적 수익성과 독자적 경쟁력을 입증해야 한다.
홍정혁 BGF에코머티리얼즈 대표이사 사장이 BGF그룹의 소재사업을 이끌며 반도체·이차전지용 불소계 소재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 ⓒ그래픽 허프포스트코리아
BGF그룹 소재 부문 계열사인 케이엔더블유(KNW)는 종속회사인 BGF에코스페셜티의 무수불산 생산공장이 이달 말 공사를 마치고 시운전에 들어간다고 9일 밝혔다. 무수불산은 반도체와 이차전지 등에 쓰이는 불소계 제품의 핵심 원료다. 이번 공장은 연간 5만 톤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로, 국내 사용량의 절반가량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무수불산은 현재 중국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진 원료다. BGF에코스페셜티가 이를 직접 생산하면 불소계 소재의 원료 조달 안정성을 높이고, 반도체·이차전지 소재 분야로 사업의 무게중심을 옮기는 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 기존 플라스틱 중심의 소재사업에 특수소재와 불소계 소재를 더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한다는 점에서도 전략적 의미가 크다.
다만 공장 가동이 곧바로 판매 확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BGF에코스페셜티가 연간 5만 톤의 생산능력을 확보하더라도 후발주자로서 기존 거래관계가 형성된 수요처를 새롭게 확보해야 한다. 국내 무수불산 시장에는 후성 등 기존 생산업체가 자리 잡고 있으며, 포스코퓨처엠과 같은 이차전지 소재 기업도 기존 공급망을 통해 원료를 조달하고 있다.
기존 업체 및 중국산 제품과의 가격 경쟁 속에서 반도체·이차전지용 소재에 요구되는 고순도 품질 기준을 충족하는 것도 과제다. 고객사 인증과 장기 공급계약을 확보해 기존 공급망에 진입하고, 생산능력을 실제 판매와 수익으로 연결하는 과정이 남아 있다.
홍정혁 대표가 증명해야 할 과제는 무수불산을 안정적 성장동력으로 안착시키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인수합병과 투자를 통해 키워온 소재사업 전체를 안정적 수익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장남 홍정국 부회장이 이끄는 리테일 부문이 그룹의 핵심 성장축으로 자리 잡은 만큼, 소재사업 역시 또 하나의 성장축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외형 확대를 넘어 수익성과 사업 경쟁력을 입증해야 하는 셈이다.
홍정혁 대표는 2019년 BGF에코바이오를 설립한 뒤 인수합병을 통해 소재사업의 기반을 넓혀왔다. BGF에코바이오는 코프라를 인수한 뒤 BGF에코머티리얼즈로 사명을 변경했고, 코프라를 통해 고기능성 플라스틱과 자동차·전기전자 소재 사업을 확보했다. 이어 2023년 특수소재 기업 케이엔더블유를 편입하면서 반도체 소재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그러나 소재사업의 규모 확대는 아직까지 안정적 수익으로 충분히 이어지지 않고 있다. BGF에코머티리얼즈는 2024년 매출이 1년 전보다 27.5% 증가한 3643억 원으로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40억 원으로 25.6% 감소했다. 영업이익률도 2023년 6%에서 2024년 3.8%로 낮아졌다. 2025년에는 매출 3979억 원, 영업이익 173억 원으로, 실적이 일부 회복됐지만 영업이익은 2023년 수준을 소폭 웃도는 데 그쳤다.
기존 사업의 환경도 녹록지 않다. BGF에코머티리얼즈 매출의 80% 이상은 여전히 플라스틱화학소재에 집중돼 있다. 무수불산 프로젝트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안착시키는 동시에, 중국 업체들의 공급과잉과 저가 공세가 이어지는 기존 플라스틱 소재사업의 가격 경쟁력과 수익성을 지켜내야 하는 과제도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