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사가 한국거래소에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본격적인 기업공개(IPO) 레이스에 돌입했다. 2025년 8월 IPO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를 전달하면서 상장 준비에 착수한 지 1년여 만이다.
일정대로라면 2027년 상반기 중 상장이 유력한 가운데, 이 회사 창업주인 조만호 대표이사가 목표로 하는 ‘기업가치 10조 원’ 달성 여부에 시장의 이목이 쏠린다. 현재 실적만으로는 쉽지 않다는 회의론도 고개를 드는 가운데, 결국 무신사가 공을 들이고 있는 해외 사업에서 성과를 내며 나라 밖에서도 통하는 플랫폼이라는 인식을 심는 것이 관건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조만호 무신사 대표이사 ⓒ 무신사
9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무신사는 7일 한국거래소에 코스피 상장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했다. 상장 대표 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과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공동주관사는 KB증권과 JP모건증권이다.
앞으로 거쳐야 하는 절차를 살펴보면, 우선 한국거래소는 청구서 접수 후 45영업일 이내에 결과를 통지해야 한다. 예비심사가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11월 초에는 승인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예비심사를 통과하면 무신사는 금융위원회에 신주 발행 규모, 공모 주식수와 희망공모가 밴드 등을 담은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게 된다. 이어 기관투자 대상 수요예측을 통해 최종공모가를 확정하고 일반 투자자 청약을 진행한다.
상장 시한은 예비심사 승인 후 6개월 이내다. 이에 따라 별다른 변수가 없다면 2027년 상반기 중 정식 상장해 주식시장 매매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무신사 쪽은 “이번 예비심사 청구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자금 조달 옵션으로 검토 중인 상장의 타당성을 살펴보기 위한 목적이며, 상장 요건 충족 여부를 확인하고 상장을 통한 실익 등을 검토할 계획”이라는 신중한 입장을 내놓았다. 이는 IPO 과정에서 기업가치가 회사의 기대 수준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경우 공모 규모와 일정을 조정하거나 상장 추진 자체를 재검토할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성수동 무신사 캠퍼스 N1 전경 ⓒ 무신사
◆ 10조 가능할까? - 결국 해외 성과가 관건
업계에 따르면, 최근 장외시장에서 무신사 구주는 기업가치 4조 원 수준에서 거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공모 과정에서는 8조 원대가 유력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 때문에 목표인 10조 원대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하반기 실적이 매우 중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의 외형 확대와 함께, 증가한 매출액을 이익으로 전환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무신사는 외형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반면 이익 창출은 그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 2026년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액(8217억 원)은 전년 동기 대비 22.5% 늘어나며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수치를 찍었다. 하지만 영업이익(523억 원)은 11.2% 감소했고 반기순손익은 적자전환(-156억 원)했다.
매출액 성장은 자체 브랜드인 ‘무신사 스탠다드’ 매장 확대와 상반기 문을 연 ‘무신사 메가스토어 성수’, 온라인 플랫폼인 29CM의 선전이 이끌었다. 상반기 해외 수출액(371억 원)도 전년 동기보다 8배 이상 늘어났다.
매출 성장에도 이익이 감소한 것은 공격적인 선제 투자에 따라 제반 비용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특히 오프라인 매장과 해외 투자 확대에 따른 관련 비용이 대폭 늘어났다. 순적자 발생에는 상환전환우선주(RCPS) 관련 이자비용(533억 원)이 반영된 게 영향을 미쳤다.
자회사들의 부진도 영향을 미쳤다. 6월 말 기준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본업인 온·오프라인 패션 사업을 영위하는 모회사 무신사는 별도기준 영업이익(657억 원)이 전년 동기에 견줘 13.1% 늘어난 반면, 종속기업은 20개 중 15개가 영업손실을 기록할 정도로 상황이 안 좋았다. 이는 상당수 자회사들이 주로 신규사업 또는 투자 단계에 있어 안정화까지 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물류 자회사인 무신사로지스틱스는 가장 큰 60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무신사는 물류를 글로벌 사업 확장의 핵심 인프라로 보고 투자에 적극적이다. 2025년 12월 프랑스 엑소텍과 손잡고 여주 물류센터에 3차원 물류로봇 스카이팟 도입을 결정하기도 했다. 무신사 쪽은 이 같은 물류에 대한 투자가 2027년부터 물류비 절감 및 처리량 확대를 통해 수익성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내다본다.
관건은 해외 사업에서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물류 사업을 포함한 무신사의 최근 투자와 비용 증가가 국내 시장의 성장 한계를 극복하고 글로벌 영토를 넓히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무신사는 중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해외 투자를 적극 늘리고 있고, 대만과 동남아 시장도 공략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회사의 외형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낮은 편이다. 2025년 매출액 기준으로 3.3%, 2026년 상반기 기준으로도 4.5%에 그친다.
다만 수출 증가율은 매우 가파른 편이다. 2024년 수출 매출액은 42억 원(0.34%)에 그쳤지만 2025년 489억 원으로 1061% 늘었고, 2026년에는 상반기에만 371억 원을 기록했다.
결국 해외 매출액과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 그리고 해외 사업에서 나오는 이익을 늘림으로써 투자자들에게 해외사업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K-패션’ 플랫폼으로서 성공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는 것이 ‘기업가치 10조’ 달성의 가장 결정적인 필요조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