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축제에 몰려드는 외부 팬을 관리하기 위해 별도 촬영구역을 마련한 것인데, 이번에는 참가 조건과 서약서 내용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9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충남대 홈마존 신청 서약서'라는 제목으로 글이 올라왔다. ⓒ온라인 커뮤니티
9일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는 '충남대 홈마존 신청 서약서'라는 제목의 글이 확산했다.
'홈마'는 '홈페이지 마스터'의 줄임말로, 아이돌이나 연예인의 공연·행사 현장을 고성능 카메라로 촬영한 뒤 사진과 영상을 SNS 등에 올리는 팬을 뜻한다. 과거 팬사이트 운영자를 가리키던 말이었지만 최근에는 이른바 '대포 카메라'를 들고 연예인을 전문적으로 촬영하는 팬을 폭넓게 지칭한다. '홈마존'은 이들이 공연을 촬영할 수 있도록 별도로 마련한 구역이라는 의미다.
대학 축제에서 홈마가 논란이 된 건 처음이 아니다. 인기 아이돌이 대학 축제 무대에 오를 때마다 해당 학교 학생이 아닌 외부 팬들이 대거 캠퍼스를 찾았고, 좋은 촬영 위치를 선점하기 위한 '자리 전쟁'도 벌어졌다.
특히 대형 망원렌즈와 삼각대·사다리 등이 재학생들의 시야를 가린다는 불만이 이어지면서 학생들이 낸 학생회비로 연 축제인데 정작 학생들이 공연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앞서 대학가에서는 축제를 앞두고 외부인의 공연구역 출입을 제한하거나 재학생 전용구역과 외부인 구역을 나누는 등 대책을 마련해 왔다. 재학생 본인 확인 과정에서 과도한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등 사생활 침해 논란도 불거지기도 했다. 일부 대학에서는 외부인에게 별도의 입장권을 판매하는 방식도 등장했다. 축제를 완전히 폐쇄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재학생의 관람권은 보장하겠다는 취지다.
이런 흐름에서 보면 충남대의 '홈마존' 역시 외부 촬영 인력을 무조건 막기보다는 아예 별도 공간으로 분리해 관리하려는 방안으로 풀이된다.
충남대 '백마대동제'는 오는 29일부터 30일까지 충남대학교 대덕캠퍼스에서 열린다. 충남대가 안내한 촬영 장소는 학군단운동장 무대 앞 조명 타워 펜스 내부다. 신청은 오는 11일까지 받는다.
그런데 논란은 홈마존 자체보다 '들어가기 위한 조건'에서 불붙었다. 서약서의 '촬영물의 저작권 및 제출' 항목에는 "홈마존에서 본인이 직접 촬영한 사진 및 영상의 저작권은 촬영자와 충남대학교 총학생회가 공동으로 보유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서약서 내용을 보면, 참가자는 촬영한 영상의 원본 또는 편집본을 행사 종료 후 5일 이내 총학생회에 제출해야 한다. 제출된 촬영물은 축제 홍보와 공식 SNS 게시, 행사 기록 및 아카이빙 등에 활용될 수 있으며, 총학생회는 활용 시 촬영자의 활동명이나 계정을 '가능한 범위에서' 출처로 표기한다고 명시했다.
쉽게 말해 홈마에게 좋은 촬영 자리를 제공하는 대신, 그 자리에서 찍은 결과물은 총학생회와 권리를 나누고 촬영본도 제출해 달라는 것이다.
여기에 신청서에는 유튜브와 엑스(X), 기타 SNS 계정의 구독자·팔로워 수까지 기재하도록 했다. 그러자 온라인에서는 "팔로워 많은 사람부터 뽑겠다는 거냐", "축제 촬영에도 스펙이 필요한 것이냐"는 반응이 나왔다.
선발 방식 역시 문제가 지적됐다. 총학생회는 "내부 심사 이후 촬영 허가자에게 9월12일 개인적으로 연락드릴 예정"이라며 선발된 인원을 대상으로 '대면 오리엔테이션(OT)'을 진행한다고 안내했다.
이에 일부 누리꾼들은 "라인업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고 홈마부터 모집하는 것이냐", "홈마 뽑는데 면접까지 보는 거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다만 홈마존이라는 제도 자체는 최근 대학 축제가 안고 있는 골칫거리에서 출발했다는 점도 함께 봐야 한다. 대학 축제가 유명 가수와 아이돌의 '무료 공연장'처럼 입소문을 타면서 외부 팬들이 몰리고, 정작 재학생들이 공연을 제대로 관람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학교 입장에서는 외부인을 전면 차단하자니 개방형 대학 축제의 성격과 충돌하고, 아무런 제한 없이 받아들이자니 학생들의 불만이 커진다. 홈마존이나 외부인 유료 티켓, 재학생 전용구역 등이 등장한 것도 결국 이 딜레마를 풀기 위한 고육책에 가깝다.
문제는 어디까지 관리할 것이냐다. 촬영자와 일반 관객의 동선을 분리해 재학생의 시야와 안전을 확보하는 것과, 촬영자의 저작권을 총학생회와 공동으로 귀속시키고 원본 제출까지 의무화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SNS 영향력을 선발 기준으로 삼는다면 홈마존이 단순한 '촬영자 관리구역'을 넘어 사실상 축제 홍보에 활용할 인플루언서를 선발하는 제도 아니냐는 의문의 목소리도 나온다. 외부 팬과 홈마 때문에 시작된 대학 축제의 '자리 전쟁'이 이제는 저작권과 팔로워 수를 둘러싼 '선발 전쟁'으로 번지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