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이나 다른 어르신이 일정 나이에 도달하면 그분들의 건강 변화에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치매의 초기 징후를 알아차리는 것도 그 중 하나다.
치매의 대표적 징후로 기억력 저하가 꼽히지만, 치매의 초기 징후엔 기억력 문제만 있는건 아니다. 식습관이나 식사 시간의 변화 또한 치매의 징후일 수 있다.
치매의 초기 징후를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하다. ⓒPixabay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교 정신 및 뇌 연구소 마지드 포투히 교수는 "식습관에 뚜렷하고 지속적인 변화가 나타난다면 추측이 아닌 전문적인 의학적 평가가 필요하다"며 식습관 변화는 반드시 의료 전문가의 진찰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신경과 전문의들은 다음 다섯 가지 식습관 변화를 치매의 징후로 본다.
1. 식사 준비가 단출해진다
미국 뉴욕대학교 신경과 부교수인 조엘 살리나스 박사는 "가족들이 알아차릴 수 있는 가장 뚜렷한 초기 변화 중 하나는, 수십 년 동안 정교한 요리를 해오던 사람이 간단히 요리하다가 결국 요리를 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살리나스 박사는 요리는 계획과 순서가 필요한데 치매는 이러한 능력에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신경과 전문의인 아담 메드닉 박사는 식사 계획, 장보기, 요리 준비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 초기 징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요리 시간이 줄었다고 해서 치매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뒤에 언급될 다른 징후가 같이 나타난다면 더욱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2. 음식에 흥미를 상실한다
포투히 박사는 치매로 인한 뇌의 변화가 후각을 상실시켜 식사의 즐거움을 감소하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살리나스 박사 역시 같은 의견을 제시하면서 "후각이 저하되면 음식에서 느끼는 즐거움이 크게 줄어든다. 치매 환자는 대부분 음식을 싱겁거나 맛이 없다고 느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치매 환자는 우울증을 겪을 위험이 높다. 포투히 박사는 우울증이 식사를 포함한 여러 일상생활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3. 식사 시간이 지났는데도 식사를 잊어버린다
치매는 기억력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식사 시간을 놓치는 것은 치매의 징후일 수 있다.
특히 치매는 신체의 배고픔과 포만감 신호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이러한 '식사 시간 망각' 현상을 악화시킨다.
메드닉 박사는 "치매는 신체의 내부 신호인 배고픔과 포만감을 해석하고 이를 시간이나 음식의 모습 등의 외부 자극과 연결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그는 "식욕을 조절하는 뇌의 영역이 손상될 경우 식욕이 둔해지고, 식사하는 것 또는 방금 식사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거나, 배고픔을 인지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럴 경우 너무 적게 먹거나 과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4. 같은 메뉴를 반복해서 먹는다
치매가 없는 사람에게도 오늘 저녁 메뉴를 고르는 일은 어렵다. 더군다나 식사 준비는 장을 보고 조리를 하는 등의 번거로운 과정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요소들이 치매 환자들이 같은 메뉴를 반복해서 먹는 이유라고 설명한다.
살리나스 박사는 "모든 결정에는 비용이 따른다. 같은 음식을 매일 먹으면 하루 중에 결정해야 할 요소가 줄어든다. 또한 익숙한 음식은 예측 가능하기 때문에, 모든 것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같은 메뉴 고르기는 더욱 안전하게 느껴질 것"이라고 말했다.
포투히 박사도 이에 동의했다. 그는 선택에 대한 경직성이 식사 이외의 다른 영역에서도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똑같은 일정을 고집하거나 똑같은 옷을 입는 것 등이 예시가 될 수 있다.
5. 단 것을 찾는다
메드닉 박사는 "단 음식을 선호하는 경향이 치매에 있어 가장 일관되게 보고되는 변화다"라고 말하며, 이러한 변화는 뇌의 보상 및 충동 조절 회로 손상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포투히 박사는 단맛 선호 현상이 전두측두엽 치매 환자에게서 가장 흔하게 나타난다고 설명한다. 전두측두엽 치매란 전두엽과 측두엽 손상을 특징으로 하는 뇌 질환의 일종이다.
그는 "전두엽은 일반적으로 충동과 음식 선택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전두엽이 손상되면 이러한 조절 기능이 약해지고, 단맛과 전분이 많은 음식에 대한 집착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식습관 변화가 반드시 치매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전문가들은 위의 변화가 나타난다면 의학적 진찰을 받아보는 것을 권고한다. 섣부른 판단을 내리기 전에 의료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 허프포스트코리아는 미국 허프포스트와 제휴를 통해 기사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번역·정리 박태열 허프포스트코리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