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 국민이 유럽연합(EU) 가입협상 개시안을 국민투표로 부결했다. 이로서 크리스트룬 프로스타도티르 아이슬란드 총리의 유럽연합 가입 추진이 좌절됐다.
어업과 농업 등 '자원주권'을 지키려는 아이슬란드 여론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의 그린란드 병합 발언 등 안보불안 요인을 압도한 결과로 풀이된다.
크리스트룬 프로스타도티르 아이슬란드 총리. ⓒ AP통신=연합뉴스
영국 가디언은 30일(현지시각) 아이슬란드 공영방송 RUV 개표결과를 인용해 반대 52.5% 대 찬성 47.5%로 EU 가입협상 개시안의 부결이 확정적이라고 전했다.
아이슬란드는 인구 40만 명 남짓의 북대서양 섬나라로, 어업과 알루미늄 제련, 지열에너지에 경제기반을 둔 소규모 개방경제 국가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아이슬란드 통화와 금융시스템이 붕괴한 뒤 처음으로 유럽연합 가입을 신청했지만, 2013년 총선에서 승리한 독립당과 진보당 연립정부가 유럽연합 통합에 회의적인 '유로스켑틱' 노선을 걸으면서 가입협상을 중단한 바 있다.
이 두 정당은 국민투표로 승인받지 않는 한 협상을 재개하지 않겠다고 못박았고, 2015년에는 아예 유럽연합 가입 후보국 지위를 철회했다.
이번 국민투표는 아이슬란드가 약 13년 만에 다시 꺼내든 가입카드였다는 점에서 정치적 의미가 컸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 안보지형이 흔들리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린란드 병합 가능성을 거듭 언급하면서 북극지역 소국인 아이슬란드에도 안보불안감이 확산된 것이 이번 유럽연합 가입 관련 국민투표의 배경이 됐다.
이번 부결의 핵심 이유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첫째는 주권과 자원의 문제가 꼽힌다.
유럽연합 가입 반대 진영은 유럽연합 가입이 아이슬란드의 배타적 어업수역과 자연자원에 대한 통제권을 유럽연합에 넘기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어업은 아이슬란드 경제의 핵심 축으로, 유럽연합의 공동어업정책에 편입되면 아이슬란드 어장에 대한 결정권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없지 않았다.
프로스타도티르 아이슬란드 총리도 개표 뒤 농업, 수산업, 천연자원에 대한 지방지역의 우려를 인정하면서 "이 문제들을 잘 다루고 계속 염두에 두겠다"고 말했다.
또다른 부결요인으로는 경제적 실익에 대한 이견이 꼽힌다.
아이슬란드의 유럽연합 가입 찬성진영은 유럽연합 가입이 높은 금리부담을 완화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불안정해진 국제질서 속에서 안전판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런 논리가 유권자 다수를 설득하는 데는 실패했다.
프로스타도티르 아이슬란드 총리는 이번 투표로 아이슬란드 국민이 분열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상처로 받아들이지는 않는다"며 "일부는 충격에 빠졌지만 전국 각지에서 많은 사람과 만나보니 다양한 결과에 열려 있는 모습이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