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취임 2주 만에 추진한 '민주당TV'를 두고 대표 개인 또는 친석(친김민석)계의 '언론 통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김 대표가 민주당TV를 '교과서', 다른 매체를 '학습지'로 규정한 데 이어 민주당은 민주당TV에 참여할 외부 채널까지 직접 선정한다. 친여 성향이라 할지라도 미디어를 독립적 주체가 아닌 당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기관지'로 바라보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일 국회에서 열린 메가프로젝트 및 지방성장 특별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31일 민주당 안팎의 움직임을 종합하면, 김 대표가 전날 자신의 엑스(X, 옛 트위터)에 민주당TV의 역할을 설명한 것을 계기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김 대표는 전날 "민티(민주당TV)는 민주당과 개혁진영의 공식적 정무정책 기조 및 국정홍보의 기조를 잡는 민주당 공식 미디어"라며 "당 미디어인 민티는 교과서, 다른 미디어는 학습지"라고 주장했다.
기존 민주·진보 성향 채널과 경쟁하려는 것이 아니라는 해명이었지만, 교과서와 학습지라는 표현이 오히려 논란을 키웠다. 민주당TV가 진영의 정치적 기조를 제시하고, 다른 미디어에는 이를 확산하는 역할을 맡기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다.
민주당은 기존 공식 유튜브 채널 '델리민주'를 민주당TV로 확대 개편해 9월1일 오전 7시 첫 생방송을 시작한다. 방송이 자리 잡을 때까지 김 대표가 1부에 고정 출연하며, 김 대표가 핵심 의제와 정책 비전을 설명한 뒤 2부에서 해당 의제를 다시 심층적으로 다룬다.
민주당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당의 공식 기조를 국민과 당원에게 왜곡 없이 직접 전달하고, 정국 현안의 선제적 의제 설정 역할을 하겠다"고 설명했다.
공교롭게도 방송 시간은 김어준 씨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생방송 시간대와 겹친다. 이를 두고 김씨를 비롯해 김민석 지도부와 다른 목소리를 내온 진보진영 미디어의 영향력을 낮추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민주당TV를 외부 진영 미디어까지 아우르는 플랫폼으로 확대하려는 구상도 논란을 키웠다. 민주당은 28일 보도자료를 내고 민주·진보·중도 성향 채널 가운데 '콘텐츠 제공자'를 선정해 민주당TV의 다른 시간대까지 방송을 확대하는 '오픈TV' 구상을 밝혔다.
민주당은 이를 두고 "다양한 관점이 어우러지는 건강하고 품격 있는 공론장 생태계를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이 스스로 진영의 '교과서'를 자처하면서 외부 채널의 플랫폼 참여 여부까지 직접 정하는 구조는 논란의 소지가 있다. 당연히 당의 기조와 다른 목소리를 내는 친여 미디어를 배제하는 '미디어 통제'로 이어질 수 있다.
김 대표가 당 밖 미디어에 대한 조치까지 언급한 점도 이런 우려를 키운다.
김 대표는 2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미디어 공공성 강화 TF' 출범을 알린 뒤 엑스를 통해 "당외 미디어와 커뮤니티의 공적 발언은 모두 합리적 일관성의 기준으로 개선해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이어 "전통언론이건 신흥미디어건 진영미디어건 정확성을 제1기준으로, 품격을 제2기준으로 당내외의 소통문화를 개선해가겠다"며 "당 차원의 판단과 조치는 지도부를 거쳐 엄정하고 객관적이고 균형 있게 이루어질 것"이라고 했다.
정치권의 미디어 개입은 과거에도 언론 독립성 침해 문제로 논란이 됐다.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과 강훈식 민주당 원내대변인이 2017년 9월15일 '이명박-박근혜 정권 방송장악 등 언론적폐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요구서'를 제출하기 위해 국회 의안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정부 당시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세월호 참사 직후 KBS가 정부의 구조 대응을 비판적으로 보도하자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관련 보도를 빼거나 다른 내용으로 대체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정현 전 수석은 이후 방송편성 간섭 혐의로 처벌받았다.
헌법재판소는 2021년 방송편성 간섭을 금지한 관련 방송법 조항을 합헌으로 판단하면서 "방송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원활한 작동을 위한 기초"라고 강조했다. 특히 국가권력뿐 아니라 정당 등 사회 세력이 방송에 개입해 자신들의 주장과 경향성을 전달할 경우 국민 의사가 왜곡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물론 당시 청와대가 독립된 방송사의 보도에 직접 개입한 사건과 민주당이 자체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것은 성격이 다르다. 하지만 집권여당이 자신의 채널을 진영의 '교과서'로 규정하고 외부 미디어의 역할과 참여 여부까지 결정하는 상황은 언론·미디어의 독립성에 대한 심각한 통제가 될 위험이 따른다.
진보진영 내부에서도 반발이 나온다. 봉지욱 기자는 28일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민주당TV를 두고 "그거를 한다고 한들 되겠냐"며 "(김 대표의) 인식 자체가 그렇다는 게 제가 볼 때는 되게 한심하다"고 비판했다.
딴지일보 게시판에서도 "배은망덕, 후안무치", "과연 뉴스공장을 이길 거라고 생각하나" 등의 반응이 나왔다. 전두환 정권 시절 대통령 동정을 뉴스 첫머리에 보도했던 이른바 '땡전뉴스'에 빗대 김 대표의 이름을 붙인 '땡석뉴스'라는 조롱까지 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