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사모펀드) 회사들이 투자한 회사를 이끌 C레벨급 임원을 채용할 때 눈여겨 보는 것은 좋은 커리어가 아니라 실제로 기업가치를 키워 본 경험이다.
조유리나 커리어케어 상무가 PE(사모펀드)의 인재상에 대해 설명했다. ⓒ커리어케어
그만큼 PE는 일반기업의 임원의 역량과 다른 것을 원한다. 일반기업이 안정적 시스템에서 조직을 통솔하고 관리하는 리더십을 중시한다면, PE는 투자 후 3~5년 안에 한 눈에 알아 볼 정도의 가치 창출(Value Creation)을 해 본 실행력에 주목한다.
조직을 잘 이끄는 사람을 넘어, 기업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것이다.
이 때문에 PE로부터 인재추천 요청을 받은 헤드헌터들은 기업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파악하려고 노력한다. 직무기술서(JD)에 나열된 조건을 넘어서 회사가 이 포지션을 채용하려는 배경을 이해하려는 것이다.
지금 조직이 직면한 핵심현안이 무엇이고, 이 현안을 해결하려면 어떤 역량을 갖춰야 하는지를 알아야 회사에 필요한 사람을 제대로 추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헤드헌팅회사로 들어 온 사모펀드회사의 인재 추천 요청서에PE 경력이 들어 있다고 해서 문자 그대로 PE에서 근무한 경력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투자자의 KPI(핵심성과지표)를 이해하고, 빠르게 의사결정을 내리며, 투자 이후 기업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이른바 'PE가 원하는 업무 스타일'을 가진 사람을 의미할 수도 있다. 결국 PE의 투자기업이 찾는 사람은 조직이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 줄 수 있는 해결사다.
이런 인재를 찾으려면 PE 업계의 최근 동향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PE의 투자방식은 계속 변화하고 있다. 과거처럼 '싸게 사서 구조조정한 뒤 비싸게 파는' 방식에 머무르지 않는다.
기업가치를 키우기 위해 기업을 인수 한 뒤 추가 인수와 합병을 통해 규모를 키우는 볼트온(Bolt-on) 전략이나 사업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트랜스포메이션(Transformation) 전략을 쓰기도 한다.
SK그룹의 SK스페셜티 지분 매각이나 LG화학의 해수 담수화 필터 사업부 매각처럼 대기업의 사업부나 자회사를 분리하는 카브아웃(Carve-out) 전략을 구사하기도 한다.
이처럼 PE의 전략이 바뀌면서 PE회사들은 인재를 평가할 때 얼마나 목표를 빠르고 정확하게 이뤄낼 수 있는 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자연스럽게 후보자의 이력을 보는 눈도 달라졌다.
전략컨설팅펌 출신이라면 단순한 전략 수립 경험을 넘어 매출확대, 비용개선, 인수 후 통합(PMI), 조직개편에서 실제로 변화를 만들어 낸 경험을 본다.
IB 출신 역시 과거에는 전략이나 딜 경험을 주목했다면, 이제는 그 경험을 실제 기업가치로 전환한 실행경험을 살핀다. 특히 독립된 환경에서 손익(P&L)을 직접 책임지고 빠르게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리더는 PE들의 주요 영입 대상자로 꼽힌다.
필자가 일하고 있는 커리어케어의 PEPS본부는 사모펀드(PE)와 벤처케피탈(VC)의 인재발굴을 전담하고 있는데, 우리 본부에서 PE형 인재를 평가할 때 던지는 질문은 명확하다. "본인이 직접 한 일은 무엇인가”와 “그 일에서 거둔 성과를 숫자로 설명할 수 있는가"라는 두 가지다. '투자를 이해하는 사람'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가치를 만드는 사람'인지를 가려내려는 것이다.
헤드헌터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과거의 성공을 새로운 조직에서도 재현할 수 있는 사람인가를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같은 CFO 경력이라도 재무관리 업무를 수행하는 데 그친 사람과 사업의 문제를 직접 발견하고 의사결정을 주도하며 기업가치를 끌어올린 사람은 전혀 결이 다르다. 이력서에 적힌 타이틀이 아니라 그 사람이 현장에서 실제로 어떤 문제를 해결해 왔는지를 읽어내는 것, 그것이 우리 헤드헌터들이 하는 일이다.
적임자를 찾아냈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성과 압박이 강한 PE의 특성으로 인해 포지션 제안에 대해 수락을 망설이는 후보자들이 적지 않다. 헤드헌터는 이들의 마음을 사야 한다.
PE가 산업의 변화를 빠르게 파악하고 투자 기회를 읽어내듯, 사람을 다루는 헤드헌터 역시 넓은 시야에서 후보자의 마음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헤드헌터에게 연봉협상은 단순히 숫자를 맞추는 게 아니다.
후보자가 연봉을 가장 우선시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의사결정 권한이나 장기성과보상(LTI), 이끌게 될 조직의 규모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또 전 직장의 연봉이나 성과급에 대한 아쉬움을 이직 사유로 내세우더라도, 실제로는 오너 경영진과 마찰이나 담당 부서의 업무범위 축소가 회사를 옮기려는 진짜 이유인 경우도 있다.
이럴 경우 후보자들은 포지션의 안정성이나 조직 내 업무 방식에 더 큰 관심을 갖게 마련이다. 따라서 헤드헌터는 후보자가 직접 표현하지 않는 잠재적 사유까지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가장 합리적인 협상으로 이끌어내야 한다.
PE회사들이 원하는 인재상이 실무 역량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헤드헌터들의 핵심과제도 분명해졌다. 회사가 발견하지 못한 인재를 찾아내는 것이다.
특히 카브아웃, PMI, 독립경영, 손익관리(P&L) 경험, 그리고 그 밖에 숫자로 표현 가능한 성과를 갖고 있는 대기업의 C레벨 인재들을 평소에도 면밀히 살펴 두고 그들의 움직임을 주시해야 한다.
누가, 어디로, 누구와 함께 움직였나? 그 결과 어느 조직에 공석이 생겼고, 그 자리를 채울 적임자는 누구인가? 또 그 인재가 어떻게 얼마나 기업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이 질문들을 하나의 흐름으로 읽어내는 것, 그것이 PE가 주목하는 C레벨 인재를 가려내는 PE 전문 헤드헌터들의 몫이다. 조유리나 커리어케어 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