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 차기 회장 레이스가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과 이재근 KB금융지주 글로벌 부문장 겸 WM·SME부문장,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의 3파전으로 좁혀지면서 후보별 경쟁력과 관련해서도 뚜렷한 색깔이 드러나고 있다.
세 명 중에 가장 눈에 띄는 후보는 권광석 전 행장이다. 숏리스트 후보 3인 가운데 유일한 외부 출신 후보이기 때문이다. 숏리스트 6인에 포함됐던 익명 외부 후보 1명이 빠지면서 외부 후보군은 실명을 공개한 권 전 행장만 남게 됐다.
권 전 행장은 '외부 인사'라는 하나의 지점에서 강점과 약점이 동시에 나오는 자리에 서 있다. 그룹 안에 이해관계가 없다는 점에서 지배구조 문제 제기로부터 가장 자유로운 후보이지만, 동시에 KB금융그룹 내부 사정에 대한 직접적 경험이 가장 적은 후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은 KB금융지주 회장 후보 숏리스트 3인에 이름을 올린 유일한 외부 후보다. ⓒ허프포스트코리아
◆ '이너서클' 이야기에서 자유로운 유일한 후보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그동안 여타 금융지주 회장 인선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던 외부 후보들과 비교해 권 전 행장은 이번 회장 선임 레이스에서 유리한 고지에 서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금융지주 회장 인선의 화두가 ‘지배구조’이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업무보고에서 금융지주 지배구조를 두고 ‘소수가 회장과 은행장을 돌아가며 맡는 부패한 이너서클’이라고 비판했다. 금융당국도 지속적으로 회장 연임 절차와 이사회 독립성 등 금융회사의 지배구조를 문제 삼아 왔다.
남은 3인 가운데 이 문제 제기에서 비켜서 있는 후보는 권 전 행장뿐이다. 양종희 회장은 연임에 도전하는 당사자이고, 이재근 부문장은 현직 회장 체제에서 국민은행장 연임에 이어 지주 부문장으로 이동했고, 현재는 글로벌·WM·SME를 아우르는 핵심 부문장으로 역할이 확대된 상태라는 것을 살피면 이너서클 논의의 중심에 놓이기 쉬운 위치에 있다.
KB금융그룹 내부에 이해관계가 없다는 점은 취임 이후 경영진 인사와 계열사 재편에서 기존 관계에 얽매이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내부통제와 이사회 독립성이 인선의 기준으로 떠오른 국면에서 외부 인사가 갖는 상징성이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레이스인 셈이다.
실적 측면에서도 권 전 행장의 현직 시절 성과는 플러스 요소가 될 수 있다. 특히 우리은행장 경력은 잠시 친정을 떠나 나가있다가 사모펀드 사태와 코로나19 등으로 조직 안정이 중요했던 시기에 우리은행으로 복귀해 조직 안정과 실적 회복을 이끈 경험이라는 점에서 평가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권 전 행장은 새마을금고중앙회 신용공제 대표이사를 지내다가 2020년 3월 우리은행장에 취임해 2022년 3월까지 우리은행을 이끌었다.
취임 첫해 순이익은 코로나19 장기화와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으로 전년 대비 9.45% 줄었지만, 이듬해에는 중소기업 대출 확대와 저비용성 예금 증대로 수익구조가 개선되며 74.3% 늘었다.
다만 권 전 행장의 친정이 우리은행이라는 점에서 권 전 행장의 우리은행장 인선을 완전한 외부 인사 영입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 이너서클과의 거리는 KB와의 거리, 현직을 떠나 있던 4년
문제는 권 전 행장과 이너서클 사이의 거리가 KB금융그룹에 대한 이해도의 거리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권 전 행장은 2022년 3월 우리은행을 떠난 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현재 롯데카드 고문과 고려아연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으나, 국내 최대 금융그룹의 최고경영자로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역할과는 거리가 있는 이력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KB금융지주 회장에게는 금리 인하 국면의 수익성 방어,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 디지털·인공지능(AI) 전환, 내부통제 고도화 등 여러 과제가 쌓여 있다. 우리은행장 시절의 조직 안정화 경험을 KB금융그룹 전체를 아우르는 그룹 전략과 자본 효율화 방안으로 확장해 제시할 수 있느냐가 2차 인터뷰의 검증 지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정보 격차 줄이겠다"는 회추위, 권광석의 '거리'를 좁힐 수 있을까
권 전 행장이 최종 3인에 외부 후보로 유일하게 남으면서, KB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이번 절차에서 내부 후보와 외부 후보 사이의 정보 격차를 줄이겠다고 공언해 온 점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KB금융지주뿐 아니라 여타 금융지주 회장 선임 과정에서 외부 후보가 실질적 경쟁자가 되기 어렵고 결국 들러리에 머문다는 지적이 반복돼 왔다. 내부 후보가 그룹 경영 정보와 조직 이해도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이점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KB금융지주는 외부 후보가 단순히 들러리에 그치는 것을 막기 위해 구조적 격차를 줄이기 위한 제도 정비를 해왔다.
그 결과 KB금융지주는 올해 처음으로 1차 숏리스트 발표부터 1차 인터뷰까지 약 두 달의 준비 기간을 외부 후보에게 보장했다. 회추위원과 외부 후보 간 사전 간담회 절차도 신설했다. 외부 후보가 그룹 현황을 파악할 시간과 접점을 제도로 마련해 준 셈이다.
다만 2차 심층 인터뷰에서는 후보별 경영전략 발표가 핵심인 만큼, 두 달의 준비 기간이 그룹 전략 수준의 격차까지 메울 수 있었는지가 실질적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회추위가 제시한 회장 자격요건은 리더십·업무경험·전문성·도덕성, 장단기 건전경영 능력, KB금융지주 비전과 가치관 공유다.
최근 10년 동안 KB금융지주 회장 후보 최종 숏리스트에 오른 외부 인사로는 김병호 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이 유일하다. 김 회장은 2020년과 2023년 두 차례 최종 숏리스트에 올랐지만 모두 최종 후보 1인 선정에서 고배를 마셨다.
회추위는 다음 달 11일 3인을 대상으로 2차 심층 인터뷰를 실시해 최종 후보 1인을 확정할 계획이다. 이후 자격 검증을 거쳐 10월 2일 회추위와 이사회 추천, 11월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차기 회장을 선임한다. 임기는 2029년 11월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