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운영 긍정평가 비율이 취임 후 여러 여론조사에서 처음으로 30%대까지 떨어진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6개 부처 장관을 교체하는 '중폭 개각'을 단행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중폭 개각을 단행하면서 지지율 반등 효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청년예산 언박싱 2027'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집권 2년 차 국정운영에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고 민심을 돌려세우겠다는 승부수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인선 과정에서 각종 논란이 불거지면서 개각 효과가 실제 지지율 반등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최근 증시 변동성을 키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와 관련해 책임론이 제기된 핵심 인사들이 이번 개각에서 빠졌고,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이재명 대통령 사건의 공소취소를 주장해온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명됐다.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는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발탁됐는데, 용 후보자가 장관 취임 이후에도 비례대표 의원직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또 다른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리얼미터가 31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재명 대통령 국정수행평가에서 긍정평가는 38.9%로 전주보다 1.3%포인트 하락했다. 리얼미터 조사 기준으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30%대에 진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더 큰 부담은 하락세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7주 연속 하락했다. 리얼미터는 집값과 전월세 문제 등 부동산 민심 악화와 대법관 후보자 임명 거부 논란, 경찰에 대한 불신, 여권 내부 갈등이 지지율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꺼내든 카드가 이번 개각이다.
이 대통령은 전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을 비롯해 국토교통부, 법무부, 국방부, 중소벤처기업부, 성평등가족부 등 6개 부처 장관 후보자를 지명했다.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로 이형일 재정경제부 1차관, 국토교통부 장관은 홍지선 국토부 2차관을 지명했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는 김승원 민주당 의원을 지명한 것을 비롯해 중기부에 이소영 민주당 의원, 성평등가족부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국방부에 강신철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을 발탁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개각이 국정동력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거두길 기대하고 있다.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개각은 연공서열이나 출신보다 전문성과 현장 경험, 또 실행력을 앞세운 실용적 인재 배치라 할 수 있다"라며 "대한민국의 대전환을 선도하고, 국가 대도약을 앞당기는 새로운 동력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왼쪽부터), 이억원 금융위원장,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연합뉴스
다만 정치권에서는 이번 개각을 두고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 책임을 묻는 인사가 없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논란이 대통령 지지율 하락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많은 만큼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과 이억원 금융위원장,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등이 교체됐어야 한다는 취지다.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뉴스쇼에서 "경제부처에서 단일 종목 ETF 정책 실패 뼈아프고 실질적인 피해자들이 있는데 그 관련자 아무도 이번에 인사 범위에 들지 않았다는 건 이번 인사에서 제일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라고 짚었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김승원 민주당 의원을 둘러싼 논란도 도마 위에 올랐다. 김 후보자는 민주당 법제사법위원회 간사를 맡아 검찰개혁 관련 입법을 주도해온 인사로 여권에서는 검찰개혁을 완성하고 새로운 형사사법체계를 안착시킬 적임자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김 후보자가 이재명 대통령 관련 사건의 공소취소를 주장해온 '이재명 대통령 공소취소를 위한 국회의원 모임', 이른바 '공취모' 공동대표를 맡았던 이력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 지명을 두고 사실상 대통령 관련 재판과 공소취소 논란에 대한 이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인사라며 공세를 펼치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후보자 지명을 두고 "법무부 장관이 된다면 앞으로 무슨 일을 할지 안 봐도 뻔하지 않나. 결국 국민이 아무리 반대해도 재판 취소에 올인하겠다는 것"이라며 "국민의 뜻과 정반대로 가는 민심 역주행 개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 역시 이번 개각에서 논쟁적 인사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여권에서는 1990년생인 용 후보자가 장관에 임명될 경우 젊은 세대를 상징하는 장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세대교체와 정치적 다양성을 보여주는 인사라고 주장한다.
성평등과 페미니즘 정책을 둘러싼 용 후보자의 기존 정치적 행보 때문에 특히 2030 남성층에서 부정적인 반응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민주당이 최근 2030 남성층과의 접점을 넓히겠다는 메시지를 내놨는데 용 후보자 인선이 과연 맞는지에 대한 논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뉴 이재명' 성향의 친민주당 유튜버들이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김용민 목사는 30일 용 후보자 지명 소식이 알려진 뒤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총선 당시 더불어민주연합의 공약으로 이른바 ‘비동의 간음죄’ 도입을 추진했던 인물이 용 후보자다"라며 "2030 남성 유권자들에게 민주당이 어떤 메시지를 보내는 셈인가. 다음 총선에서 그들의 표를 사실상 포기하겠다는 선언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특히 용 후보자가 장관으로 임명되더라도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사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여권 내부에서조차 비판이 나온다. 용 후보자는 이날 입장문에서 "개인의 결정이 당의 진로와 직결될 수밖에 없는 소수정당의 어려움에 대해 고개 숙여 양해를 구한다"라며 국회의원 직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현근택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이날 YTN라디오 뉴스명당에서 "비례대표를 두 번 할 때에도 논란이 많았는데 장관을 한다면 비례대표는 사퇴하는 게 맞지 않느냐"라며 "두 가지를 전부 본인이 하겠다라는 건 과욕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밖에 부동산 정책을 관장할 국토교통부 장관 역시 홍지선 2차관을 장관 후보자로 승진 기용하면서 정부의 기존 부동산 정책 기조가 변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로 해석될 가능성이 커졌고, 싸늘한 민심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홍 후보자는 이날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취재진과 만나 수도권 주택시장 불안과 지지율 하락이 부동산 문제와 맞물려 있다는 질문에 "무엇보다도 일관성 있는 정책, 또 예측 가능성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왼쪽)와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 ⓒ연합뉴스
결국 이번 개각이 이 대통령의 지지율 반등으로 이어질지는 '인사 자체'보다 인사청문회를 어떻게 돌파하고, 향후 장관에 임명된 뒤 '무엇을 보여주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이날 YTN 뉴스업에서 "청문회는 법무부 장관과 국토부 장관, 재경부 장관에게 정책적인 질문이 어느 청문회보다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훈 시사평론가는 같은 방송에서 "야당에서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용혜인 후보자에 대해 호락호락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영진 민주당 의원은 최근 MBC라디오 시선집중에서 지지율에 관해 "결국은 국민들이 민주당과 이재명 정부가 정책적인 결과로써 나의 삶이 바뀌고 좀 나아졌다 이런 부분들에 대한 결과가 있어야 지지율이 오른다"며 "일시적인 이벤트로는 반등이 쉽지 않고 시간이 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기사에 인용된 리얼미터 여론조사는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24일부터 28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509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조사는 무선(100%) 무작위 추출 임의번호를 활용한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0%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