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AI 데이터센터가 몰린 주(州)의 가정용 전기요금이 전국 평균보다 2~3배 빠르게 뛰면서, 이 문제가 11월 중간선거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민주당과 공화당 양당 후보들이 모두 화들짝 놀란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만 한국은 전국 단일 전기요금 체계를 갖추고 있고, 호남권의 데이터센터는 재생에너지가 풍부해 오히려 주민들이 이득을 누릴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오레곤주 보드먼에 위치한 아마존웹서비스(AWS) 데이터 센터 전경. ⓒ AP통신=연합뉴스
31일 영국 가디언을 비롯한 외신보도를 종합하면 미국 전역에서 정치적 스펙트럼을 가로질러 데이터센터 건설에 대한 반대 정서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데이터센터의 막대한 물 사용과 유독물질 오염과 같은 전통적 환경문제와 더불어 전기요금 인상이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전기요금은 미국에서 데이터센터 건설에 부정적 여론이 일어나는 결정적 요인으로 떠올랐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산하 앤넨버그 공공정책센터의 올해 7월 조사에서 따르면 미국인의 61%가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올해 3월 있었던 조사에서 나온 수치(49%)보다 증가한 것이다.
특히 이런 반대는 지지 정당을 가리지 않았는데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69%가, 공화당 지지층에서는 54%가, 무당파에서는 53%가 자신들의 지역에 새로운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 중간선거의 새로운 쟁점
미국은 주별로 전력망과 요금 체계가 다르게 운영되는 나라다. 그래서 데이터센터가 집중된 지역일수록 전기요금이 크게 인상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에서 데이터센터가 가장 많은 버지니아주(666곳)는 올해 8월 기준 전기요금이 2025년과 비교해 13% 가량 올랐고, 데이터센터 244곳이 밀집한 일리노이주는 16% 가량, 데이터센터 193곳이 있는 오하이오주도 12% 가량 전기요금이 뛰었다. 이는 같은 기간 미국 전체 평균 인상률(5.1%)의 2~3배에 달하는 수치다.
요컨대 데이터센터 밀집 지역 주민들은 전기요금 청구서를 받으면 충격을 받는 셈이다.
이 구조적 불균형은 그대로 정치 쟁점이 됐다. 뉴욕타임스는 8월23일 미시간·위스콘신·펜실베이니아 등 격전지에서 민주당 후보들이 데이터센터 건립 반대를 앞세운 광고를 쏟아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에서 승리한 애비게일 스팬버거 당선인은 전기요금 인상의 책임을 데이터센터에 돌리며 "대형 기술기업들이 그들의 몫을 지불하게 하겠다"고 공약해 당선됐다.
공화당 텃밭으로 분류되던 오하이오에서도 최근 1년간 가정용 전기요금이 22% 가량 뛰면서 민심이 흔들리고 있고, 공화당전국상원위원회(NRSC)조차 내부 메모에서 데이터센터 문제가 오하이오 상원의원 선거의 핵심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요컨대 미국에서는 데이터센터 하나가 들어서면 그 지역 전력망 전체의 도매가격이 뛰고, 이 부담이 데이터센터와 무관한 일반 가정에까지 곧바로 넘어가는 요금 체계의 특성으로 인해 11월 중간선거에 쟁점으로 떠오른 것이다.
AI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기와 용수를 필요로 한다. 사진은 데이터센터 내부모습. AI 이미지.
한국 데이터센터는 어떤가
반면 데이터센터 문제와 관련해 한국은 사정이 다르다. 한국전력(한전)이 전국을 대상으로 단일 요금 체계를 운영해온 만큼, 특정 지역에 데이터센터가 몰린다고 해서 그 지역 주민의 가정용 전기요금이 미국처럼 별도로 튀어 오르는 구조가 아니다.
데이터센터가 쓰는 전력 비용은 전국 전기요금 원가에 흡수돼 모든 소비자에게 나눠지기 때문에, 미국 버지니아나 오하이오처럼 '우리 동네만 요금이 폭등했다'는 지역 단위의 정치적 반발이 원천적으로 생기기 어렵다.
여기에 더해 한국 정부와 지자체는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호남권을 데이터센터의 새 입지로 적극 활용하려 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미 2023년 전라남도 해남군 솔라시도에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데이터센터에 직접 공급하는 방식의 집적화 단지를 조성하기로 하고, 2037년까지 40MW(메가와트)급 데이터센터 25동을 유치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전남개발공사는 재생에너지가 데이터센터에 안정적으로 공급되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맡았다. 태양광·풍력 발전이 상대적으로 풍부한 호남에 데이터센터를 지으면 재생에너지를 값싸게 조달하면서 동시에 전력망 부담도 분산할 수 있다는 논리다.
다만 용인 죽전, 안양 호계동 등 수도권 데이터센터 밀집 지역에서는 데이터센터로 인한 전자파·소음·열섬현상 우려로 주민 반대가 잇따랐고, 실제 건립이 무산된 사례도 있다.
결국 한국 데이터센터의 경우 전기요금 문제는 미국과 처지가 완전히 다르다. 다만 부지 선정과 지역 수용성을 둘러싼 갈등은 미국과 마찬가지로 피하기 어려운 숙제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