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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를 끌어올리고 캐나다를 향한 위협성 발언을 거듭하자, 캐나다 시민들이 다시 ‘팔꿈치’를 들었다. 캐나다를 겨냥한 트럼프 대통령의 거센 압박이 역설적으로 캐나다인들을 하나로 똘똘 뭉치게 만들고 있다. 

캐나다 시민들, 트럼프 ‘관세 전쟁’에 ‘팔꿈치’를 들어올렸다 : 미국 제품 안 사고, 미국 여행도 안 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캐나다 시민들이 2025년 3월9일(현지시각) 캐나다 수도 오타와의 국회의사당 앞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캐나다 주권을 위협하는 발언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로이터/AP/연힙뉴스

‘엘보스 업(Elbows up·팔꿈치를 들자)’이 캐나다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맞서는 움직임을 상징하는 말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캐나다의 국민 스포츠로 불리는 아이스하키 경기에서 상대 선수의 거친 압박에 밀리지 않도록 팔꿈치를 들어 몸을 지키는 데서 나온 표현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만들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거듭하면서 이 말은 캐나다에서 ‘물러서지 말자’는 정치적 구호가 됐다. 

캐나다 시민들, 트럼프 ‘관세 전쟁’에 ‘팔꿈치’를 들어올렸다 : 미국 제품 안 사고, 미국 여행도 안 간다
아이스하키 경기에서 캐나다 팀이 미국 팀을 상대로 엘보우 업 하는 모습이다. AI 합성 이미지

로이터는 2025년 3월15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캐나다인들의 반발과 함께 ‘엘보스 업(팔꿈치를 들자)’ 운동이 확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같은 달 9일 캐나다 수도 오타와의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엘보스 업 캐나다’ 집회에는 1천 명이 넘는 시민이 모였다. 참가자들은 캐나다 국기와 ‘팔꿈치를 들자’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와 캐나다 주권을 위협하는 발언에 항의했다.

캐나다 출신 배우 마이크 마이어스도 2025년 3월1일 미국 NBC ‘SNL’에 ‘Canada is not for sale(캐나다는 팔지 않는다)’이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고 출연했다. 방송 말미에는 자신의 팔꿈치를 가리키며 카메라를 향해 “Elbows up”이라고 입 모양으로 말하기도 했다. 이후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서도 호응이 이어졌다. “캐나다인들만의 암호다”, “속이 시원하다”, “캐나다, 팔꿈치를 들자”는 반응이 쏟아졌고, ‘#ElbowsUp’과 ‘#ElbowsUpCanada’ 해시태그도 빠르게 퍼져나갔다.

캐나다 시민들, 트럼프 ‘관세 전쟁’에 ‘팔꿈치’를 들어올렸다 : 미국 제품 안 사고, 미국 여행도 안 간다
8월19일(현지시각)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프리몬트 스트리트에 있는 한 업소에서 사람들이 텅 빈 좌석을 옆에 두고 음료를 마시고 있다. 도박과 향락의 도시로 통하는 라스베이거스는 최근 방문객 수가 7.5% 감소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을 제외하면 라스베이거스 관광청(LVCVA)이 1970년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이다. 관광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동맹국들을 향해 거친 발언을 거듭한 것이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을 돌리게 했다고 보고 있다. 특히 미국이 캐나다에 대규모 관세를 부과한 데 반발해 미국 여행을 보이콧하고 있는 캐나다인들의 감소가 두드러진다. ⓒAFP/연합뉴스

그로부터 1년여가 지난 지금, ‘팔꿈치를 들자’는 구호는 캐나다인들의 지갑과 여행 계획까지 움직이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지난 29일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반발로 미국산 제품과 서비스를 끊고 미국 여행까지 피하는 캐나다인들의 움직임을 집중 조명했다. 식료품을 살 때 원산지를 확인해 미국산 대신 캐나다산을 고르고, 미국 기업의 전자제품과 온라인 서비스를 줄이거나 끊는 식이다.

급기야 미국산이 아니라면 무엇이든 좋다는 의미의 ‘ABUS(Anything But US)’, 미국만 아니면 어디든 여행하겠다는 뜻의 ‘ABUSA(Anywhere But USA)’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미국 여행을 피하는 움직임은 숫자로도 나타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30일 캐나다인들의 미국 방문이 2024년과 비교해 약 25% 줄어든 상태라고 보도했다. 미국 뉴욕과 라스베이거스 등 관광도시들이 캐나다 관광객을 다시 불러들이기 위해 할인 행사까지 내놓고 있지만, 발길은 좀처럼 돌아오지 않고 있다.

캐나다 통계청의 확정 통계도 같은 흐름을 보여준다. 캐나다 통계청이 2026년 5월29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캐나다인의 미국 방문은 2310만 건으로 2024년보다 23.5% 줄었다. 미국에서 쓴 돈도 2024년 221억 캐나다달러(약 21조9천억 원)에서 2025년 188억 캐나다달러(약 18조6천억 원)로 33억 캐나다달러(약 3조3천억 원) 감소했다.

캐나다 시민들, 트럼프 ‘관세 전쟁’에 ‘팔꿈치’를 들어올렸다 : 미국 제품 안 사고, 미국 여행도 안 간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2026년 8월22일(현지시각) 캐나다 온타리오주 오타와에서 미국과의 무역협상을 중단한 뒤 취재진에게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시민들이 지갑을 닫았다면 캐나다 정부는 관세로 맞서고 있다.

미국은 캐나다와의 무역협상이 결렬된 뒤 22일(현지시각)부터 약 200억 달러(약 27조5천억 원) 규모의 캐나다산 제품에 50% 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미국의 관세에 ‘달러 대 달러’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캐나다 정부는 25일 미국산 제품 276억 캐나다달러(약 27조4천억 원)어치에 15·25·50%의 보복관세를 매기겠다고 발표했다. 철강과 유제품, 가전제품, 농업장비, 펄프·종이, 전자제품 등이 대상이며 9월8일 0시1분부터 적용된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갈등은 캐나다인들이 무엇을 사고 어디로 여행할지를 넘어 정치의 영역까지 파고들었다.

AP통신은 8월29일 오는 10월5일 치러지는 퀘벡주 총선을 앞두고 집권 퀘벡미래연합(CAQ)의 크리스틴 프레셰트 대표가 선거전의 상대로 트럼프 대통령을 지목했다고 보도했다. 프레셰트 대표는 선거운동을 시작하며 “내 상대의 이름은 도널드 트럼프다. 그가 진짜 상대”라는 취지로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가 퀘벡 경제를 압박하면서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 지방선거의 주요 쟁점으로까지 등장한 셈이다.

미국과의 관세전쟁은 퀘벡의 오랜 분리독립 논의에도 예상치 못한 변수가 됐다. AP통신은 지난 18일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퀘벡당(PQ)의 폴 생피에르 플라몽동 대표가 오는 10월 총선에서 승리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 있는 동안에는 독립 국민투표를 실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국민투표 자체를 포기한 것은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2029년 1월20일 이후로 미루겠다는 것이다. 로이터는 지난 22일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와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만들겠다는 발언이 오히려 퀘벡에서 캐나다에 대한 애국심을 자극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독립 지지율은 약 30%로 수십 년 만의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오랫동안 캐나다에서 독립 문제를 고민해온 퀘벡에서, 외부의 압박이 역설적으로 ‘캐나다인’이라는 정체성과 결속을 끌어내고 있는 셈이다.

캐나다 시민들, 트럼프 ‘관세 전쟁’에 ‘팔꿈치’를 들어올렸다 : 미국 제품 안 사고, 미국 여행도 안 간다
2026년 8월29일(현지시각) 캐나다 온타리오주 그림즈비 인근 피프티 포인트 보호구역에서 한 가족이 더그 포드 온타리오주 총리가 공개한 ‘온타리오호, 지금도 앞으로도(Lake Ontario, Now and Always)’라고 적힌 표지판 앞을 지나고 있다. 이 표지판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온타리오호를 ‘레이크 아메리카(Lake America)’로 명칭을 변경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설치됐다. ⓒ로이터/연합뉴스

양국의 신경전은 급기야 호수의 이름을 놓고 벌이는 싸움으로까지 번졌다. 로이터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미국과 캐나다가 국경을 맞대고 공유하는 온타리오호(Lake Ontario)를 미국 연방정부에서 ‘레이크 아메리카(Lake America)’로 부르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다만 이번 조치는 미국 연방정부가 사용하는 공식 명칭을 변경한 것으로 캐나다에서 사용하는 명칭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캐나다는 곧바로 맞받았다. 카니 총리는 지난 27일 트럼프 대통령이 온타리오호를 ‘아메리카호’로 바꾸는 행정명령에 서명하자, 소셜미디어 X를 통해 ‘온타리오’라는 이름이 원주민 웬다트어에서 유래해 400년 넘게 사용돼 왔다며 캐나다에서는 “그때도, 지금도, 앞으로도(then, now and always)” 온타리오호라고 부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그 포드 온타리오주 총리는 아예 표지판을 세웠다. 포드 총리는 지난 29일 온타리오주 그림즈비 인근 온타리오호 연안에 영어와 프랑스어로 ‘Lake Ontario — Now and Always(온타리오호, 지금도 앞으로도)’라고 적힌 대형 표지판을 공개했다

이처럼 미국의 압박이 역설적으로 캐나다 내부의 결속을 끌어내고 있다. 미국산 제품을 사지 않고 미국 여행을 피하는 시민들의 움직임에서 시작해 관세 맞대응과 선거, 분리독립 문제까지 ‘엘보스 업’은 캐나다 사회 곳곳으로 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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