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품목 기준 의약품 매출 1위 제품인 MSD의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 시장을 잠식하고자 바이오시밀러 업체들이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의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을 필두로, 글로벌 시장에서 빅파마와 대형 바이오시밀러 기업들이 앞다퉈 이 전쟁에 참전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 본사 전경 ⓒ 각사
키트루다는 미국 제약사인 MSD(머크)가 2014년 개발한 면역항암제로, 비소세포폐암, 흑색종, 두경부암 등 거의 모든 고형암종에서 표준 치료로 쓰이는 약물이다. 국내에서만 18개 암종에 대한 적응증을 승인받았다. 2025년 매출액 317억 달러(약 44조 원)에 달하는 블록버스터 의약품이다.
그런데 키트루다는 2028년부터 여러 국가에서 차례로 물질특허가 만료된다. 한국 특허는 2028년 6월, 미국은 2029년 11월, 유럽은 2031년 1월 각각 만료되는 것으로 확인된다. 이는 바이오기업들이 이 시장을 노리고자 바이오시밀러를 앞다퉈 개발하고 있는 이유다.
다만 MSD가 물질특허 외에도 제형과 용법·용량, 제조공정 등에 대해 수십 개의 후속 특허 장벽을 쌓아놓은 상태여서 물질특허 종료 이후에도 많은 장애물을 넘어야 한다.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은 키트루다 물질특허가 만료되는 시점에 맞춰 국내 시장에 제품을 곧바로 출시하고자, 후속 특허를 회피하기 위한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을 이미 제기해 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MSD가 기존 정맥주사(IV) 제형을 피하주사(SC) 제형으로 전환한 ‘키트루다 큐렉스’로 환자들의 수요를 옮기는 전략을 펴고 있어, 바이오시밀러가 공략할 수 있는 시장은 오리지널 시장보다 작은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키트루다 큐렉스의 특허 만료는 키트루다보다 10년가량 더 늦은 시점이다.
현재 미국에서 키트루다 큐렉스의 처방 비중은 약 10% 수준이다. MSD는 2027년 말까지 40% 수준으로 높인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 삼성바이오에피스·셀트리온, 글로벌 선두권이지만 SC 제형은 고민
28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국내 키트루다 바이오시밀러 경쟁에서 한발 앞선 기업은 삼성바이오에피스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8월7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바이오시밀러 ‘SB27’의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현재 신청할 수 있는 16개 적응증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허가 신청이다. 키트루다는 현재 국내에서 고형암 관련 적응증 37개를 갖고 있는데, 초창기 적응증을 제외한 나머지는 용도특허가 만료되지 않은 상황이다.
셀트리온은 삼성바이오에피스보다 14일 늦은 21일 식약처에 ‘CT-P51’의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이 회사는 곧이어 미국, 유럽, 캐나다 등 주요 글로벌 시장에서 허가를 차례로 신청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업계에서는 최근 식약처의 바이오시밀러 허가기간 단축 기조에 따라 2027년 중으로 두 회사 키트루다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허가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본다.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의 허가 신청은 글로벌 기준으로 가장 앞서 있는 수준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앞서 6월 임상 3상 결과를 발표했는데, 이 역시 글로벌 개발사 중 처음이었다. 다만 셀트리온은 최근 바이오시밀러 허가 절차 완화 추세에 따라, 2024년 12월부터 시작한 유럽 임상 3상을 7월 조기 종료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두 회사는 전 세계 키트루다 바이오시밀러 시장을 개척하는 선봉에 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한국의 바이오 영토를 확장하는 중요한 기회로도 평가된다.
변수는, 위에서 언급했듯 피하주사(SC) 제형이다. 두 회사는 2년 후부터 단계적으로 열릴 정맥주사(IV) 시장을 선점하면서 SC 제형 공략을 위한 중장기 전략을 마련하는 데 고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경우, SC 제형 전환 기술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 할로자임이나 한국 기업 알테오젠의 기술이 아닌, 자체 SC 제형 전환 기술을 이미 독자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내부 테스트까지 마쳤다는 소식이 나왔다. 셀트리온은 할로자임의 히알루로니다제(하일레넥스) 바이오시밀러를 이미 자체 개발해 SC 제형 전환 기술을 내재화하고 자사 바이오시밀러에 이를 적용하고 있다. 할로자임의 물질특허가 미국 기준으로 2027년 9월 만료된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다만 키트루다 큐렉스에 적용된 알테오젠의 히알루로니다제(ALT-B4)와 다른 물질이 바이오시밀러 SC 제형에 적용되는 경우, 이 제품이 키트루다 큐렉스의 바이오시밀러로 허가받기 어렵다는 의견이 있다. 미국 FDA 등 글로벌 규제기관은 바이오시밀러의 주성분이 오리지널 의약품과 고도로 유사해야 하고, 제형, 용량이 동일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FDA의 경우 이렇게 제형이 변경되면 신약으로 간주해 신약 허가 절차를 진행한다. 이 경우 개량신약 또는 별도의 신약 승인 경로를 밟아야 해 임상을 새로 진행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상용화 이후에도 오리지널 의약품과 대체조제할 수 있는 지위를 인정받지 못한다. 대체조제는 의사가 처방한 의약품을 약사가 같은 원료물질을 가진 다른 의약품으로 바꿔 조제해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그렇다고 알테오젠의 ALT-B4를 도입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알테오젠이 키트루다 성분에 대해 MSD와 독점 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은 단기적으로 IV 제형 바이오시밀러의 가격 경쟁력을 내세워 국가별로 정부 부처나 보험사(PBM)를 공략해 점유율을 확보하는 전략을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
중장기적으로는 자체 SC 전환 기술을 적용한 제품을 개발해 신약으로 허가를 받는 정면 돌파 전략을 택할 수 있다. 실제로 셀트리온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인 인플릭시맙 바이오시밀러(램시마)의 SC 제형(짐펜트라 : 램시마SC)을 독자 개발해 FDA로부터 신약으로 허가를 받아 출시한 경험이 있다.
바이오시밀러 규제 완화 추세를 이미지로 만들어달라는 요구에 챗지피티가 생성한 이미지 ⓒ AI
◆ 글로벌 경쟁 업체들은 누가 있나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 외 글로벌 경쟁업체들도 키트루다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중 앞서 있는 곳으로 포미콘(독일)이 꼽힌다. 포미콘은 2026년 2월 자체 바이오시밀러 FYB206과 키트루다의 생물학적 동등성을 입증하는 긍정적인 임상 1상 데이터를 발표했으나, 규제 완화에 따라 3상 시험이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해 종료했다. 현재 미국·유럽 허가 신청을 준비하는 단계로 알려졌다. 미국에서 바이오시밀러 허가 신청을 최초로 제출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암젠도 키트루다 바이오시밀러 파이프라인인 ABP234를 개발 중이다. 2024년 9월 임상 3상 단계에 진입했고, 2028년 1월 임상 완료가 목표다.
중국 기업인 상하이헨리우스와 바이오테라솔루션즈도 각각 바이오시밀러 후보물질 HLX17과 BAT3306을 내놓고 개발 레이스에 가세했다. 상하이헨리우스는 2027년 4월을 목표로 통합 1/3상을 진행 중이고, 바이오테라솔루션즈는 최근 규제 완화 추세에 따라 계획했던 3상을 중단했다.
스위스 산도스 역시 후보물질 GME751의 흑색종 환자 대상 약동학(PK), 유효성, 안전성 비교 임상을 진행해 5월 성공적으로 마쳤다. 다만 산도스는 2025년 4월 공식 발표를 통해,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대상 임상 3상은 그 규모를 최소화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알보텍(아이슬란드)과 닥터레디스(인도) 역시 바이오시밀러 AVT32-DRL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2028년 허가 신청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여기서 업체들의 허가 전략이 두 방향으로 나뉘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임상 3상을 종전처럼 마치는 쪽이 있는가 하면 3상을 중단하거나 규모를 축소하는 쪽도 있다. 전자를 택한 기업들은 글로벌 규제 완화 추세에도 3상 결과를 확보하는 방향이 이후 허가와 시장 경쟁에서 더 유리하다고 본다. 후자 기업들은 비용과 시간을 아껴 하루라도 빨리 시장에 진입하는 전략을 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