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주선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이 임기 반환점을 지나는 가운데 삼성디스플레이 지분 매각을 통해 대규모 투자 여력을 챙기는 동시에 안정적 이익창출력도 유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 사장은 남은 임기 안에 미국 추가 증설로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 시장 대응력을 키우고 전고체배터리 양산 목표를 맞춰 확실한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데 공을 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최주선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이 삼성디스플레이 지분을 활용한 자금과 이익을 통해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박차를 가할지 주목된다. 사진은 최 사장이 3월18일 서울 강남구 엘리에나 호텔에서 열린 삼성SDI 제56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삼성SDI
◆ 삼성디스플레이 지분 5% 매각 셈법, 투자금과 지분법 이익 다 바라봐
8월28일 배터리업계와 증권업계 안팎에 따르면 27일자로 삼성SDI가 삼성디스플레이 지분 매각 대금을 확보하면서 투자 시계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SDI는 삼성디스플레이 지분 5%를 매각해 4조5천억 원을 확보했다. 기존에 들고 있던 지분 15.2%에서 33%가량을 매각해 대규모 실탄을 손에 쥔 것이다.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디스플레이 장부가액이 11조2천억 원으로 평가돼왔다. 이번 지분 매각을 고려하면 삼성SDI가 보유했던 삼성디스플레이 지분 15.2%는 13조5천억 원의 가치로 장부가액보다 20% 높은 수준이다.
올해 초 삼성SDI는 삼성디스플레이 지분의 매각을 연내 마무리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움직임은 이 계획을 실행하는 것이다.
삼성SDI가 선제적으로 전체 지분의 3분의 1 수준만 매각한 것은 투자금을 마련하는 것뿐 아니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삼성디스플레이 지분법 이익도 유지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삼성SDI가 얻은 삼성디스플레이 지분법 이익은 2025년 8176억 원, 2024년 7733억 원으로 각각 연간 전체 지분법 이익의 사실상 대부분을 차지한다. 연평균 8천억 원 수준으로 지분 매각 이후 연간 지분법 이익이 5300억 원가량으로 감소하는 것인데 4조5천억 원이라는 현금을 확보한 대가로 보면 긍정적 측면이 많다는 평가가 나온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24일 삼성SDI의 지분 매각 관련 보고서에서 “삼성SDI는 삼성디스플레이 지분을 모두 매각하지 않고 5%만 현금화했는데 이에 따라 대규모 투자재원을 확보하면서도 삼성디스플레이의 지분가치와 지분법 이익은 상당 부분 유지하는 구조를 유지했다”고 바라봤다.
◆ 임기 반환점 돈 최주선, 미국 추가 증설 저울질
최주선 사장은 2025년 3월 임기 3년의 삼성SDI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임기 반환점을 돌고 있는 시기에 삼성디스플레이 지분 매각 실행이라는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최 사장은 당초 하반기 삼성SDI 흑자전환을 목표로 삼았는데 앞서 2분기 빠르게 영업이익을 창출하면서 실적 측면에서 소폭이나마 부담을 덜어낸 것으로 평가된다. 4조5천억 원 규모의 실탄까지 확보한 만큼 미래를 위한 투자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으로 풀이된다.
배터리업계에서는 삼성SDI의 미국 생산능력을 늘리기 위한 추가 투자 계획에 시선이 몰린다.
삼성SDI가 구체적으로 이번 삼성디스플레이 지분 매각에 따른 자금 활용 계획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최 사장은 우선적으로 미국 인디애나주 시너지셀즈(SynergyCells) 공장의 시설 투자에 확보한 자금을 투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SDI가 11일 GM과 합작법인이었던 시너지셀즈의 지분을 모두 확보하기로 하고 단독으로 미국 투자를 실행하기로 결정했다. 최대 연간 생산능력 36GWh(기가와트시) 규모로 지어질 시너지셀즈 공장은 현재 건설 초기 단계로 모두 35억 달러(4조8천억 원)가량의 투자가 예정돼 있다.
최 사장은 ESS 배터리 중심으로 삼성SDI의 포트폴리오 전환을 추진하는 가운데 미국 추가 증설도 예고한 상황이다. 조만간 수주물량이 2028년까지의 생산능력을 웃돌 것으로 점쳐지기 때문이다.
이어 삼성SDI가 미국에서 ESS 주요 고객사와 공급계약 협의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는 만큼 최 사장이 미국 추가 투자 결정을 내리고 외형 확장에 본격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나온다.
당장은 안정적으로 지분법 이익을 창출하는 삼성디스플레이 나머지 지분 10.2%를 보유하고 있지만 단계적으로 처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전히 최대 9조 원가량의 잠재적 투자 여력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 삼성SDI 전고체 선도기업 평가, 미래 신사업의 핵심
삼성SDI가 공시에서 삼성디스플레이 지분 매각 목적을 놓고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재원 마련’이라고 설명한 만큼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전고체배터리는 대규모 투자금 확보를 계기로 투자를 확대할 대표 분야로 꼽힌다.
최 사장은 임기 안에 전고체배터리를 양산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삼성SDI의 전고체배터리 양산 목표 시점은 배터리업계에서 가장 이른 2027년 하반기다.
특히 글로벌 주요 전고체배터리 개발 기업들이 전기자동차 시장의 수요 정체와 맞물려 과거 내놨던 양산 시점을 잇따라 연기한 것과 비교해 삼성SDI는 목표 시기를 유지하는 것이다. 이에 삼성SDI는 전고체배터리 시장에서 가장 앞서간다는 평가받고 있다.
최 사장이 글로벌 산업 지형의 변화에 발맞춰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전고체배터리 공급 분야를 전환한 것이 주효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SDI는 기존에 전기차용으로 양산 체제를 완성하겠다는 로드맵을 내놨었는데 휴머노이드 로봇에 가장 먼저 양산품을 공급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삼성SDI는 2026년 하반기 고객사에 휴머노이드 로봇용 전고체배터리 샘플을 공급하고 양산 준비를 본격화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후 휴머노이드 시장의 성장과 함께 양산 역량을 확보하고 전기차를 비롯한 다양한 제품군으로 사업을 확장하기로 했다.
삼성SDI는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휴머노이드는 AI 기술 발전으로 산업용을 넘어 상업용, 가정용으로 확장되고 있다”며 “최근 글로벌 주요 기업들의 양산 계획에 발맞춰 전고체배터리 기술 등을 바탕으로 여러 프로젝트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