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위한 조건 마련에 나섰다. 반면 미국은 현재 이란과 종전 협상이 진행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해상 봉쇄를 포함한 모든 선택지를 열어둔다는 입장을 밝혔다.
양국이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 문제를 놓고 팽팽하게 맞서면서 중재에 나선 국가들의 역할도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모흐센 레자이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사무총장(왼쪽),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 ⓒAFP=연합뉴스, 로이터=연합뉴스
모흐센 레자이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사무총장은 27일(현지 시각) 중재국들이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위한 조건을 타진해 왔으며, 이란 정부가 현재 관련 조건 목록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레자이 사무총장은 이날 레바논 알마나르TV와의 인터뷰에서 통역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이란이 내세울 개방 조건에는 레바논을 포함한 서아시아 역내 전쟁 종식이 포함된다"고 말했다.
이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 문제를 단순히 미국과의 양자 협상에 국한하지 않고, 서아시아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분쟁의 종식과 연계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란은 해협을 완전히 개방하기에 앞서 오만과 새로운 통항 회랑을 구축하는 방안에도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회랑은 오만과 이란의 영해에 걸쳐 조성될 예정으로, 양국이 공동으로 선박이 오갈 수 있는 별도의 항로를 마련해 호르무즈 해협의 제한적인 통항을 가능하게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레자이 사무총장은 "미국이 이란의 요구 조건을 이행한다면 선박들은 호르무즈 해협 내 지정된 중앙 항로를 통해 통항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미국은 이란 측의 협상 제안에 당장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폭스뉴스 '폭스 앤드 프렌즈'에 출연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최우선 목표는 지금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계속 이란이 절대로 핵무기를 확보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라며 "이는 확고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이란의 군사력을 파괴하기 위해 '장대한 분노 작전'(Operation Epic Fury)을 실시했고, 이제는 이란 경제를 파괴하기 위해 '경제적 고립 작전'(Operation Economic Outcast)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레빗 대변인은 현재 양국 간 협상이 진행되고 있지 않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현재 협상은 진행되지 않고 있다"며 "이는 대통령이 이란이 의미 있는 방식으로 협상 테이블에 나올 수 있다고 판단할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아직 그런 모습을 보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미국이 외교적 가능성을 완전히 닫은 것은 아니다. 레빗 대변인은 "물론 대통령은 모든 선택지를 열어두고 있으며, 해상 봉쇄 역시 계속 시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양국이 서로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채 팽팽한 긴장감을 이어가면서 오만, 파키스탄, 카타르 등 중재국들의 입지도 좁아지고 있다.
이에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총리 겸 외무장관은 이란을 방문해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 대미 협상단장인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등 이란 최고위급 인사들과 연쇄 회담을 가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