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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이 웨스트나일열·뎅기열·치쿤구니아열 등 모기 매개 감염병의 확산에 직면했지만, 이를 막아야 할 방역 체계는 국가마다 제각각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ECDC)는 기온 상승과 외래 모기종의 정착 확대가 겹치면서 감시·방제 역량을 지금보다 훨씬 강화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문제는 이 경고에 응답할 유럽의 방역망이 애초부터 통일된 설계도 없이 나라별로 성긴 그물처럼 짜여 있다는 점이다.

기후위기가 부른 모기 전성시대 : 유럽 국가별 '각자도생'으로 방역망에 구멍 생겼다
기후위기가 모기의 확산을 빠르게 촉진하면서 유럽 방역망에 경고등이 켜졌다. AI 이미지.

28일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의 최신 감시 자료에 따르면, 2026년 들어 모기를 매개로 한 웨스트나일열 지역사회 감염이 유럽 12개국에서 625건 집계됐다. 

국가별로는 이탈리아 311건, 그리스 157건, 스페인 63건 순으로 많았고, 웨스트나일열 전파는 통상 8월부터 9월 초 사이에 정점을 찍는 만큼 추가 확산 가능성이 열려 있다. 

실제로 유로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7월 중순까지만 해도 감염 국가는 5개국, 감염 건수는 33건에 그쳤는데, 한 달 사이 국가 수와 감염자 수가 모두 급증한 셈이다.

모기를 매개로 하는 질환들은 경우에 따라서는 치명적일 수 있어, 유럽 방역체계에 경고등이 켜졌다.

웨스트나일열은 감염자의 약 80%가 무증상으로 지나가지만, 드물게 뇌염 등 신경계로 번지면 사망률이 약 10%까지 치솟는 가장 위험한 질병이다. 치쿤구니아열은 극심한 관절통이 수개월씩 이어지는 게 특징이며 사망률은 약 0.35% 수준으로 보고된다. 뎅기열은 고열과 근육통을 동반하지만 사망률이 0.1~0.2%대로 셋 중 가장 낮은 편이다.

국경 없는 모기, 국경에 갇힌 대응

모기를 매개로 한 질환의 확산 배경에는 두 갈래의 원인이 겹쳐 있다. 하나는 기후위기다. 

기온이 오르면 모기가 활동할 수 있는 기간이 길어지고, 서식 가능한 지역도 북쪽으로 넓어진다.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는 이런 환경 변화가 세 질병의 전파 강도와 기간을 함께 늘릴 수 있다고 본다. 

유럽연합(EU) 환경총국도 올해 초 보고서에서 파리, 빈, 자그레브 등 유럽 주요 도시들이 기후변화로 인한 모기 서식지 확장 때문에 뎅기열·지카·치쿤구니아 발생 위험이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다른 하나는 외래종의 정착이다. 뎅기열과 치쿤구니아열을 옮길 수 있는 아시아호랑이모기(Aedes albopictus)는 현재 유럽 16개국에 정착했는데, 이는 12년 전의 약 2배에 달하는 수치다.

여기서 이어지는 질문이 바로 방역 체계의 격차다. 모기는 국경을 인식하지 않고 이동하지만, 감시와 방제 책임은 국가와 지방정부 단위로 잘게 나뉘어 있다.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가 38개 회원국·인접국 중 26개국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감시·방제 프로그램의 구성, 재원 마련 방식, 실행 주체가 나라마다 크게 달랐다. 

다수 프로그램이 단기 예산에 의존하고 있어, 한 해 예산이 삭감되면 감시망 자체가 끊기는 구조적 취약성도 함께 드러났다.

기후위기가 부른 모기 전성시대 : 유럽 국가별 '각자도생'으로 방역망에 구멍 생겼다
방역 전문가들은 유충 단계부터 방역을 해야 뎅기열을 비롯한 모기 매개 감염병 확산을 막을 수 있다고 제언한다. ⓒ 픽사베이

 

모기, 유충 단계부터 잡아야 하는 이유

지금까지 유럽 각국의 대응은 성충 모기가 이미 늘어난 뒤 살충제를 뿌리는 임시 조치에 치우쳐 있었다. 

그러나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는 이런 사후 대응만으로는 장기적 모기매개 질환 확산세를 꺾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모기를 유충 단계에서부터 번식지를 없애는 방제,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지역사회 프로그램, 화학적 수단과 비화학적 수단을 결합한 통합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다 자란 모기를 잡는 것보다, 물이 고인 곳에서 알과 유충 단계부터 없애는 예방적 접근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논리다.

이런 진단은 유럽만의 고민이 아니다. 기온 상승과 도시화가 겹치는 곳이라면 어디든 비슷한 딜레마가 반복된다. 

모기 매개 감염병은 한 나라의 방역만으로 막을 수 없는 초국경적 문제인데, 실행 단위는 여전히 국가와 지방정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기후변화가 모기의 활동 반경과 번식 기간을 늘려주는 동안, 유럽이 국가별로 흩어진 대응 체계를 하나로 묶어내지 못한다면 올해 나타난 모기매개 질환의 확산세는 앞으로 다가올 여름들의 시작점에 불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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