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가 쥐의 번식 환경까지 바꾸면서 전 세계 도시가 '쥐와의 전쟁'에 다시 직면하고 있다. 쥐약과 쥐덫만으로 개체 수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는 가운데, 피임과 강력한 위생 관리, 주민 참여를 결합한 새로운 방제법이 주목받고 있다.
뉴욕 지하철 브루클린 보로역의 쥐. ⓒAP=연합뉴스
25일(현지시각) 가디언에 보도를 보면 설치류학 박사 로버트 코리건은 지난해 과학자 10명과 함께 지구온난화가 도시 쥐 개체 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진이 16개 도시를 분석한 결과 11곳(69%)에서 쥐 개체 수가 유의미하게 증가하는 추세가 나타났으며, 미국 워싱턴D.C.와 뉴욕,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등에서도 기온 상승과 쥐 개체 수 증가 사이의 상관관계가 확인됐다.
검은쥐와 갈색쥐는 동면하지 않는 대표적인 설치류로 꼽힌다. 겨울철 기온이 높아지면 번식이 중단되거나 둔화되는 기간이 짧아지고, 먹이를 구할 수 있는 기간도 길어져 개체 수가 빠르게 늘어날 수 있다. 기후변화가 쥐에게 사실상 새로운 번식 환경을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쥐의 유해성은 복합적이다. 쥐는 웨일병과 한타바이러스 등 각종 병원균을 옮길 수 있고 농작물을 훼손하거나 다른 야생동물을 공격해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살서제(쥐약)는 쥐를 고통스럽게 죽이는 데 그치지 않고 먹이사슬을 통해 다른 야생동물까지 중독시킬 위험이 있다.
특히 미국 독성 센터의 2022년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사람이 실수로 살서제를 섭취해 중독되는 사고는 미국에서 연간 평균 8천 건 이상 발생한다. 이에 전문가들은 살서제에 과도하게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이에 따라 각국은 살서제를 대량 살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사전 예방 중심의 방제책을 찾고 있는 중이다.
이런 가운데 주목받는 대안이 피임을 통한 번식 조절이다. 영국 동물복지단체 야생동물복지센터의 동물복지 정책 전문가 리처드 파르는 "독극물에 내성을 가진 쥐의 급증하는 개체 수를 인도적으로 관리하는 열쇠는 새로운 형태의 피임법 개발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동시에 유럽연합(EU)의 기존 살생물제 규제가 새로운 피임 기술의 개발과 투자를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피임 기술이 실제 도시 환경에서 충분한 효과를 낼 수 있는지를 두고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 같이 전 세계적으로 쥐의 개체수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캐나다 앨버타주의 사례는 예방과 공동 대응의 중요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앨버타주는 1950년부터 주 정부와 주민이 함께 쥐를 감시하고 신고하는 체계를 운영해 왔는데, 과거 연간 600~700건에 달했던 쥐 출몰 사례는 2025년 단 5건으로 줄었다. 주민에게 자택 주변 쥐 방제를 의무화하고 지속적인 교육과 국경 지역 감시를 병행한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