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으로 인한 인명·재산 피해가 세계 곳곳에서 커지면서 각국이 개체수 조절과 인간·곰 간 충돌을 줄이기 위한 해법 마련에 나서고 있다.
지리산 반달곰이 나무 속에서 얼굴을 내밀고 있다. AI로 생성한 이미지.
러시아, 관광객 위협으로 알타이공화국 주변 곰 추가 사냥 허가
25일 러시아 현지 매체 보도 등을 보면, 남시베리아 지역의 러시아 알타이자치공화국 정부는 21일(현지시각) 투로차크 지역에서 이틀 동안 곰 12마리를 사살했다고 밝혔다. 지난 19일 알타이공화국의 한 관광지에서 20대 여성이 야영 중 곰에게 끌려가 숨진 사건이 발생한 데 따른 조치다.
남서 시베리아 노보시비르스크 출신 스네자나 코롤료바(29)는 사고 당시 남자친구와 함께 텐트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이날 새벽 1시께 곰 한 마리가 텐트를 찢고 들어와 코롤료바를 끌고 갔고, 이후 인근 숲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남자친구와 주변 사람들이 곰을 쫓으려 했지만 피해를 막지는 못했다. 특히 코롤료바는 사고 하루 전 남자친구에게 청혼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미하일 막시모프 알타이공화국 정부 대변인은 알타이공화국 자연자원부가 추가 곰 사냥 허가를 발급한 첫날인 19일 7마리를 사살한 데 이어 다음 날 5마리를 추가로 제거했다고 밝혔다. 당국은 앞으로도 곰 개체수 조절을 이어갈 방침이다. 자연자원부는 추가 사냥 허가를 내렸으며, 사냥꾼과 수렵감시관뿐 아니라 무인기 전문 인력까지 현장에 투입했다.
불곰. ⓒ타스=연합뉴스
관광객에 대한 통제도 강화됐다. 사고 지역 일대 숲과 강변에서는 오는 29일까지 텐트를 설치하는 행위가 금지됐으며, 텔레츠코예 호수 인근 일부 마을도 곰 출몰 위험을 이유로 관광객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해당 지역에서는 이전부터 곰이 주거지와 관광지 주변에 자주 출몰했다는 증언이 이어졌으며, 사고 당일에도 인근 상점과 다른 야영지 주변에서 곰이 목격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에 서식하는 야생 곰은 대부분 불곰으로, 전국 개체수는 자료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략 10만~20만 마리 이상으로 추정된다. 2001~2018년 러시아에서는 곰으로 인해 최소 310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으며, 이 가운데 178명이 부상하고 132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된 통계도 있다. 단순 계산으로 연평균 17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한 셈이다.
특히 이번 사살의 경우 민가·관광지 주변의 위험 개체 제거라는 면에서 어쩔 수 없는 조치라는 의견도 있다.
일본, 2030년까지 곰 개체수 현재 약 62~67%로 축소
일본 북부 홋카이도 샤리에서 갈색 곰 두 마리가 도로를 배회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일본 역시 곰으로 인한 피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면서 강력한 개체수 조절에 나서고 있다. 다만 일본의 경우 곰 개체수를 대폭 줄이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생태계 관리의 적정성을 둘러싼 논란도 예상된다.
일본은 2025회계연도에 역대 최악의 곰 인명 피해를 기록했다. 2025년 4월부터 2026년 3월까지 곰으로 인한 인명 피해자는 238명으로, 이 가운데 13명이 사망하고 약 225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곰 출몰 신고도 5만776건에 달했다.
특히 도호쿠·간토·주부 지역을 중심으로 피해가 집중되면서 일본 정부는 곰의 자연 증가율보다 높은 수준으로 포획해 2030년까지 개체수를 현재의 약 62~67% 수준으로 낮춘다는 목표를 세웠다. 환경성 추계에 따르면 일본 전역에 서식하는 곰은 약 5만6천 마리에 이른다. 캐나다·러시아·미국을 제외하면 일본은 곰이 가장 많이 서식하는 국가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 면적을 고려하면 일본은 세계적으로도 곰 밀도가 높은 국가에 속한다.
피해가 커졌다고 해서 곰의 숫자를 줄이는 것이 최선의 해결책인지를 둘러싼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일본의 곰 개체수 증가는 산림 내 먹이 환경의 변화와 인구 감소, 특히 농촌 지역의 인구 감소로 인간의 생활권과 야생동물의 경계가 허물어진 현상과도 관련이 있다. 곰이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고 주거지에서 먹이를 찾는 행동에 익숙해지는 것도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이에 '왜 곰이 마을로 내려오는가'는 근본적 문제에 대한 진단 없이 '내려온 곰을 얼마나 잡을 것인가'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 모니터링과 '문제 곰' 포획으로 대응
지리산 반달곰. ⓒ연합뉴스
한국은 러시아나 일본과 달리 곰 개체수를 일괄적으로 줄이는 대신, 복원된 반달가슴곰 가운데 사람과 반복적으로 충돌하는 문제 개체를 선별해 관리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리산국립공원 내 반달가슴곰 개체수가 100마리에 육박하면서 주민 피해 예방과 탐방객 안전을 함께 고려한 관리 체계가 요구되고 있다. 국립공원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지리산권 반달가슴곰은 96마리까지 증가했다.
환경부와 국립공원공단은 국내 반달가슴곰을 복원하기 위해 2004년부터 복원 사업을 시작했다. 19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한반도 전역에 분포했던 반달가슴곰은 웅담을 노린 밀렵과 일제강점기 해수구제사업 등으로 급격히 개체수가 감소했다. 이후 서식지 훼손까지 겹치면서 국내 야생 반달가슴곰은 사실상 멸종 위기에 놓였고, 당시 남은 개체수가 5마리에 불과하자 복원 사업이 추진됐다.
복원 사업이 성과를 내면서 개체수가 늘었지만, 그만큼 사람과 곰의 생활권이 겹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특히 봄철 활동이 본격화하면서 지리산 인근 구례 등 양봉 농가에서는 반달가슴곰의 출몰과 재산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반달가슴곰 방사 이후 2004년부터 2025년 6월까지 발생한 재산 피해는 모두 594건으로, 이 가운데 벌꿀 피해가 497건에 달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양봉 농가에 반복적으로 출몰한 반달가슴곰 KF-34다. KF-34는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모두 14차례 경남 산청·함양군 일대 양봉 농가에 침입해 벌통을 부수고 꿀을 먹었다. 연도별로는 2018년 2건, 2020년 5건, 2022년 3건, 2024년 4건의 피해가 발생했다. 한 농가에서는 벌통 28개를 한꺼번에 부수기도 했고, 다른 농가에서는 벌꿀 17되를 먹어치우기도 했다.
문제의 KF-34는 2018년과 2020년 두 차례 사람의 생활권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주·방사됐지만, 이후에도 마을 인근으로 내려와 양봉 농가를 반복적으로 찾았다. 결국 야생성을 잃고 사람과의 충돌 가능성이 커진 문제 개체로 판단되면서 포획해 보호시설로 옮기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요컨대 한국 정부와 국립공원공단은 지리산 반달가슴곰 관리에 있어 개체별 위치와 행동을 모니터링하고, 서식지와 탐방객을 관리하는 한편 사람의 생활권에 반복적으로 침입하는 문제 개체를 생포해 보호시설로 옮기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