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에어와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한진그룹 산하 저가항공(LCC) 3사가 합병계약을 맺었다. 이들은 2027년 3월 ‘통합 진에어’로 재탄생하게 된다.
세 회사는 12월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합병계약에 대한 주주들의 승인을 얻는 절차를 거친다. 진에어와 에어서울은 무난한 통과가 예측되지만, 에어부산의 경우 아직 변수가 남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LCC 통합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부산을 중심으로 흘러나오고 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앞으로 부산 지역사회와 주주들의 반대여론을 가라앉히는 데 힘쓸 것으로 보인다.
진에어 B777-200ER ⓒ 대한항공
2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진에어와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LCC 3사는 21일 합병계약을 맺었다. 3사 이사회는 각각 회의를 열고 합병계약을 승인했다.
세 회사는 2027년 3월17일 합병등기를 완료하고 ‘통합 진에어’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이번 합병은 진에어가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을 흡수하는 흡수합병으로 이뤄진다. 진에어는 존속하고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은 합병 후 소멸한다. 진에어는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의 자산과 부채, 권리·의무, 고용과 법적 지위를 승계한다.
합병비율은 진에어 1, 에어부산 0.2862684, 에어서울 0.7501939로 정해졌다. 이 비율은 자본시장법과 시행령에 따라 상장사인 진에어와 에어부산은 기준시가를 기초로, 비상장사인 에어서울은 본질가치를 기반으로 산정됐다. 각사의 합병가액은 진에어 5156원, 에어부산 1476원, 에어서울 3868원이다.
◆ 통합 진에어 탄생까지 남은 변수 : 부산지역 여론과 에어부산 주주 반대
LCC 3사는 12월7일 각각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합병계약을 승인하게 된다. 합병은 주주총회 특별결의(발행주식 총수 3분의 1, 출석 주주 의결권 3분의 2 이상 찬성) 사안이므로 주주들의 동의를 얻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후 12월7일부터 28일까지 반대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기간이 예정돼 있다. 주식매수청구권이 행사된 주식매수가액을 모두 합산한 금액이 2천억 원을 초과하는 경우 3사는 합병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회사별로 들여다보면, 에어서울은 비상장회사이자 아시아나항공의 100% 자회사여서 걸림돌이 없는 상태다.
진에어는 대한항공이 지분 54.91%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이고 그 외 소액주주들도 합병을 호재로 받아들이는 상황이어서 주주총회에서 이변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사측이 제시한 주식매수예정가격(5244원)이 현재 형성된 시장 주가(5700원대)보다 낮기 때문에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의 실익이 없는 상태다. 향후 주가도 합병에 대한 기대감으로 더욱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에어부산의 경우에도 부결 확률은 낮아진 것으로 평가된다.
에어부산의 최대주주인 아시아나항공은 6월16일 에어부산 전환사채에 대한 전환권을 행사하기 전까지 지분 41.89%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 지분율은 주주총회 특별결의 등 중대한 의사결정을 주도하기에는 불안한 수준이라는 평가가 있었다. 하지만 전환권 행사에 따라 지분율이 58.40%까지 올랐고, 주주총회 출석률이 100%에 이르지 못하는 점을 고려할 때 사실상 특별결의까지 장악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최근 1500원대에서 형성된 에어부산 주가가 에어부산이 제시한 주식매수예정가격(1495원)보다 높아 주식매수청구의 실익이 사라진 상태다. 아울러 에어부산 주주들 사이에서도 통합 진에어의 주가 상승을 기대하면서 찬성표를 던지고 통합 진에어 신주를 받는 쪽이 유리하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2025년 10월23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서울에서 열린 '한진그룹 80주년 기념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다만 부산 지역사회에서는 반대여론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애초 에어부산은 2007년 부산시와 지역 상공계, 아시아나항공이 함께 출자해 지역 항공산업 발전을 목표로 설립된 회사다. 회사의 성장도 김해공항을 거점으로 삼아 이뤄졌다. 이 때문에 부산시와 부산지역 기업, 시민단체 들은 그간 에어부산을 한진그룹에 통합시키지 말고 분리 매각할 것을 요구해 왔다. 지금도 부산시와 부산 기업들은 도합 16%가량의 에어부산 지분을 갖고 있다.
이번 합병계약 이후에도 반발하는 메시지가 나왔다. 이 지역 국회의원인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부산 동구·서구)은 25일 성명을 내고 “에어부산은 (2020년) 통합 추진 이후 발행주식 수가 증가해 기존 주주가치가 크게 희석됐는데도 자산가치와 수익가치, 김해공항 거점 항공사로서의 사업 가치는 평가하지 않고 시장 주가만으로 합병비율을 결정했다”면서 합병비율을 문제 삼았다. 그러면서 “12월 임시주총 전에 에어부산의 실질가치를 반영한 독립적인 공정가치 평가를 실시하고, 일반주주와 지역사회가 납득할 수 있는 합병비율인지 다시 검증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통합 진에어의 본사를 부산에 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부산지역 22개 단체가 참여한 ‘신공항과 거점항공사 추진 부산시민운동본부’는 24일 성명을 내고 “에어부산은 부산시와 부산 상공계가 함께 출자하고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한 대표적인 지역 기반 기업”이라며 “3사 통합으로 에어부산이 사라지면 본사 기능마저 수도권으로 이전돼 수도권 초집중만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가균형발전과 초광역권 육성의 관점에서 통합 항공사의 부산 본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항공업계에서는 이처럼 통합 LCC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는 경우 한진그룹과 조원태 회장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따라 앞으로 조원태 회장 등 한진그룹 경영진은 임시주총까지 남은 기간 통합 진에어의 청사진과 주주환원책을 제시하면서 부산 지역사회와 에어부산 주주 달래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자칫 합병 과정에 변수가 발생하는 경우 ‘통합 대한항공’과 ‘통합 LCC’의 투트랙으로 ‘뉴 한진’을 실현하겠다는 구상에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