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당시부터 약속드린 것처럼 지속적 성장과 건전한 성장, 수익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케이뱅크가 계획대로 차근차근 순항하고 있다."
케이뱅크 상반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최우형 행장이 한 이야기다.
최 행장의 '순항' 이야기에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가 케이뱅크의 두 가지 성장축 가운데 하나로 꼽은 소호(개인사업자) 대출은 올해에만 1조 원 가까이 늘었다. 이자이익도 두 자릿 수로 증가했다.
다만 주가는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상장 6개월이 다 되어가는 지금, 케이뱅크 주가는 공모가의 67% 수준인 5천 원대 중반에 머물러 있다. 이제 시장에서 평가받는 상장사가 된 만큼, 기업가치 제고 계획의 부재와 순이익 감소는 최 행장이 남은 임기 동안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최 행장의 임기는 내년 3월31일까지다. 지배구조 모범관행에서 승계절차 개시를 임기 만료 3달 전으로 권고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최 행장이 성과로 답할 수 있는 시간은 넉 달 남짓 남아있는 셈이다.
최우형 케이뱅크 행장의 임기가 7개월 남짓 남은 상황에서, 케이뱅크의 상장 이후 주가가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그래픽 허프포스트코리아
◆ 반등은 있었으나 회복은 없었다, PBR 1배도 깨진 주가
25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3월5일 케이뱅크가 상장한 이후 8월24일까지 117거래일이 지나는 동안, 케이뱅크 주가가 종가 기준으로 공모가 8300원을 넘어선 것은 상장 당일 하루뿐이다. 그날 케이뱅크는 8330원에 거래를 마쳤다. 공모가를 30원 웃돈 것이 전부였다.
주가가 일방적으로 내리기만 한 것은 아니다. 상장 이후 하향 곡선을 그리던 주가는 5월18일 장중 52주 최저가인 5210원까지 떨어진 뒤 반등하기 시작해 6월17일 종가 기준 7200원까지 회복됐다.
하지만 이후 주가는 재차 하락해 현재는 상장 이후 최저 수준으로 되돌아왔다. 8월24일 종가는 5550원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재 케이뱅크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장부상 순자산에 못 미치 0.96배 수준이다. 공모가 산정 당시 적용된 PBR이 1.38배로 이미 보수적 밸류에이션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보수적으로 매긴 기업가치조차 시장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 성장축 '소호 대출'은 늘었지만 주주의 몫은 달랐다, 상장 후 총주주수익률은 -32%
실적만 놓고 보면 케이뱅크가 은행으로서 순항하고 있다는 최 행장의 설명은 사실에 부합한다. 이자 부문 지표는 뚜렷하게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케이뱅크의 상반기 이자이익은 253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117억 원보다 19.5% 늘었다. 순이자마진(NIM)은 1.38%에서 1.59%로 0.21%포인트 올랐고, 원화예대금리차도 1.89%에서 2.14%로 0.25%포인트 확대됐다.
성장을 이끈 것은 소호 대출이다. 잔액은 지난해 상반기 1조5820억 원에서 3조3010억 원으로 108.7% 늘었다. 지난해 말과 비교한 상반기 순증 규모는 약 9900억 원이며, 분기별 순증액은 8개 분기 연속 확대됐다. 반기보고서 기준 기업여신 잔액은 3조3015억 원으로 전기 말 2조3107억원에서 1조 원 가까이 증가했다.
건전성도 관리됐다. 6월 말 연체율은 0.60%,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59%다. 대손충당금적립률은 261.35%를 기록했다.
자본여력은 대폭 늘었다. 2025년 말과 비교해 올해 상반기의 총자본비율은 14.52%에서 20.02%로, 보통주자본비율은 12.43%에서 18.08%로 올랐다. 상장 신주 발행에 따른 자본 유입이 반영된 결과다.
고객 기반도 확대됐다. 6월 말 고객 수는 1645만 명으로, 연령별 인구 대비 고객 비율이 32%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30%를 넘어섰다.
하지만 상장사로서 ‘주주에게 돌아가는 몫’을 들여다보면 그림이 조금 달라진다. 상반기 순이익은 601억 원으로 전년 동기 842억 원보다 28.7% 줄었다. 2분기만 보면 269억 원으로 60.6% 감소했다.
순이익 감소의 주요 원인은 비이자이익의 감소다. 케이뱅크의 상반기 비이자이익은 734억 원에서 233억 원으로 68.3% 축소됐다. 대출채권 매매손익이 지난해 상반기 656억 원에서 270억 원으로 줄어든 것이 주된 원인으로, 매각이익 감소 효과를 제외하면 순이익은 186억 원에서 331억 원으로 오히려 늘어났다.
그러나 순이익 감소에 신주 3천만 주 발행에 따른 희석까지 맞물리면서, 주주가 손에 쥐게 되는 몫을 보여주는 지표는 큰 폭으로 후퇴했다. 기본주당순이익(EPS)은 지난해 상반기 224원에서 올해 상반기 146원으로 줄었으며 2분기 EPS는 182원에서 63원으로 감소했다.
총주주수익률(TSR)은 상반기 보고서 기준 –31.81%를 기록했다. 총주주수익률은 주주가 일정 기간 주식 투자로 얻은 모든 실제 수익(주가 변동에 따른 평가손익, 배당금 등)을 합산하여 비율로 나타낸 핵심 투자 성과 지표다.
◆ 시장이 기다리는 건 '계획'이다, 최우형에게 기업가치 증명을 위해 남은 시간은 넉 달
케이뱅크는 아직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하지 않았다. 올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한 상장사는 733개사로, 시가총액 기준으로는 전체 시장의 80%를 넘는다.
물론 자율공시 사항인 데다, 케이뱅크가 상장한 지 반년이 채 되지 않은 기업이라는 점은 고려할 필요가 있다. 금융위원회가 권장하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의 공시 주기도 연 1회다.
다만 상장 이후 처음 열린 올해 상반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도 주가 부양 방안은 제시되지 않았다.
이준형 케이뱅크 전략실장 CFO(최고재무책임자)는 7월30일 콘퍼런스콜에서 “다양한 신규 성장 산업이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투자를 통해 기업 가치를 향상하는 게 주주 환원보다 앞서있다고 생각한다”라며 “자산 성장이나 이익 성장으로 ROE가 적정 수준이 되면 적극적으로 주주환원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케이뱅크 관계자 역시 “현재는 성장에 집중해서 기업가치 향상하겠다는 것이 케이뱅크의 목표”라고 말했다.
문제는 최 행장에게 기업가치의 향상이라는 결과를 내놓을 수 있는 시간이 그리 많이 남아있지 않다는 것이다. 최 행장에게 보장된 임기가 내년 초까지인 데다가 하반기에 주가를 흔들 변수도 놓여 있기 때문이다.
9월에는 2대 주주인 우리은행이 보유한 9%대 지분의 보호예수가 해제된다. 동시에 다른 재무적투자자(FI)들의 보호예수 물량도 풀리면서 케이뱅크 주식의 유통물량은 36%에서 66%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난다.
우리은행은 상장 당일에도 보호예수가 걸리지 않은 753만6442주를 주당 8738원에 처분한 바 있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우리은행이 보유한 케이뱅크 지분은 9.22%다.
최 행장의 임기는 내년 3월31일까지지만, 금융당국이 지배구조 모범관행에서 최고경영자의 임기 만료 세 달 전에 승계절차를 개시하도록 권고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 행장이 시장에 성과로 대답할 수 있는 시간은 사실상 넉 달 정도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