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산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 부과하는 관세를 올리겠다고 선언하자 미국 자동차 업계엔 '비상등'이 켜졌다. 미국 자동차 산업은 캐나다에서 만드는 부품을 많이 이용하기 때문이다.
관세가 현실화되면 현대자동차에게는 이득이 될 수도 있다. 현대자동차는 미국 현지화에 노력해 왔고, 미국이 수입하는 한국산 자동차 부품에 부과된 관세가 상대적으로 낮아져 가격 경쟁에서 유리해지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6년 8월24일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걸어나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각) 본인의 SNS인 트루스소셜에 "캐나다는 몇 년간 미국을 착취해 왔다"며 "2027년 1월1일부터 모든 캐나다산 승용차, 대형· 소형 트럭, 자동차 부품, 철강에 부과되는 관세를 50%로 인상할 것이다"고 밝혔다.
지난 7월 말 트럼프 대통령은 하키 스틱, 꿀, 맥주, 위스키 등 일부 품목에 5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캐나다와 미국 정부는 관련해 7월 말부터 무역 협상을 진행했으나 지난 21일 협상은 결렬됐고 22일 새벽 관세가 발효됐다.
이에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22일 "캐나다도 9월8일부터 철강, 유제품, 가전제품, 전자제품 등 미국산 제품에 트럼프 대통령이 부과한 관세와 같은 규모로 맞대응할 것이다"며 "미국은 캐나다를 공격했고 우리는 무역 전쟁에 들어섰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캐나다산 차량 및 차 부품 관련 관세는 캐나다와 미국 사이 무역 전쟁의 연장선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아직 해당 관세가 발효되기까지는 4개월이 남아있기에 양국 간 협상이 재개될 시간은 있다. 다만 만일 이 관세가 그대로 적용된다면 미국 자동차 업계는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미국 자동차 산업 특성상 북미는 하나의 시장처럼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1990년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도입과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중 체결된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이후 자동차 기업들은 부품과 차량을 국경을 넘어 자유롭게 이동시키고 조립해 왔다.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자동차 관련 관세를 발표했으나 캐나다산 자동차와 부품에 부과된 25% 관세의 부담을 크게 줄이는 예외 조항이 있었다. 이에 미국 자동차 기업들은 캐나다와 멕시코 국경을 넘나들며 자동차를 생산하는 관행을 유지했다.
미국 컨설팅 회사 앤더슨경제그룹의 패트릭 앤더슨 최고경영자(CEO)는 24일 CNN에 "트럼프 대통령의 50% 관세는 자동차 산업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다"며 "캐나다와 미국 모두에서 공장 여럿이 문을 닫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글로벌 대형 회계법인 KPMG의 레니 라로카 미국 자동차 산업 부문 리더는 24일 뉴욕타임스에 "일부 자동차 기업들은 캐나다 대신 미국 공장에서 공급업체를 찾으려 하고 있으나 공급망을 옮기는 데에는 비용과 시간이 걸린다"며 "또 미국에서는 캐나다에서 생산되는 알루미늄 부품 등 특정 품목을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만일 트럼프 대통령의 말대로 캐나다산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에 50% 관세가 붙는다면 현대차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먼저 현대차는 이미 현지화 과정을 거치고 있었다. 호세 무뇨스 현대자동차 사장은 지난 20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조지아주에 있는 현대자동차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공장의 연간 생산 능력을 늘릴 것이다"며 "기존 50만 대에서 2028년까지 최대 70만~80만 대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뇨스 사장은 이미 지난 3월 서울 양재동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미국에서 판매되는 현대차의 경우 미국산 부품 비율을 60%에서 2030년까지 80%로 올릴 것이다"고 발표해 관세가 붙는 한국산 부품의 비율을 줄일 것이라고 암시했다.
또한 캐나다산 차 부품에 높은 관세가 붙으면 한국산 차 부품은 비교적 저렴해진다. 한국산 차 부품에는 15%의 관세가 부과되는데, 이는 캐나다산 차 부품에 붙는 50% 관세보다 크게 낮기 때문이다. 이에 현대자동차가 가격경쟁력 측면에서 캐나다산 부품에 주로 의존하는 자동차 기업보다 유리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