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의 이례적 대법관 '서면 제청'을 둘러싸고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이 각각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청와대는 조 대법원장이 추천한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의 제청을 반려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지도부는 '대법원장 탄핵'이 아니라 사법부 내부의 자정 움직임을 촉구하며 조 대법원장 압박에 나섰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2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21일 유튜브 채널 '오마이TV'에 출연해 조 대법원장의 제청을 두고 "기존 관례를 벗어난 패턴으로, 매우 엄중한 상황으로 보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전례가 없기 때문에 1987년 이후의 여러 관례를 살펴보고 법률적 부분들도 검토해 나가면서 이 사태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숙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성 수석은 청와대가 손봉기 부장판사를 대법관에 임명하지 않고 재제청을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을 두고 "협의 절차를 건너뛴 일방적 통보를 한 중대한 상황인 만큼 그런 방안에 대해서도 숙고 중"이라고 말해 재제청 요구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특히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이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청와대에 대통령과 대법원장의 만남을 요구했지만 기회를 얻지 못했다", "서면 제청 방식은 민정수석과 협의했다"는 취지로 주장한 데 대해서는 "둘 다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앞서 조 대법원장은 18일 올해 3월 퇴임한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으로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를, 오는 9월 퇴임하는 이흥구 대법관 후임으로 김성수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했다. 그러나 통상 이뤄져 온 대통령과 대법원장의 면담과 사전 조율 없이 서면으로 제청이 이뤄지면서 여권에서는 사실상 '대통령 패싱'이라는 반발이 터져 나왔다.
청와대가 손봉기 부장판사에 대한 재제청을 요구한다고 해도,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를 수용할지 여부는 불문명하다. 청와대의 재제청 요구 또한 전례가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와 별도로 민주당 지도부에서는 조 대법원장의 서면 제청 직후 격앙됐던 분위기와 달리 대법원장 탄핵에 대해선 사실상 침묵하고 있다. 특히 국회가 나서는 게 아니라, 법원 내부가 움직여야 한다면서 공을 법원 내부로 떠넘기는 발언까지 내놨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이날 강원 강릉시 강릉시청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최고위)에서 "근본 문제는 사실 국회가 흥분할 일이 아니고 사법부가 흥분할 일"이라며 "사법부, 대법원이 먼저 흥분해 주시고 법관들께서 좀 흥분해 주셔서 조희대 대법원장의 잘못된 행태를 어떻게 할지 빨리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청와대로서는 이번 제청을 '유례없는 일방 통보'라고 규정한 만큼 이를 그대로 수용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반대로 민주당이 곧바로 탄핵에 나설 경우 사법부와의 전면 충돌은 물론 정치적 역풍에 대한 부담도 적지 않다.
이에 손 부장판사 반려와 재제청 요구, 조 대법원장 사퇴 압박 등을 통해 공세는 이어가되, 탄핵보다 한단계 낮은 수위를 택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다만 민주당 내 탄핵론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친청계의 이성윤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에서 "탄핵 사유는 이제 충분하다"며 "민주당에서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 추진을 적극 검토해달라"고 요구했다. 서미화 최고위원도 조 대법원장의 자진 사퇴를 촉구했고, 한민수 최고위원 역시 조 대법원장이 자리를 지킬 경우 국회 차원의 대응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