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장관이 18일(현지시각) 자신의 텔레그램 채널에 공개한 영향을 통해 팔레스타인인 사형수들을 위한 교수형 시설 건설 현장을 공개하고 있다. ⓒ이타마르 벤그비르 텔레그램 채널
이스라엘의 극우 성향 국가안보장관 이타마르 벤그비르는 18일(현지시간) 자신의 텔레그램 채널에 올린 영상을 통해 팔레스타인인 사형수들을 위한 교수형 시설 건설 현장을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
한국에서 약 8000km 떨어진 이스라엘에서 만들어지는 사형장의 모습을 우리는 화면으로 지켜보고 있다. 죽음을 집행할 공간이 세워지는 모습보다 더 서늘한 것은, 그 공간을 바라보며 자랑스럽게 말을 이어가는 벤그비르 장관의 표정이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약속했고 지키고 있다. 나는 감옥에 수감된 테러리스트들의 처우를 더 열악하게 만들겠다고 약속했고 이를 이행했다. 나는 테러리스트 사형법을 통과시키겠다고 약속했고 실제로 통과시켰다. 그리고 이제 사형수 수용동과 교수형 시설도 모습을 갖춰가기 시작했다. 우리는 역사를 만들고 있다. 우리 테러리스트들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하나뿐이다. 교수형에 의한 죽음이다."
이 시설은 이스라엘 중부의 한 교도소에 건설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정확한 교도소 이름과 위치는 공개되지 않았다. 범죄 피해자 유가족이 사형 집행을 참관할 수 있도록 하는 공간도 마련될 예정이다.
그는 영상에서 자신이 추진해온 ‘테러리스트 사형법’이 실제 집행을 위한 시설 건설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스라엘 의회(크네세트)는 지난 3월30일 테러 행위로 사람을 살해한 이들에게 사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안을 최종 통과시켰고, 이 법은 4월5일부터 발효됐다.
법에 따르면 요르단강 서안에서 테러 행위로 사람을 고의로 살해한 지역 주민에게 사형을 원칙적으로 선고하도록 하고, 군사법원이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판단할 경우에만 종신형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사형은 교수형으로 집행하도록 규정했다.
그동안 이스라엘은 사실상 사형제 폐지 국가로 평가됐다. 이스라엘에서 사형이 법조문에서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이스라엘은 1954년 살인죄에 대한 사형을 폐지했지만, 나치 및 나치 협력자 처벌법 등 극히 예외적인 범죄에는 사형을 선고할 수 있는 조항을 남아있다.
이후 이스라엘이 사형을 집행한 사례는 단 한 차례뿐이다. 나치 전범 아돌프 아이히만이 1962년 5월31일 예루살렘에서 교수형에 처해졌다. 이스라엘 의회 역시 아이히만의 처형 이후 지금까지 사형이 집행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그로부터 64년이 흘렀다. 그런데 지금, 오랫동안 멈춰 있던 교수대가 다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과거 나치 전범에게 적용됐던 사형이 이제 팔레스타인인 '테러리스트'에게 적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장관이 5월20일(현지시각) 소셜미디어 엑스(X, 옛 트위터)에 억류된 구호 활동가들의 모습이 담긴 영상(사진)을 올렸다. ⓒ이타마르 벤그비르 엑스 계정
그 법이 누구를 향하고 있는지는 벤그비르 장관이 ‘적’을 대하는 태도에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그는 앞서 지난 5월 20일(현지시간) 구호 활동가들을 임시 수감한 시설을 찾아가 이들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 속 활동가들은 두 손이 뒤로 묶인 채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 앞에서 벤그비르 장관은 이스라엘 국기를 흔들며 웃었다. 그는 "이스라엘에 온 것을 환영한다. 우리가 바로 이 땅의 주인"이라고 말했고, 손이 묶인 한 남성의 얼굴 가까이 다가가 "이스라엘 국민은 살아 있다"고 외쳤다. 한쪽에는 무릎 꿇린 사람이 있었고, 다른 한쪽에는 그 모습을 내려다보며 웃는 권력자가 있었다.
벤그비르 장관의 언어는 이런 태도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그는 지난 15일(현지시간) 밤 공개된 롬 브라스라브스키의 팟캐스트 ‘10월8일’ 첫 회에 출연했다. 진행자인 브라스라브스키는 하마스에 억류됐다가 풀려난 이스라엘인이다.
이 자리에서 벤그비르는 최근 가자지구에 대한 군사작전의 강도를 둘러싸고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의견이 다르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러면서 "가자지구에서 매일 밤 30~40명을 표적 암살해야 한다. 당장 직접적 위협이 되지 않는 사람도 있다. 그들은 살 자격이 없고, 심지어 인간조차 아니다"라고 말했다.
2023년 10월7일 시작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은 어느덧 2년 10개월을 넘어섰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죽음은 숫자가 된다. 누가 죽었는지보다 몇 명이 죽었는지가 중요해지고, 누군가의 죽음이 애도해야 할 비극이 아니라 환호해야 할 승리가 된다.
이스라엘은 이제 정의와 복수의 이름으로 팔레스타인인을 사형대에 세우려 한다. 그리고 이를 자랑스럽게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정의와 복수로 아무리 치장하려 해도, 전쟁과 폭력의 본질은 야만일 뿐이다. 특히 강자가 약자에게 행하는 폭력은 더욱 더 야만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