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해 전당대회에서 경쟁했던 정청래·송영길 의원을 한자리에 불러 만찬을 함께하며 당내 갈등 봉합에 나선다.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1회 을지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19일 오후 김민석 신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정청래, 송영길 의원과 함께 만찬을 갖고 당내 갈등 봉합에 나선다. ⓒ연합뉴스
8·17 전당대회 과정에서 격화한 민주당 내부 갈등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되겠다는 행보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화합 행보와 달리 민주당 지지층과 대형 유튜브 스피커들 사이에서는 갈등의 불씨가 가라앉기 보다는 오히려 더욱 커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이른바 '뉴 이재명' 스피커와 지지층은 친청(친정청래)계 최고위원들의 2028년 총선 공천까지 언급하면서 '굴복'을 요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19일 오후 청와대에서 김민석 민주당 대표, 정청래 전 대표, 송영길 의원과 만찬 회동을 갖는다. 민주당 전당대회가 끝난 지 이틀 만에 이뤄진 당권주자들과의 만남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최대한 빠르게 민주당 내부를 통합하려는 이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도 "이번 만찬은 당의 통합과 민생과 경제를 살피는 당정청 간의 국정협력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김민석 대표와 정청래 의원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당청 관계와 반명(반이재명) 등을 두고 날선 공방을 펼쳤다. 특히 정 의원은 자신을 겨냥한 ‘반명’ 공세에 강하게 반발했다.
그런데 전당대회가 끝나자마자 정 의원의 서울 마포구 지역사무실에는 "반명수괴 정청래의 승복을 빕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조화가 배달됐다. 정 의원의 전당대회 패배를 조롱하는 동시에 정 의원이 반명 세력의 우두머리라 낙인 찍으려 하는 것이다.
조화를 보낸 사람은 자신을 '리박작세 B시민 권당'이라고 표현했다. 이언주 민주당 의원이 강의를 했다는 리박스쿨 관련 작전세력이 민주당 내에 침투했다는 일부 전통적 지지층들의 반응과 유시민 작가의 ABC론 가운데 이익을 중시하는 B, 그리고 민주당 권리당원이라는 표현을 함축해놓은 문구로 풀이된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 지역사무실에 전달된 화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친청(친정청래)계인 한민수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청래 당대표 후보자 지역사무실로 반명(반이재명) 수괴를 운운하며 전당대회 결과에 승복하라는 조화가 배달됐다고 한다"며 "전당대회 이후 당의 단합을 해치는 행위들은 멈춰주길 간곡히 호소드린다"고 말했다.
'뉴 이재명' 성향의 강성 스피커들과 지지층들의 공세는 정 의원을 넘어 최민희, 한민수, 이성윤 의원 등 친청계 최고위원들을 정조준하고 있다. 만일 김민석 대표에 뜻에 따르지 않을 경우 2028년 총선에서 공천을 장담할 수 없다는 '협박'도 서슴지 않는다.
이 대통령의 뜻을 가장 잘 안다고 강조해 '앞선실세'라는 별칭을 얻은 이동형 작가는 18일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한민수 의원 지역구에 누가 있느냐, 박용진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이 있다"고 말했다. 한 의원과 박 부위원장은 서울 강북을 지역구를 두고 경쟁이 예상되고 있는 만큼 한 의원이 공천권을 쥔 김민석 대표와 다른 견해를 표출하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 작가는 최민희, 이성윤 의원의 지역구도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으로 다음 총선에서 출마를 노리는 사람들이 많다며 김민석 대표에게 지속적으로 어깃장을 놓는다면 공천을 장담할 수 없을 것이란 주장도 내놨다. 민주당 내 동료 의원 평가나 심사 과정에서 하위 평가를 받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이 대통령 팬카페인 '재명이네 마을'은 검찰개혁 원칙론자인 김용민 민주당 의원의 강퇴 논의에 돌입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안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김 의원은 당과 청와대 사이를 이간질하고 이 대통령을 음해한 인물이라는 것이다.
수십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친민주당 성향의 대형 정치 유튜브 채널들 사이에서도 갈등이 표면화하고 있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정청래 의원을 지지했던 ‘시사타파’(구독자 57만3천 명) 측은 뉴 이재명 지지자가 시사타파 채널 채팅창에서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암살 모의가 있었다는 취지의 허위사실을 유포했다고 주장하며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김민석 대표가 전당대회 과정에서 공개적으로 가만두지 않겠다고 경고한 친청 성향의 박시영TV(구독자 69만6천 명)는 민주당으로부터 고발을 당할 가능성이 있다.
지지층 갈등의 뿌리를 놓고도 뉴 이재명과 전통적 지지층들의 인식은 정반대다. 뉴 이재명 성향의 스피커들과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사태의 출발점이 김어준씨와 유시민 작가, 그리고 두 사람을 지지하는 기존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자신들을 ‘구태 지지층’으로 규정하고 정청래 의원을 비롯한 당내 인사들을 ‘반명’으로 낙인찍으며 민주당의 정체성을 훼손하려는 세력이 바로 '뉴 이재명'이라고 비판한다.
특히 이 대통령이 잇달아 뉴 이재명 세력에 힘을 싣는 듯한 발언을 하고, 국민의힘 의원들과 개헌 논의를 했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오면서 이 대통령에게서 등을 돌리는 데 주저하지 않겠다는 반응마저 나오고 있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부산 동구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에서 열린 부산 최고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민석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기 전 "최고위원 모두가 전당대회 열기를 뒤로 하고 우리가 헤쳐가야 할 이재명 정부의 성공과 당의 단합 그리고 총선 승리를 위해 이미 말을 맞춘 듯이 방향을 모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셨을 것"이라며 "바깥의 부정의를 향해서는 단호히 싸우고 내부 방향 정립을 위해서는 품격있게 지혜롭게 토론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저희는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 대표가 ‘화합’을 외치는 것과 실제 지지층이 받아들이는 화합의 의미 사이에 상당한 간극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뉴 이재명 스피커와 지지층이 이번 전당대회에서의 김 대표 선출을 '승리'라 규정하면서 반대 쪽인 전통적 지지층들을 '한줌도 안 되는 세력'이라 주장하며 '굴복'을 요구하고 유시민 작가와 방송인 김어준·최욱씨, 그리고 정청래 의원 등을 공격할수록 뉴 이재명에 반감을 가진 지지층들은 더욱 결집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전통적 지지층 가운데 일부는 이번 전당대회 과정에서 공정하게 후보들을 인터뷰하면서 중립적 입장을 견지해 온 김어준씨(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구독자 232만 명)나 최욱씨(매불쇼, 구독자 284만 명)에게도 불만을 터뜨리며 더욱 적극적으로 이 대통령과 뉴 이재명 세력에 대한 비판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현재 벌어지는 현상은 단순한 후보 간의 경쟁을 넘어 당의 정체성이 어디로 가야하는지, 주도권을 누가 쥘지 등에 대한 싸움에 가깝다"며 "이 대통령의 일회성 만찬이나 단순한 정치적 제스처만으로 지지층의 화학적 결합을 이뤄내기엔 이미 늦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의 흐름이 바뀌지 않는다면 2028년 총선에서 정말 큰 위기가 올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실망한 지지자들이 국민의힘을 찍지는 않겠지만 투표장에 나오지 않거나 통합에 실패했을 때 조국혁신당 후보에게 표를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