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전당대회 과정에서 내걸었던 '메가 탕평'이 첫 인선부터 시험대에 올랐다. 청년 최고위원을 경선이 아닌 지명 방식으로 정하면서 친청(친정청래)계 최고위원 3명이 일제히 반발한 데 이어 의결에도 불참했다.
또 당의 전략과 총선 준비, 대표 보좌를 담당하는 주요 자리에는 김 대표의 전당대회 캠프 인사들이 잇따라 배치됐다. "우리 당에 계파는 없다"며 능력과 실력을 중심으로 인사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대표의 의중이 직접 반영되는 핵심 실무 라인은 캠프 인사들이 채우는 모양새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당대표(가운데)가 21일 강원 강릉시 강릉시청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허영 의원으로부터 해안침식 관련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은 21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김 대표가 각각 청년과 노동계 몫으로 지명한 전용기 의원과 권미경 한국노총 전국공공연대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의 최고위원 지명안을 의결했다.
그러나 정청래 전 대표를 지지했던 최민희·이성윤·한민수 최고위원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회의장을 나갔다. 박성준 수석대변인은 "세 분은 사전에 설명되지 않았다는 부분에 의견을 개진하고 표결에는 참석하지 않겠다며 나갔다"고 설명했다. 나머지 최고위원들만 참여한 가운데 인선안은 의결됐다. 두 사람의 인선은 당무위원회 인준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논란은 김 대표가 전날 의원총회에서 전 의원과 권 위원장의 지명 계획을 공개하면서 시작됐다.
친청계의 반발은 전 의원 개인의 자격보다 인선 방식과 사전 협의 부재에서 비롯됐다. 김 대표는 후보 시절 지명직 최고위원 한 자리를 청년 몫으로 배정하되 '축제형 선출 방식'을 통해 뽑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별도의 경선 없이 전 의원을 직접 지명하면서 친청계 최고위원들은 이를 '공약 파기'로 규정했다.
최 최고위원은 "2030에게 공개적으로 한 약속조차 지키지 않으면서 어떻게 2030의 지지를 받을 수 있겠나"라며 결정을 재고해달라고 요구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략지역을 먼저 결정한 뒤 해당 지역 인사를 지명해야 한다고 지적했고, 한 최고위원도 "일방적 통보로 최고위를 사실상 무력화했다"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곧 치러질 전국청년위원장 선거와 별도의 청년 최고위원 경선을 동시에 진행하면 유권자와 후보군이 겹친다는 사무총장의 검토 결과에 따라 직접 지명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음 전당대회부터 청년이 선출직 최고위원에 포함될 수 있도록 당헌·당규 개정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메가 탕평'을 내세운 첫 인선이라는 점에서 출발부터 당내 반발을 자초했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워졌다. 후보 시절 공개적으로 제시한 청년 최고위원 선출 방식을 취임 직후곧바로 바꾼 데다, 이 과정에서 최고위원들과 충분한 협의도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같은 날 발표된 추가 당직 인선에서는 김 대표의 전당대회 캠프에서 핵심 역할을 맡았던 인사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당의 전략을 담당하는 전략기획위원장에는 김원이 의원이 임명됐다. 김 의원은 전당대회 당시 김민석 캠프 전체를 총괄했던 인물이다. 2028년 총선 준비를 맡는 총선준비종합상황실장에는 캠프에서 선거 전략을 담당한 윤종군 의원이 기용됐다.
당대표 비서실장으로 임명된 김태선 의원은 캠프에서도 김 대표의 비서실장 역할을 맡았다. 당 대변인에 이름을 올린 이용우 의원 역시 캠프 대변인이었고, 김 대표가 취임 직후 신설한 민주당TV 준비 태스크포스(TF) 단장에는 캠프의 선거 홍보 전략을 지휘했던 한웅현 전 민주당 홍보위원장이 발탁됐다.
김 대표가 전당대회 당시 캠프를 소수 정예의 실무형 조직으로 꾸렸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같은 인선은 더욱 눈에 띈다. 캠프에서 총괄·전략·수행·대변인·홍보를 각각 맡았던 핵심 실무진이 선거가 끝난 직후 당의 전략과 총선 준비, 대표 보좌와 메시지·홍보를 담당하는 자리로 사실상 그대로 옮겨간 셈이다.
친석(친김민석)계 인사들도 당 운영의 핵심 실무 라인에 배치됐다.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원외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 상임대표를 지낸 강위원 전 전남 경제부지사가 임명됐다. 당의 조직과 살림을 담당하는 수석사무부총장에는 '원조 친명계' 문진석 의원이 기용됐다. 문 의원은 이번 전당대회에서도 김 대표를 공개 지원하며 친청계의 공세에 맞서왔다.
물론 사무총장에 한정애 의원, 정책위의장에 권칠승 의원을 기용하는 등 모든 주요 당직을 캠프나 특정 계파 인사로 채운 것은 아니다. 특히 한 의원은 정청래 지도부에서 정책위의장을 맡았던 만큼 김 대표 측에서는 계파보다 능력과 연속성을 고려한 인선이라는 설명도 가능하다.
사무총장과 정책위의장 등 인선에서는 탕평을 고려한 흔적도 보이지만, 당의 전략과 총선 준비, 정무, 조직, 대표 보좌 등 핵심 실무진에는 캠프에서 김 대표와 손발을 맞춰온 인사들이 대거 배치됐다.
여기에 첫 지명직 최고위원 인선부터 후보 시절 내건 청년 최고위원 선출 방식을 바꾸면서 친청계 최고위원 3명의 집단 반발까지 불러, 취임과 동시에 통합을 강조했던 김 대표가 첫 인선부터 '메가 탕평'의 진정성과 '자기 사람 챙기기' 논란을 함께 떠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