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은 금융권 중에서도 성과급 비중이 큰 업종으로 꼽힌다. 같은 회사, 같은 직급이라도 개인별 임금 편차가 클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런데 자기자본 상위 5개 증권사의 반기보고서를 들여다보면 그 편차를 가르는 축 가운데 하나로 '성별'이 드러난다.
물론 성과급을 많이 받는 직군에 남성이 많이 포진돼 있다는 요소가 작용한 결과이긴 하지만, 이 요소만으로 모든 결과를 설명하기는 어렵다. 같은 부문에 있는 직원들 사이에서도 성별에 따라 임금 격차가 나는 양상이 보였고, 미등기 임원의 수 역시 여성이 남성에 비해 매우 적은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자기자본 기준 상위 5개 증권사의 2026년 상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증권사 직원들의 남녀 임금격차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각 회사 홈페이지
21일 자기자본 기준 상위 5개 증권사인 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삼성증권·메리츠증권의 2026년 반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5개 증권사 상반기 급여총액을 각 성별 직원 수로 나눈 1인당 평균 급여(이하 모든 평균 급여는 동일한 방식으로 계산)는 남성 1억5610만 원, 여성 1억670만 원으로 집계됐다. 여성이 남성의 68.4%를 받은 셈이다.
같은 방식으로 계산한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성별 임금비율은 78.6%였다. 증권사가 10.2%포인트 낮다.
인원 구성도 마찬가지다. 5개사 직원 1만3617명 가운데 여성은 5980명으로 43.9%를 차지했다. 반면 미등기임원 305명 중 여성은 29명, 9.5%에 그쳤다.
◆ 한국투자증권 미등기임원 43명 전원 남성, 다만 여성임금의 ‘절대치’는 최상위권이었다
한국투자증권의 미등기임원은 6월말 기준 부회장 2명, 부사장 1명, 전무 6명, 상무 23명, 상무보 11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여성은 한 명도 없었다. 5개사 중 여성 미등기임원이 0명인 곳은 한국투자증권이 유일하다. 김남구 한국투자금융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윤 상무가 올해 8월 미등기임원(상무)으로 재직하기 시작하면서 총 인원 수는 한 명이 늘었지만, 김동윤 상무가 남성인만큼 ‘여성 0명’이라는 지표는 변하지 않았다.
특기할만한 점은 한국투자증권이 상위 5개 증권사 가운데 여성 직원 비중이 가장 높은 회사라는 것이다. 한국투자증권의 직원 2798명 중 여성은 1307명으로 46.7%다.
임금 지표는 중간 수준이다. 남성 1인당 평균 급여는 1억8430만 원, 여성은 1억3010만 원으로 여성이 남성의 70.6%를 받았다. 격차 29.4%로 5개사 중 세 번째다.
다만 절대 금액은 높은 편이다. 남성 평균 1억8430만 원은 메리츠증권(1억9570만 원)에 이어 두 번째, 여성 평균 1억3010만 원은 5개사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회사 전체의 급여 수준이 높은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 메리츠증권 여성 임직원은 남성 임직원 임금 절반도 못 받는다, 고액 임금 부문 성비가 주요 원인
메리츠증권의 남성 1인당 평균 급여는 1억9570만 원, 여성은 9100만 원이었다. 여성 평균 급여가 남성 평균 급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46.5%다.
나머지 4개 회사의 남녀 급여 차이를 %(여/남 급여 기준)로 살펴보면 메리츠증권 다음으로 격차가 큰 삼성증권(69.9%)과 비교해도 23.4%포인트 차이가 난다. 가장 남녀 임금 격차가 적은 NH투자증권(75.5%)과 비교하면 29%포인트 차이다. 메리츠증권을 제외하면 나머지 4개 회사의 성별 임금 격차는 최대값(삼성증권)과 최소값(NH투자증권)의 차이가 약 5.6%포인트 차이로 대동소이했다.
메리츠증권의 남성 평균 급여 1억9570만 원은 5개사 중 가장 높고, 여성 평균 9100만 원은 삼성증권(8740만 원) 다음으로 낮다. 남성 최고 수준과 여성 최저 수준이 한 회사에서 만나는 구조인 셈이다.
직원 구성에서도 여성 비중이 32.6%(1710명 중 558명)로 5개사 중 유일하게 30%대에 머물렀다. 나머지 4개사는 43~47%다.
격차의 배경으로는 고액 부문의 성별 인력 구성이 지목된다. 1인당 평균 급여가 가장 높은 본사영업 부문(남성 2억6922만 원)을 살펴보면 여성 직원 수 비중은 13.0%(571명 중 74명)에 불과하다. 부문별로 보면 지점에서 여성이 남성의 48.2%를 받아 격차가 가장 컸고, 본사관리 63.3%, 본사영업 63.7% 순이었다.
임원 구성에서도 같은 흐름이 확인된다. 메리츠증권의 미등기임원 46명 가운데 여성은 3명으로 6.5%다. 한국투자증권(0%)에 이어 두 번째로 낮다.
주목할만한 대목은 여성 미등기 임원들의 직급 분포다. 메리츠증권의 여성 미등기 임원 3명(이명희·한정원·김미정)은 모두 직급이 전무다. 그 위 부사장 4명은 전원 남성이고, 아래 상무 13명·상무보 7명·관리이사 2명에도 여성이 없다.
메리츠증권의 여성 임원 비율이 낮은 데에는 여성 직원 비중 자체가 낮은 점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메리츠증권의 전체 임직원 수(소속 외 근로자 제외)는 1710명, 그 가운데 여성 임직원 수는 558명으로 상위 5개 증권사 가운데 여성 직원의 비중이 가장 낮다.
◆ 부사장 이상 여성 임원은 NH·삼성에만 있다, 5개 증권사 사내이사에 여성은 0명
여성 임원이 존재하는 회사들도 직급을 뜯어보면 여성은 아래쪽에 몰려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5개 회사를 통틀어 부사장 이상 여성 미등기임원이 있는 곳은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 두 곳뿐이다. NH투자증권의 이재경 부사장, 삼성증권의 박경희 부사장(WM부문장)이 그 주인공이다.
미등기임원이 140명으로 가장 많은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여성 16명은 전무 3명·상무 8명·이사대우 5명으로 구성돼 있다. 반면 GSO 1명, 사장 3명, 부사장 6명 등 상위 10석은 모두 남성이 차지했다.
NH투자증권은 여성 7명 중 부사장이 1명, 나머지 6명은 상무다. 전무 3명과 상무보 14명에는 여성이 없다. 삼성증권은 여성 3명 중 부사장 1명을 제외한 2명이 상무다.
이사회로 올라가면 여성의 자리는 더 좁아진다. 5개 회사의 사내이사 12명은 전원 남성이다. 여성 등기임원 7명(한국투자증권 2명, NH투자증권 2명, 미래에셋증권·삼성증권·메리츠증권 각 1명)은 예외 없이 사외이사 또는 독립이사다. 승진을 통해 경영 집행 라인에 진입한 여성은 5개 증권사 어디에도 없다는 의미다.
다만 삼성증권의 경우, 여성인 박경희 부사장이 2025년 3월 사내이사로 선임되어 활동하다가 올해 3월 일신상의 이유로 사임한 내역이 있다.
◆ 지표로 보면 NH투자증권이 상대적 양호, 한투 리테일 부문은 유일하게 여성이 더 많이 받았다
지표가 가장 양호한 곳은 NH투자증권이었다. 미등기임원 47명 중 여성이 7명으로 14.9%를 기록해 5개사 중 가장 높았고, 임금격차도 24.5%로 가장 좁았다. 직원 가운데 여성의 비중은 43.8%다.
미래에셋증권은 여성 임원 수가 16명으로 5개사 중 가장 많다. 다만 미등기임원 모수가 140명으로 압도적으로 커 비율로는 11.4%다. 직원 여성 비중은 46.4%였다.
삼성증권은 미등기임원이 29명으로 가장 적어 여성 3명이 10.3%를 차지했다. 직원 여성 비중은 45.3%다. 1인당 평균 급여는 남성 1억2510만 원, 여성 8740만 원으로 남녀 모두 5개사 중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부문별로는 특기할 만한 사례가 하나 있다. 한국투자증권의 리테일영업 부문에서 여성 1인당 평균 급여가 2억4188만 원으로 남성(2억3346만 원)을 웃돌아 103.6%를 기록했다. 5개 증권사 18개 사업부문 가운데 여성 평균 급여가 남성을 앞선 유일한 사례다. 이 부문 여성의 평균 근속연수는 22.0년으로 남성(13.5년)보다 8.5년 길다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