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란을 겨냥해 사상 최대 규모의 경제 압박을 예고했지만, 그 성패는 결국 중국·러시아·인도 등 3대 우회 통로 국가의 동참 여부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군사작전이 사실상 실패하면서 이란을 금융·에너지 봉쇄로 무너뜨리겠다는 전략이지만, 정작 이란산 원유의 최대 소비국인 중국은 제재를 정면으로 무시하며 은밀하게 유통망을 가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동맹과 우방을 향해 ‘우리 편에 서라’고 압박할수록, 실제 이행력은 중국과 러시아, 인도의 손에 좌우되는 역설적 구도가 굳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 ⓒ EPA=연합뉴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20일(현지시각) 미국 CNBC와 나눈 인터뷰에서 이란정권의 붕괴를 겨낭한 대대적 경제적 압박에 나서겠다면서 동맹의 동참을 강하게 압박했다.
베선트 장관은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대이란 경제압박 계획 내역을 공개하겠다”며 “이를 통해 이란 정권을 붕괴시킬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란을 향해 세계 역사상 가장 강력하게 공조된 경제적 고립작전을 펼칠 것이다”며 “(동맹국들에게 가서) 미국 편인지 아니면 미국에 맞설 것인지 둘 중 하나라고 이야기 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9일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을 상대로 지금까지 어떤 국가에도 가해진 적 없는 가장 파괴적인 경제작전을 개시하겠다"며 "이란에 어떤 형태로든 생명줄을 제공하는 금융기관, 기업, 항공사, 정부기관을 둔 국가는 그 자신이 엄청난 경제적 결과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제는 이 압박의 실효성이 미국의 의지가 아니라 우회 통로 국가들의 협조 여부에 달려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이란산 원유의 최대 수입국으로, 2025년 기준 이란이 선적하는 원유의 80% 이상을 사들이는 것으로 분석업체 케플러(Kpler)는 집계했다.
미국 하원 중국특별위원회가 발표한 보고서는 중국이 산둥성의 '티포트' 정제소를 통해 위장 선박과 위안화 결제, 홍콩 페이퍼컴퍼니를 동원해 제재를 우회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외교안보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은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과 러시아, 이란이 형성한 이 같은 제재 회피 네트워크를 "회피의 축"으로 규정하며 "중국·러시아·이란이 지속적으로 협력하며 제재를 회피하는 반면, 미국의 집행력은 일관성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도 직접적 군사 개입 대신 이란의 드론·미사일 생산을 지탱하는 공급망 역할을 하고 있다.
러시아 공장들은 이란산 샤헤드 드론의 대부분을 조립하고 있으며, 중국은 여기에 항법장치와 센서, 로켓연료용 화학 전구체를 공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도의 경우는 좀 더 복합적이다. 인도는 2019년 5월 미국의 압박에 굴복해 이란산 원유 수입을 완전히 끊었고, 이후 7년간 '제로 수입' 원칙을 지켜왔다.
그런데 미국-이란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며 에너지 공급에 비상이 걸리자, 미국은 지난 3월 이란산 원유에 대해 30일짜리 한시적 제재 면제 조치를 발급했고, 인도 정유사들은 7년 만에 처음으로 이란산 원유를 다시 사들이기 시작했다.
인도 정부는 당시 "이란산을 포함해 필요한 원유 물량을 확보했으며, 이란산 원유 수입에 결제상 장애도 없다"고 공식 발표했다. 하지만 이 면제 조치는 4월 19일 만료됐고, 미국이 연장을 거부하면서 인도는 다시 '전쟁 이전의 이란산 제로 수입 원칙'으로 복귀했다.
베선트 재무장관은 이 시점에 "이란산 원유를 사들이거나 이란 자금이 은행에 예치돼 있는 국가들에는 2차 제재를 적용할 것"이라고 경고하며 인도를 포함한 국가들에 압박을 가했다.
그 뒤 올해 6월 미국과 이란 간 양해각서(MOU)에 따라 이란 원유 부문에 대한 60일짜리 한시적 제재 유예가 다시 발급됐고, 이 조치는 만료를 앞두고 있어 인도가 이란산 원유 시장에 다시 발을 들일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뉴욕타임스는 이란이 수십 년간 제재에 적응해 정교한 밀수 경로와 새 시장을 개발해온 만큼 굴복보다 확전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지난 8년간 이란에 부과된 제재는 약 2천 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란은 여전히 버티고 있다.
결국 미국의 이란을 향한 ‘가장 파괴적인 경제작전’이 실질적 성과를 거둘지 여부는 중국, 러시아, 인도 등이 열쇠를 쥐고 있는 셈이다. 이 가운데 중국은 관세와 희토류 공급 문제로 미국과 대립하고 있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미국과 불편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결과적으로 중국과 러시아는 대미 협상에서 '이란 지원'이라는 카드 하나를 더 쥐게 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