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이 2026년 5월 인수한 프랑스 헬스케어 기업 ‘지프레(Gifrer)’를 통해 프랑스에서 약국 직판 체계를 구축 중이다.
이 회사 서정진 회장은 이 과정을 성공적으로 완수해 해당 사업 모델을 다른 국가에 확산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 그래픽 허프포스트코리아
21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최근 프랑스 법인(Celltrion Healthcare France SAS)과 지프레를 직접 찾아 인수 후 경영 상황을 살폈다.
그러면서 서 회장은 지프레의 약국 영업망을 제품 경쟁력과 결합해 실질적인 성과로 연결하는 경영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확보된 영업 자산을 매출과 시장 점유율 확대로 연결하고, 프랑스에서 만든 성공 모델을 다른 유럽 시장으로 확장할 수 있도록 실행 속도를 높여 달라”고 주문했다.
서 회장은 8월 한 달간 해외 출장을 통해 프랑스·미국·캐나다·일본 등을 방문해 글로벌 업무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앞으로 지프레의 기존 사업 기반을 안정화하는 동시에, 프랑스 법인이 축적해 온 바이오의약품 직판 역량과 지프레의 영업망을 결합해 병원과 약국을 함께 아우르는 판매 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또 현지 유통망의 활용도를 극대화하기 위해 기존 자사 제품 라인업의 판촉을 넘어, 자사 제품과 직접 경쟁하지 않으면서 약국 수요가 높은 타사 바이오시밀러, 제네릭 및 헬스케어 제품의 라이선스 인과 출시를 적극 검토한다는 방침도 갖고 있다.
◆ 글로벌 시장 직판 영업 원칙
셀트리온은 지금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현지 제약사나 유통 파트너에게 판매를 맡기는 방식이 아닌, 자사 법인 중심의 직판 영업 체계를 구축하는 방식을 원칙으로 삼아 왔다.
이는 직판 영업 방식이 유통 수수료를 줄이면서 이익률을 높이고, 자사의 여러 제품을 하나의 영업망에서 판매하면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또 국가별 시장 구조에 맞춘 가격·입찰 및 영업 노하우를 회사가 직접 통제하고, 의료진·병원·보험사와의 관계와 시장 데이터를 회사 안에 축적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그동안의 직판 영업은 주로 의사와 병원, 보험사들을 대상으로 해 왔고, 실제로 약을 조제하고 판매하는 약국을 직접 관리하는 체계는 제한적이었다. 이는 광범위한 약국 영업망을 많은 비용을 들여 보유·운영할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낮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환자가 직접 투여하는 피하주사(SC) 제형 제품이 늘어나고, 약국 바이오시밀러 대체조제가 확대되면서 약국 네트워크 확보와 영업력의 필요성이 높아졌다.
대체조제는 의사가 처방한 의약품을 약사가 같은 원료물질을 가진 다른 의약품으로 바꿔 조제해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프랑스는 의약품 가격을 낮추기 위해 2022년 대체조제 가능 의약품 그룹과 조건을 구체화하고 이후 가능 품목을 점차 확대하는 중이다.
즉, 회사로서는 지금까지 병원 처방을 확보하는 데 중심을 둔 영업 모델을 넘어, 약국의 조제와 환자의 반복 구매까지 관리하는 영업 모델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 온 것이다.
지프레는 1912년 프랑스에서 설립된 기업으로, 프랑스 전역에서 9천 개 이상의 약국 영업망과 8백여 개 병원 공급망을 갖추고 있다. 특히 현지 점유율이 높은 생리식염수(42%), 치아미백제(28%), 영유아 제품 등 140여 종의 일반의약품(OTC)와 약국의약품(DM), 건강기능식품 라인업을 보유해 프랑스 국민에게 인지도가 높다.
◆ 프랑스에서 약국 직판 영업 모델 성공적 구축, 글로벌 확산
서정진 회장으로서는 프랑스에서 약국 직판 모델을 성공적으로 정착시켜 프랑스를 유럽 약국 영업의 테스트베드이자 허브로 육성하고, 해당 사업모델을 다른 국가에 성공적으로 확장 이식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특히 초기 고정비 부담을 빠르게 극복하고, 매출과 수익률, 대체조제 채택률, 반복구매율 등 각종 지표를 확인하면서 실적 향상을 실현하는 성과를 도출하고자 힘쓸 것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 프랑스 모델을 다른 국가에서 얼마나 성공적으로 표준화하고 현지화할 수 있느냐도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실제로 프랑스 약국 사업 모델을 다른 나라로 확대 적용하는 단계에서 나라마다 다른 규제상황이나 의약품 유통구조의 벽에 부딪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초기 투입 비용을 회수하는 데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타사 바이오시밀러와 제네릭·헬스케어 제품 도입을 검토한다는 대목에서 셀트리온 자체 제품만으로 약국 영업망의 생산성을 충분히 높이기 어렵다는 고민이 읽힌다는 의견도 나온다. R&D와 생산, 판매를 수직계열화한 셀트리온의 경쟁우위가 희석되고 자칫 유통사업 모델로 변형될 리스크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 셀트리온 관계자는 허프포스트와 통화에서 “약국 영업을 강화하기 위해 보유한 제품을 늘리는 차원”이라면서 유통사업 의도는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