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색 양복을 입은 남성 13명이 나란히 섰다. 신천지 중앙 지도부와 전국 12개 지파의 책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고개를 숙였다.
신천지예수교 관계자들이 20일 오후 2시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정당 가입 관련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 유튜브 채널
이만희(95) 신천지 총회장의 보석 심문을 하루 앞둔 20일, 신천지가 신도들의 국민의힘 정당 가입 논란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수만 명의 신도가 특정 정당에 가입했다는 의혹으로 총회장까지 구속기소된 상황에서 나온 첫 공식 사과다.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은 20일 오후 2시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사과문을 발표했다. 임정환 신천지 총회 총무 대행은 “총회 본부와 12지파장은 무겁고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최근 본 교회 교인들의 국민의힘 정당 가입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국민 여러분께 큰 걱정과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머리 숙여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정치적 논란을 야기한 데 대해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며 “이번 일을 뼈아픈 자성의 계기로 삼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정치권과의 일절 연계를 차단하고, 정치적 중립을 엄격히 준수하며 오직 종교단체 본연의 사명과 순수한 신앙 활동에만 전념하겠다”고 밝혔다.
신천지가 내놓은 사과문에서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정치적 중립’을 거듭 강조했다는 점이다. 수사당국이 들여다본 것은 신도 개인의 정치 참여가 아니라 조직 차원에서 특정 정당 가입을 독려했다는 의혹이기 때문이다.
검경 합동수사본부에 따르면 2021년 7월부터 2024년 1월까지 국민의힘에 가입한 신천지 신도는 최소 5만6472명에 달한다. 특히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을 앞둔 2022년 12월 1일부터 이듬해 1월31일까지 두 달 새 3만5073명이 몰렸다. 2023년 9월부터 2024년 1월까지는 이른바 ‘필라테스 프로젝트’라는 이름을 붙여 신도들의 국민의힘 입당을 독려한 것으로 합수본은 파악했다.
임 총무 대행은 신도들을 향해서도 사과했다. 그는 “좁고 협착한 신앙의 길을 걷고 있는 성도 여러분께 큰 상처와 실망을 안겨드려 송구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고,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드리지 못한 점을 깊이 반성한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 대한민국의 구성원으로서 책임과 본분을 다하며, 오직 신앙과 사회적 상생에 매진하는 성숙한 종교단체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정당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이 6월2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천지가 사과문을 발표는 이 총회장의 보석 심문을 하루 앞두고 이뤄졌다. 이 총회장은 신도들의 국민의힘 집단 가입을 조직적으로 지시한 혐의 등으로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지난 4일 서울중앙지법에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해달라며 보석을 신청했고, 법원은 21일 보석 심문을 진행한다.
이 총회장이 보석을 신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0년 코로나19 확산 초기 감염병예방법 위반과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됐을 당시에도 구속 104일 만인 11월 12일 보석으로 석방됐다. 당시 법원은 주요 증인에 대한 심리가 상당 부분 진행돼 증거인멸 우려가 크지 않은 점과 고령인 이 총회장의 건강이 구속 상태에서 악화한 점 등을 고려해 보석을 허가했다.
6년 전에도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다 보석으로 풀려났던 이 총회장은 다시 구속 상태에서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