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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BTS)이 “음악이 지역이나 언어로 나뉘지 않고 음악 그 자체로 사랑받았으면 한다”는 메시지와 함께 내년 그래미 출품을 거부하자, 그래미가 결국 새로 만든 ‘아시안 팝’ 부문의 운영 방식을 다시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BTS 아시안팝 ‘미끼’ 안 물자 그래미 “전면 재검토” : 세계적 음악시상식의 권위 추락하고 있는 이유
방탄소년단. ⓒ빅히트뮤직

BTS가 2027년 그래미에 음악을 출품하지 않겠다고 밝힌 지 16일 만이다.

하비 메이슨 주니어 레코딩 아카데미 최고경영자(CEO)는 14일 성명을 내고 아시안 팝 부문을 둘러싼 음악계의 우려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재검토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메이슨 CEO는 “우리가 더 포용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했던 의도와 바람과는 별개로, 이 부문이 자신들이 열심히 만들어온 음악을 자신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제대로 대변하지 못한다고 느끼는 아티스트들이 있다”며 “음악인으로서 이 목소리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그래미는 올해 6월 2027년 시상식부터 적용되는 ‘베스트 아시안 팝 음악 퍼포먼스(Best Asian Pop Music Performance)’ 부문을 신설했다. K-팝과 J-팝, C-팝 등 아시아 대중음악을 대상으로 하는 부문이다. 그래미는 아시아 음악의 다양성과 영향력을 보다 정확하게 반영하기 위해 만든 부문이라고 설명했다.

 BTS 아시안팝 ‘미끼’ 안 물자 그래미 “전면 재검토” : 세계적 음악시상식의 권위 추락하고 있는 이유
1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주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에서 열린 BTS 아리랑 월드투어 콘서트에서 팬들이 BTS를 응원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신설 직후부터 이 부문을 둘러싼 의문도 제기됐다. 이미 한국어를 중심으로 한 음악으로 미국 빌보드 차트 정상에 오르고 세계 음악시장에서 미국 팝스타들과 경쟁해온 BTS를 다시 ‘아시아’라는 지역적 범주로 묶는 것이 과연 지금의 음악 시장에 맞는 방식이냐는 것이다.

그래미는 ‘아시안 팝’ 부문을 별도로 만들었다고 해서 다른 주요 부문에 도전할 수 없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장르 부문에 출품하면서 동시에 ‘올해의 앨범’이나 ‘올해의 레코드’ 같은 종합 부문에도 출품할 수 있다는 것이다. 

 BTS 아시안팝 ‘미끼’ 안 물자 그래미 “전면 재검토” : 세계적 음악시상식의 권위 추락하고 있는 이유
1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주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에서 열린 BTS 아리랑 월드투어 콘서트에서 81세의 팬이 BTS를 응원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BTS가 던진 질문은 달랐다. BTS는 7월 29일 멤버 7명 전원의 인스타그램에 같은 내용의 글을 올려 2027년 그래미에 음악을 출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의 음악이 지역이나 언어에 따라 나뉘기보다는, 그 자체로 듣고 사랑받기를 바란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냈다.

논란에 불을 붙인 것은 그래미 수상 프로듀서 슬립 디즈의 발언이었다. 그는 8월1일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그래미 관계자와 나눈 대화를 전하며 BTS가 새 아시안 팝 부문의 첫 수상자가 되는 것이 그래미 입장에서는 ‘꿈의 시나리오’였을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이 발언은 이후 BTS 팬덤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물론 그래미가 처음부터 BTS를 첫 수상자로 염두에 두고 이 부문을 만들었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의심의 시선이 나오는 이유는 있다. 그래미가 ‘아시안 팝’을 아시아의 다양한 음악을 위한 상이라고 설명하면서도, 세계적인 K-팝 그룹 BTS가 첫 수상자가 된다면 신설 부문의 존재감은 단숨에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팬들 사이에서 이 부문을 ‘BTS를 끌어들이기 위한 미끼’라고 부르는 목소리까지 나온 배경이다.

BTS의 보이콧 이후에는 다른 K-팝 가수들도 그래미 출품을 거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팬덤에서 나오기도 했다.

 BTS 아시안팝 ‘미끼’ 안 물자 그래미 “전면 재검토” : 세계적 음악시상식의 권위 추락하고 있는 이유
1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주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에서 열린 BTS 아리랑 월드투어의 공연 전 무대 모습. ⓒ연합뉴스

그래미는 새 부문의 자격을 설명하면서 국적이나 인종이 아니라 음악적 특성을 기준으로 판단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동시에 아시아 시장과 아시아 언어를 중요한 자격 요건으로 둔다. 음악을 장르로 분류하면서도 지역과 언어를 기준으로 삼는 셈이다.

오늘날 음악 이용자는 음악을 국적으로 듣지 않는다. 유튜브와 틱톡, 스트리밍 플랫폼은 음악의 국경을 사실상 허물었다. 한국에서 만든 노래가 미국에서 유행하고, 미국 아티스트의 음악이 한국에서 소비되는 일이 더 이상 특별하지 않다. K-팝 역시 특정 지역의 음악을 넘어 세계적인 대중음악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그래미는 과거에도 시대 변화에 뒤늦게 대응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위켄드는 2021년 그래미의 후보 선정 과정이 불투명하다고 비판하며 보이콧을 선언했고, 드레이크 역시 2021년 후보에 오른 작품의 지명을 직접 철회한 뒤 그래미의 장르 구분과 평가 방식에 문제를 제기했다. BTS 역시 여러 차례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하지 못하면서 그래미의 보수성과 배타성을 둘러싼 논란의 중심에 섰다.

과거 그래미의 트로피는 세계적인 음악인에게 일종의 훈장과도 같았다. 하지만 음악의 성공을 증명하는 방식은 달라졌다. 이제 아티스트들은 그래미의 인정이 없어도 음원·앨범 판매량과 스트리밍, 공연, 글로벌 팬덤을 통해 자신의 영향력을 입증할 수 있다. 그래미 역시 수많은 음악 플랫폼 가운데 하나가 된 셈이다.

시청률에서도 이런 변화를 엿볼 수 있다. 2026년 그래미 시상식의 미국 TV 시청자는 약 1441만 명으로 전년보다 6%가량 줄었다. 한때 미국에서 4000만 명 안팎이 지켜보던 시상식과 비교하면 그 규모는 크게 감소했다. 

한때 세계 음악의 기준을 자처했던 그래미가 이제는 음악이 먼저 바꿔놓은 세계를 뒤늦게 따라가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BTS의 출품 거부가 그래미의 분류 체계에 던진 질문은 이제 답을 기다리고 있다.

2027년 그래미 시상식은 내년 2월8일 오전(한국시각) 열린다. 후보는 올해 11월17일 발표되며, 출품 마감은 8월22일 오전 10시다. 그래미가 BTS의 선택 이후 어떤 답을 내놓을지, 시험대는 코앞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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