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에너지경제연구원은 2025년 12월 공개한 ‘AI 시대 데이터센터 증가의 국내 에너지 소비 시사점’(2025년 12월) 보고서를 통해, AI 데이터센터의 연간 전기 사용량이 2023년 5TWh(테라와트시)에서 2060년 134.8TWh로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AI 데이터센터가 880곳까지 늘어날 것으로 가정한 ‘에이아이 가속 시나리오’에 따른 것이다. 134.8TWh는 2025년 기준으로 국내 연간 전력 소비량의 약 4분의 1에 해당한다.
#2
아시아투데이가 지난 2월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국내 AI 데이터센터 사업을 전수조사한 결과, 전국 각지에서 조성 중인 AI 데이터센터 규모 상위 10곳이 모두 구축되는 경우 요구되는 전력 규모가 5.26GW(기가와트), 일일 용수량은 1억2604만5천ℓ(리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가정 사용량 기준으로 전기는 2100만 명이, 물은 64만 명이 각각 사용할 수 있는 규모다.
#3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16일 보도를 통해,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구글·메타가 미국에 건설 중인 데이터센터 60곳이 가동되면 연간 1억15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미국 전력 부문 연간 탄소 배출량의 약 7%이자, 승용차 2400만 대의 1년 배출량에 해당한다.
#4
조시 샤피로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지사는 18일(현지시각) AI 데이터센터 건설에 강력한 제동을 거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번 행정명령은 데이터센터 사업자가 주 정부의 인허가를 받기 전에 지역사회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새로 필요한 발전·송전·배전 설비 비용을 사업자가 전액 부담하고, 엄격한 물 절약 기준을 준수해야 한다는 조항도 포함됐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펜실베이니아 유권자 중 74%가 AI 데이터센터 유치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버지니아주에 들어선 AI 데이터센터 ⓒ 연합뉴스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산업 진흥에 관한 특별법’(AI 데이터센터 특별법)이 2026년 5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법은 2027년 3월 시행 예정이다.
이 특별법은 ‘AI 3대 강국’을 목표로 AI 데이터센터의 빠른 구축과 원활한 운영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AI 데이터센터만을 위한 독립된 법률이다.
구체적으로, AI 데이터센터의 구축과 운영에 대한 행정적·재정적 지원 근거와 인허가 절차 간소화, 전력계통영향평가의 특례를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를 통해 AI 데이터센터를 구축·운영하려는 자의 부담을 낮춤으로써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특히 △인허가 일괄 처리 및 타임아웃제 △전력계통영향평가 면제 △직접 전력거래(PPA) 특례 등 파격적인 지원책을 포함하고 있다.
‘인허가 일괄 처리 및 타임아웃제’는 AI 데이터센터 사업자가 관련 인허가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게 일괄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법정 검토 기간 내에 거부 통보가 없으면 다음 날 처리가 완료된 것으로 간주하는 내용이다. ‘전력계통영향평가 면제’는 비수도권에 AI 데이터센터를 신축·확장하는 경우 전력계통영향평가를 면제한다는 내용이다. 전력계통영향평가는 대규모 전력을 사용하는 사업자가 전력망 영향, 지역 기여 방안, 정부 에너지 정책 부합 여부 등의 내용을 담은 평가서를 작성해 정부에 제출하는 제도다.
‘직접 전력거래(PPA) 특례’는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자가 전력시장을 거치지 않고 AI 데이터센터 사업자에게 직접 전기를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 정책이다. 재생에너지 사업자는 빅테크 및 대기업과 장기 계약을 맺고 가격 변동 리스크 없이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다.
◆ 전력·물·환경 비용 청구서는 누구에게
하지만 AI 데이터센터는 엄청난 양의 전력과 용수, 송전망 등 인프라를 필요로 하는 고비용의 시설이다. 문제는 특별법이 ‘지원’ 내용만 빼곡하게 담은 채 ‘규제’와 ‘책임’을 규정하는 내용은 매우 취약하다는 것이다. 즉 특별법은 ‘AI 데이터센터를 유치해서 얻는 경제적 이익은 누구에게 돌아가고, 그 과정에서 추가로 발생하는 전력·용수·환경 비용은 누가 부담하는가?’라는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 국민은 의구심을 품고 있다. AI 데이터센터는 과연 우리에게 장밋빛 미래이기만 할까?
하나씩 들여다 본다. 먼저 전기. AI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양의 전력을 필요로 하는 시설이다. 입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새로운 발전·변전 인프라가 구축돼야 하고, 송전망도 새롭게 설치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이 새로운 전력계통 보강 비용은 사업자가 얼마나 부담하는가? 이 질문은 중요하다. 원칙이 없다면 이 비용을 국민 전체가 나눠 부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음은 물. AI 데이터센터는 고성능 반도체가 발생하는 열을 식혀야 한다. 이 때문에 안정적인 용수 공급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용수 공급 인프라 구축 비용 중 사업자가 부담하는 비중은 얼마나 되는가? 그리고 기후위기로 가뭄과 물 부족 문제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데이터센터에 우선적으로 물을 할당하는 것이 합당한가? 장기적인 물 부족 현상을 초래하지는 않을까? 이 질문은 중요하다. 합의가 없다면 이 비용과 부담은 국민 전체가 나눠 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환경에 끼치는 영향도 간과할 수 없다. AI 데이터센터가 내뿜는 열과 소음, 변전·송전 설비가 방출하는 전자파의 피해는 없을까? AI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으로 인한 탄소 배출과 그 밖의 환경 영향의 책임은 공정하게 평가되고 사업자에게 귀속되는 걸까? 이 질문은 중요하다. 원칙과 합의가 없다면 이 비용은 국민 전체가 나눠 부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AI 데이터센터가 창출하는 경제적 이익의 분배도 중요하다. AI 사업은 부가가치가 높고 데이터센터 건설은 사업자에게 합당한 이익을 돌려줄 것이다. 하지만 과연 해당 지역의 경제도 좋아질까? 지역은 데이터센터를 위해 전력과 용수 인프라를 제공하고 토지와 도로, 경관 등 다양한 자원을 희생해야 한다. 창출되는 일자리 수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역이 얻는 편익과 지역이 부담하는 비용을 비교하면 과연 전자가 더 클까?
결국 위 질문들은 이렇게 요약될 수 있다. ‘AI 데이터센터 사업자는 비용을 얼마나 부담하고 지역사회에 얼마나 기여하는가?’
이번에 제정된 특별법의 가장 큰 문제는 AI 산업 활성화를 위한 ‘지원’에 몰두하느라 이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을 소홀히 했다는 점이다.
AI 데이터센터는 분명 AI 시대의 필수 인프라다. 그로부터 창출되는 가치도 분명 클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특별법은 그 가치에 집중하느라 그 비용은 간과했다. 이제 비용을 누가 어떻게 부담해야 할지에 대한 방안 마련과 제도화를 위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할 시점이다.
만약 우리 사회가 이 과정을 건너뛴다면 대한민국은 전 세계 AI 사업자와 빅테크가 저렴한 비용으로 AI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는 하청기지로 전락할 수도 있다. 그리고 우리가 부담한 막대한 비용을 청구할 길은 막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