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현대백화점그룹에 따르면 지누스는 미국 사업의 비용 구조를 가볍게 만드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누스는 지난해 11월 장기간 낮은 가동률로 운영해온 조지아 공장의 생산을 중단한 데 이어 지난 5월 해당 공장과 관련 건물을 1353억 원에 매각하기로 했다.
미국 현지에서 직접 생산하는 것보다 인도네시아에서 생산해 관세를 부담하고 수출하는 방식이 비용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4분기 IR자료에서도 조지아 공장 생산 중단과 미국 내 물류창고 정리를 통해 고정비 부담을 낮추고 손익을 개선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미국은 지난해 기준 지누스 매출의 75%를 웃도는 핵심 시장인 만큼, 이곳의 부진이 회사 전체 실적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지누스는 인도네시아 등 해외에서 생산한 매트리스를 아마존 등 온라인 채널을 통해 판매하며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미국 시장에서 성장해왔다.
하지만 인도네시아산 매트리스에 대한 관세 부담이 커지면서 지난해 10월 판매가격을 올렸고, 가격 인상 이후 미국 매출 감소폭도 확대됐다. 올해 상반기 미국 매출은 1912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6% 급감했다. 올해 2분기에도 미국 매출은 969억 원으로 43.5% 줄었으며, 같은 기간 지누스 전체 매출은 1475억 원으로 35.7% 감소했다.
지누스는 미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다른 시장과 제품으로 사업을 다변화하고 있지만, 아직 미국의 부진을 메울 정도의 규모로 성장하지는 못하고 있다. 중국·일본·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시장으로 영업망을 확대하고, 매트리스 중심이던 제품군도 침대 프레임과 소파 등으로 넓히고 있다.
다만 올해 상반기 전체 매출은 2871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1%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568억 원에 달했다. 미국 매출 감소가 회사 전체 외형과 수익성 악화로 직결되는 구조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실적 부진은 최근 미국 사업에서만 나타난 문제가 아니라 인수 이후 이어진 수익성 악화의 연장선이다. 지누스의 영업이익은 인수 첫 해인 2022년 655억 원에서 2023년 183억 원으로 급감했고, 2024년에는 54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했다.
지난해에는 258억 원의 영업이익으로 반등했지만 올해 2분기 다시 267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상반기 누적 영업손실은 568억 원에 달했다. 인수 이후 안정적 수익 기반을 확보했다고 보기 어려운 흐름이다.
지난해 흑자도 본업의 수익성 개선만으로 이뤄진 반등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인도네시아산 매트리스 반덤핑 관세 소송에서 승소하면서 과거 쌓아둔 충당금이 환입된 일회성 효과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흑자 전환을 지속적인 수익성 회복으로 평가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수익성 부진은 인수 당시 평가됐던 지누스의 미래 수익력과 무형자산 가치에도 영향을 미쳤다. 현대백화점은 지누스 인수 이후 2022년 358억 원, 2023년 2583억 원의 영업권 손상차손을 반영했고, 2025년에도 남아 있던 영업권 86억 원과 브랜드 가치 1970억 원 등 총 2056억 원의 손상을 추가로 인식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까지 누적 손상 규모는 4997억 원으로 늘었다. 이는 지누스 인수금액 8790억 원의 56.8%다. 이는 인수 당시 높게 평가했던 지누스의 미래 수익력과 브랜드 가치가 이후 실적과 전망을 반영하는 과정에서 상당 부분 낮아졌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상황을 인수 당시 현대백화점이 제시했던 지누스의 역할과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 현대백화점은 2022년 지누스 인수 당시 “오프라인과 국내 유통 중심의 백화점 사업 영역을 ‘온라인’과 ‘글로벌’ 분야로 확장하고, 산업 성숙기 국면인 백화점 사업을 보완할 수 있는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인수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지누스가 보유한 글로벌 네트워크와 온라인 유통망을 활용해 그룹 차원의 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활용하겠다는 밑그림으로 해석됐다.
지누스 자체의 사업 영역을 넓히겠다는 계획도 함께 제시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당시 지누스의 취급 품목을 매트리스에서 거실·홈오피스·아웃도어 등 일반 가구로 확대하고, 미국 등 북미 중심의 사업 구조를 유럽·남미·일본 등으로 넓히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백화점·홈쇼핑·면세점 등 그룹 유통 계열사의 유통망을 활용해 국내 사업을 확대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지누스를 ‘글로벌 온라인 넘버원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지누스 인수는 그룹의 리빙 사업을 키우려는 전략과도 맞물렸다. 현대백화점그룹은 당시 현대리바트의 가구·인테리어, 현대L&C의 건자재에 지누스의 글로벌 가구·매트리스 사업을 더해 리빙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했다. 앞서 ‘비전 2030’을 통해서는 리빙 사업 부문 매출을 2021년 2조5천억 원에서 2030년 5조 원대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물론 지누스의 인수 성적표가 아직 끝난 것은 아니다. 중국·일본 등으로 사업을 넓히고 있고, 아마존 재고 정상화와 고객사 주문 회복에 따른 하반기 실적 개선 가능성도 남아 있다.
특히 조지아 공장 매각이 예정대로 마무리되면서 매각 대금 약 1353억 원이 3분기 순이익과 유동성 개선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는 일회성 자산 매각에 따른 재무 개선 효과인 만큼, 인수 가치가 실제 성장 동력으로 이어졌는지는 결국 본업의 수익성 회복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