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관 한화그룹 수석부회장이 한화그룹을 한미 조선협력 사업 ‘마스가(MASGA)’ 프로젝트의 선봉에 세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미국 정부가 해군 함정의 해외 조선소 건조를 허용하기로 한 가운데 한화그룹이 해당 사업에 참여하기 위한 핵심 대상기업 조건을 국내 조선사 가운데 유일하게 충족하고 있어 최대 수혜자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김 수석부회장은 호주 방산기업 오스탈의 미국 사업부 인수까지 적극적으로 추진하며 한화그룹의 현지 생산능력 확장에 지속적으로 공을 들이고 있다.
김동관 한화그룹 수석부회장이(오른쪽, 당시 부회장) 2025년 8월26일(현지시각) 미국 필라델피아시의 한화필리조선소에서 열린 선박 명명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는 모습. ⓒ한화
8월13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해군 조선 및 함선 수리 프로그램의 장기적 문제들을 해결하고 해양 산업 기반의 생산능력과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한 ‘국가안보 대통령각서(NSPM)’에 서명했다.
이 각서는 해양경비대의 중형 쇄빙선 프로젝트에 처음 도입됐던 ‘핀란드 모델’의 성공을 기반으로 미국 조선 산업 기반에 관한 직접적 투자를 실행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핀란드 모델은 기술력이 검증된 핀란드 등 동맹국 조선소에서 초기 물량을 건조하고 해당 조선사가 자본과 기술을 미국 조선소로 이전해 후속 물량을 미국에서 만드는 구조를 지닌다.
미 연방법은 해군 함정을 미국 내 조선소에서 건조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지만 핀란드 모델처럼 일시적으로 예외를 적용해 일부 물량을 해외에서 건조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조선업의 문제로 꾸준히 제기돼 왔던 경쟁력 약화를 해결하기 위해 이번 결정을 내렸다. 이날 백악관에 따르면 미국 해군은 지나치게 복잡한 설계와 반복적 설계 변경 절차 탓에 선박 건조 과정에서 차질을 겪었고 생산능력 부족은 대규모 주문 적체를 초래하기도 했다.
미국 정부의 결정에 한화그룹이 주목받는 이유는 미국 함정 초기 물량을 건조할 수 있는 조건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김 수석부회장은 앞서 1일 방산·해양·우주항공·에너지 사업을 이끌며 글로벌 시장에서 그룹의 성장을 주도한 공으로 승진했는데 방산·조선 분야에서 지금까지 인정받았던 성과가 또 새로운 기회로 이어질 수 있는 셈이다.
미국은 여러 조건을 충족하는 해외 공급업체에 함정 초기 물량을 건조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구체적으로 보면 △미국 조선소를 위한 미국 시민 인력의 고용 및 훈련 △모기업 해외 조선소에서 사용하는 기술 및 기법을 미국에 라이선스 제공 △미국 조선소에서 선박의 건조 및 유지 관리를 위한 현지 공급망 활용 등이 조건이다.
특히 가장 핵심은 ‘미국에 새로운 조선소를 건설하거나 미국에 있는 기존 조선소의 소유권 또는 과반수 지분을 인수한 기업’이 함정을 건조할 수 있는 대상에 오른다는 점이다.
국내 조선3사 가운데 한화그룹은 이 조건을 유일하게 만족한다. 김 수석부회장은 2024년 미국 필리조선소(한화필리조선소)를 1억 달러(약 1400억 원)에 인수하는 결단을 내렸다. 한화시스템이 60%, 한화오션이 40% 지분을 보유하는 구조로 국내 기업 가운데 미국 조선소를 인수한 첫 사례이기도 했다.
이어 김 수석부회장은 한화필리조선소에 50억 달러(약 7조 원)를 추가로 투자해 현지 선박 건조능력 및 고용을 확대하는 계획도 진행하고 있다.
이날 미국 정부의 결정은 한화그룹이 미국 해군의 함정 건조와 더욱 긴밀하게 연결되는 기점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현지에서 한화그룹이 적지 않은 기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12월 미국 해군의 ‘황금함대(Golden Fleet·차세대 함대 재건 프로젝트)’ 구축 구상을 발표하면서 신규 호위함(프리깃함)이 한화와 협력으로 조성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앞서 해군은 새로운 급의 프리깃함 건조 계획을 발표했고 한국의 회사와 함께 일하게 될 것”이라며 “이는 한화라는 흘륭한 기업으로, 한화는 필라델피아 해군 조선소(한화필리조선소)에 5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합의했다”고 강조했다.
김 수석부회장은 호주 조선·방산기업 오스탈의 미국 사업부 인수를 타진하며 미국 현지 생산능력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런 현지 거점 추가 확보는 빠르게 건조 경쟁력 강화로 직결되기 때문에 미국 함정 사업에서 한화의 입지를 더욱 탄탄하게 만드는 지렛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미국 자회사 한화디펜스USA는 10일(현지시각) 성명에서 “오스탈의 미국 사업부 오스탈USA 인수를 위해 구속력이 없는 예비제안을 했다”며 “한화는 미국 조선 산업 부흥에 크게 기여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으며 현지 사업 확장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오스탈에 따르면 한화디펜스USA는 오스탈USA를 12억 달러(약 1조7천억 원)에 인수하겠다는 제안을 내놨다. 오스탈USA는 1999년 설립돼 지금까지 미국 해군에 함정 34척을 인도한 만큼 한화그룹에게는 현지 함정 관련 주요 프로젝트에 더욱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로 여겨진다.
오스탈에 따르면 한화디펜스USA는 거래의 선행 조건으로 사업 및 재무 현황을 평가할 실사를 요구했다. 이에 오스탈은 한화디펜스USA에 4주 동안의 실사 기간을 부여했다. 이번 거래는 향후 미국 국방방첩안보국(DCSA),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 등의 승인이 필요하다.
미국 정부가 해외 조선소의 함정 건조를 허용한 일은 한국과 미국의 마스가 프로젝트가 속도를 높이는 과정에서 나온 발표라는 데서 의미가 적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과 미국 정부는 7월 미국 현지에 양국 조선분야 협력 플랫폼 역할을 할 ‘한-미 조선협력센터(KUSPC)’를 개소했다.
개소에 발맞춰 한화오션을 포함한 국내 조선3사 등은 미국 파트너사들과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약속했다. 한화오션은 글로벌 전략 수송함 설계 및 개발, 한화필리조선소에서 조선업 인력 양성 및 산업 생태계 구축에 힘을 싣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정인섭 한화오션 경영지원실장 사장은 “한화오션은 미국 조선산업의 재건과 한국 조선업의 발전에 기여할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며 “현지 생산 기반을 중심으로 미국이 가장 필요로 하는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해 마스가 프로젝트의 핵심 동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 정부의 결정이 나왔지만 의회 통보를 포함한 후속 절차가 남았고 해외 조선소 투자 등을 진행한 업체가 국내 기업만 있다고 볼 수는 없어 국내 기업이 함정 건조에 나설지 단언할 수는 없다”면서도 “그러나 한미 마스가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함정 건조 척수를 비롯해 미국 정부의 계획이 구체화했다는 점이 기대감을 갖게 하는 요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