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15일 광복절, ‘매국노’ 이완용의 ‘간땡이’를 눌러보고 독립운동가가 되어볼 수 있는 하루가 서울에서 펼쳐진다.
서울 서대문구 독립문역(3호선) 인근에서는 역사 속 친일파와 매국 행위를 풍자하고 조롱하는 콘셉트의 팝업 카페 행사인 ‘매국노 조롱잔치’가 열린다. 이름부터 범상치 않은 이 팝업에서는 이완용을 풍자한 이색 굿즈와 메뉴를 만나볼 수 있다.
8월15일 낮 12시부터 오후 6시까지 서울 서대문구 독립문역(3호선) 3번 출구 인근 옥바 카페에서 열리는 매국노 조롱잔치 팝업 카페에서 판매될 굿즈인 '이완용 스쿼시'(왼쪽), 음료와 디저트 구매시 증정하는 선물. ⓒ'@3Dango_cat' 엑스 계정
행사는 15일 낮 12시부터 오후 6시까지 단 6시간 동안 독립문역 3번 출구 인근 옥바 카페에서 열린다.
눈길을 끄는 것은 역시 굿즈다. 행사장에서는 ‘이완용 간땡이 스쿼시’, ‘거북선 클러커’, ‘세종 유언 키링’ 등 이름부터 호기심을 자극하는 굿즈가 판매된다. 수량이 많지 않아 준비된 물량이 모두 소진될 경우 구매가 어려울 수 있다.
굿즈 가운데 ‘이완용 간땡이 스쿼시’는 이름만큼이나 탄생 배경도 독특하다. 이완용은 1905년 을사늑약과 1910년 한일병합조약 체결에 앞장선 대표적인 친일파이자 ‘을사오적’ 가운데 한 명이다.
카페 주최 측은 “일제에 간이고 쓸개고 다 빼준 이완용의 간을 형상화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왜 이완용 얼굴이 아니라 하필 간일까.
주최 측의 답은 짧고 강렬했다. “집에 매국노 얼굴 놓기 싫음.”
8월15일 낮 12시부터 오후 6시까지 독립문역 3번 출구 인근 옥바 카페에서 열리는 매국노 조롱잔치 팝업 카페에서 판매될 음료와 굿즈. ⓒ'@3Dango_cat' 엑스 계정
메뉴판도 평범하지 않다. 커피와 음료에는 광복절과 독립운동을 떠올리게 하는 이름이 붙었다. ‘가배리카노’, ‘815라떼’, ‘왜군 블러드 레드’, ‘매국노 대추풍낙엽차’, ‘용감무쌍화차’ 등이 준비된다.
음료를 주문하면 이색적인 ‘광복절 굿즈’도 따라온다. 찌그러진 이완용 얼굴이 그려진 컵받침과 친일파 제거능력검정시험지, 매국노 조롱잔치 기념 종이컵 등 3종이 제공된다.
디저트를 주문한 방문객에게는 ‘친일파 척결’, ‘대한독립 만세’, ‘매국노 OUT(아웃)’이라는 문구가 적힌 뱃지 3종이 증정된다.
‘매국’ 풍자 뒤엔, 우리가 기억해야 할 역사가 있다 : 서대문형무소
국가보훈부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한 국외 거주 독립유공자 후손들이 8월11일 서울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을 방문해 대형 태극기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가보훈부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한 국외 거주 독립유공자 후손이 8월11일 서울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을 방문해 옥사 등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팝업만 보고 돌아가기 아쉽다면 바로 앞에 있는 서대문형무소역사관으로 발걸음을 옮겨도 좋다.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는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들이 겪었던 수감과 고문, 처형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
이곳과 인연이 깊은 문학인이 있다. 바로 소설 ‘상록수’의 작가이자 독립운동가였던 심훈이다. 심훈은 1919년 3·1 만세운동에 참여했다가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됐으며, 최근에는 당시의 흔적이 담긴 친필 원고가 사후 90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특히 그의 원고에는 조선총독부가 출판을 위해 검열한 붉은 선과 붉은 도장이 남아 있어 당시의 억압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마침 8월15일부터 16일까지 서대문형무소역사관과 독립공원 일대에서는 ‘2026 서대문독립민주축제’도 열린다.
독립민주축제에서는 직접 독립운동가가 되어보는 체험도 할 수 있다. ‘액티브 in 서대문 – 사라진 독립투사와 8개의 단서’는 서대문독립공원 일대를 거대한 게임판으로 꾸며 1919년으로 시간여행을 떠나는 듯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참가자들은 사라진 독립투사를 찾아 8개의 단서를 하나씩 해결하며 비밀 독립자금을 지켜내야 한다. 제한 시간은 60분. 미션을 수행하며 독립운동의 역사를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광복절인 8월15일부터 16일까지 서울 서대문독립공원 일대 체험부스 11번에서 독립투사의 흔적을 찾아가는 체험 프로그램 ‘액티브 in 서대문 – 사라진 독립투사와 8개의 단서’가 진행된다. ⓒ서대문구청 홈페이지
행사는 8월15일부터 16일까지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서대문독립공원 일대 체험부스 11번에서 열린다. 참가비는 무료이며 사전 신청을 통해 40팀을 모집한다. 미션을 성공적으로 마친 참가자에게는 ‘굿즈 5종 세트’도 증정한다. 참여를 원한다면 행사 포스터에 있는 QR코드를 통해 신청하면 된다.
축제의 공식 개막을 알리는 기념식과 축하공연은 15일 오후 7시에 열린다. 광복절을 기념하는 축사와 기념사에 이어 태권도 공연과 팝페라 무대가 펼쳐진다. 대중음악 무대에는 가수 손승연과 박정현도 올라 광복절 밤을 장식한다.
탄생 150주년, 백범 김구가 꿈꾼 나라를 따라 경교장과 임시정부기념관까지
한 시민이 4일 서울 종로구 경교장에서 열리고 있는 김구 탄생 150주년 기념 '백범 김구, 세계의 가치가 되다' 특별전을 살펴보고 있다. 이 전시는 오는 30일까지 열린다. ⓒ연합뉴스
올해는 백범 김구 선생 탄생 150주년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광복절에 김구 선생의 마지막 발자취를 따라가고 싶다면 서울 종로구 평동 경교장을 찾아보자.
경교장은 김구 선생이 1945년 광복 후 귀국해 머물렀던 곳이자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마지막 청사다. 해방 이후 새로운 나라를 꿈꾸던 김구 선생의 활동이 펼쳐졌고, 선생은 1949년 6월26일에는 이곳에서 생을 마감했다.
현재 경교장에서는 김구 탄생 150주년을 기념한 특별전 ‘경교장에서 만나는 김구’가 열리고 있다. 특히 지난 4일부터 30일까지는 광복 이후 경교장에서 벌어진 역사적 순간들을 되짚고, 김구 선생이 평생 강조했던 평화와 문화의 가치를 돌아보는 특별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광복을 맞은 기쁨을 넘어, 해방 이후 어떤 나라를 만들고자 했는지까지 생각해볼 수 있는 공간이다.
광복절을 맞아 서울 서대문구 현저동에 위치한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에서도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지난 11일부터는 1층 특별전시실에서 ‘싹, 독립신문’ 전시도 진행되고 있다. 창간부터 발행 중단까지 독립신문이 걸어온 여정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다.
8월13일부터 9월13일까지 1층 복합문화공간과 상징광장에서는 ‘우리의 소원, 다시 찾은 빛’이라는 이름의 문화행사가 열린다.
8월15일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지하 1층 의정원홀에서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나는 한국광복군! 광복군에 합류하라’ 프로그램이 열린다.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홈페이지
특히 광복절에는 직접 몸을 움직여 역사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15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30분까지 지하 1층 의정원홀에서 ‘나는 한국광복군! 광복군에 합류하라’가 열린다. 한국광복군의 훈련과 장정을 따라가는 5가지 체험 프로그램으로, 별도 예약 없이 누구나 현장에서 접수해 참여할 수 있다.
웃음으로 시작해 역사로 끝나는 광복절
‘매국노 조롱잔치’에서 역사 속 매국 행위를 풍자하며 웃고,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 잊지 말아야 할 아픈 역사를 마주한 뒤, 독립민주축제에서 광복절의 밤을 즐길 수 있다. 여기에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까지 더하면 역사와 체험, 문화행사를 한 번에 둘러볼 수 있다.
11일 서울 은평구 국립한국문학관에서 열린 2026년 광복절 기념 국립한국문학관 국외 입수자료 언론 공개회에 심훈의 '그날이 오면' 검열 원고가 전시되어 있다. 일제가 찍은 '삭제' 붉은색 도장이 선명하다. ⓒ연합뉴스
하루의 끝에는 책 한 권을 펼쳐보는 건 어떨까. 일제강점기 문학인이자 독립운동가였던 심훈(본명 심대섭·1901~1936)의 친필 원고가 사후 90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국립한국문학관이 유가족으로부터 기탁받은 자료는 총 46건 59점으로, 장편소설 ‘상록수’전체 친필 원고가 처음 공개됐으며 3·1 만세운동으로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됐을 당시 쓴 육필도 포함됐다.
특히 1932년 출판을 위해 만든 ‘심훈시가집’ 원고에는 조선총독부의 검열 흔적인 붉은 선과 붉은 도장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이번 광복절에는 심훈의 저항시 ‘그날이 오면’를 펼쳐 그 목소리를 직접 만나보는 것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