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앞바다에 약 9개월째 머물고 있는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함 승조원들이 극심한 피로와 사기 저하를 호소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미국 내에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함. ⓒ로이터=연합뉴스
CNN은 13일(현지시간) 링컨함에서 수병 1명이 지난 3일 함상에서 바다로 뛰어드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미국 관리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정확한 투신 사유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당시 이 수병은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있어 무사히 구조됐다. 한 관계자는 해군이 이번 사고를 정신건강 문제와 관련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승조원들의 정신적 피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정황은 다른 보도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미군 기관지 스타즈 앤드 스트라이프는 "링컨함 수병들이 피로와 사기 저하에 시달리고 있다"며 승조원 한 명이 바다로 뛰어들려다 제지된 사례도 최소 한 건 있었다고 보도했다.
심지어 이와 같은 투신 시도는 한 번이 아니라는 증언도 나왔다. 미 군사전문지 네이비 타임스는 링컨함 수병의 아내가 남편이 투신을 시도했다고 증언한 사례와 함께, 동료 수병이 바다로 뛰어드는 것을 막았다는 또 다른 사례를 전했다.
장기간 해상에 머물면서 승조원들의 생활 여건도 악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서 바레인에 있는 미 5함대 기지에서 링컨함으로 보급품을 전달하는 데 차질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6일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미 해군 수뇌부와 링컨함 승조원 가족들의 간담회에서는 승조원들의 '번아웃'을 비롯해 물자와 식량 부족, 수질 오염, 위생 및 환기 시설 불량 등에 대한 불만이 잇따라 제기됐다.
그러나 미 해군 당국은 링컨함의 상황이 심각하다는 주장에 선을 긋고 있다. 미 해군은 13일 CNN에 보낸 성명에서 "함정 내 자살 생각이나 시도가 증가한 것을 관찰하지 못했다"며 링컨함의 복귀 지연과 수병의 투신 사이에도 관련성이 없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4월 함정 내 식량 부족 문제가 처음 보도됐을 당시에도 미 해군은 엑스(X, 옛 트위터)를 통해 관련 보도를 거짓이라고 부인한 바 있다. 그렇지만 미 해군은 "작전 보안과 환자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승조원들의 정신 건강 관련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이에 미국 민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링컨함의 상황에 대한 조사와 추가 정보 공개, 투명성 제고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해병대 출신인 애리조나주 상원의원 루벤 갈레고는 SNS를 통해 초당파 대표단을 이끌고 링컨함을 공식 시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해군 장병들이 받고 있는 대우에 대해 "그냥 역겹기만 한 게 아니라 위험하다"고 비판했다.
미 상원 군사위원회 소속인 코네티컷주 상원의원 리처드 블루멘털도 미 해군 지도부에 여러 질문에 대한 답변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블루멘털 의원은 "이란을 상대로 한 군사작전이 계속되고 있고, 상당한 규모의 미 해군 전력이 앞으로도 장기간 이 지역에 투입될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라며 "이 같은 맥락에서 링컨함의 상황은 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지적했다.
링컨함은 5천 명의 승조원을 태우고 지난 11월21일 미 샌디에이고의 모항을 떠났다. 이후 미국·이란 전쟁이 발발하자 곧바로 중동으로 재배치돼 미군 작전에 투입됐다.
이 과정에서 250일 연속 항구에 정박하지 않고 해상 임무를 지속해 현대 항공모함 역사상 최장 기록을 세웠다. 당초 5월 종료될 예정이던 링컨호의 파병 기간은 종전이 지연되면서 재차 연장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