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을 이틀 앞둔 13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북구 전남대학교 민주마루 앞에서 북구청어린이집 아이들이 야외활동을 하며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친일 했는데 지금 이렇게 사는 것이면 문제 있는 것 아니냐고 해서 수긍함”, “독립운동가한테 막걸리를 퍼다 줬음 퍼다 줬지 나라는 안 팔아먹었으니까 걱정 말라고 함. 5대째 주정뱅이 집안”, “우리 아빠한테 물어봤는데 족보 산다고 돈 다 써서 그딴 거 없다 함” 등과 같은 답글이 이어졌다.
12일 소셜미디어 엑스(X) 계정에 올라온 글이다. ⓒ엑스 계정
웃고 넘길 법한 이야기 같지만, 광복절이 가까워지면서 실제로 자신의 가족사를 찾아보려는 사람들도 생겨나고 있다. 배우 하영을 둘러싼 조상 친일 논란을 계기로 ‘혹시 우리 집안에도 그런 사람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궁금증이 번지지고 있다.
“우리 할아버지 이름이 뭐였더라?”
가장 먼저 펼쳐보게 되는 것은 족보다. 부모에게 할아버지와 증조할아버지의 이름을 묻고, 본적을 확인하고, 오래된 가족사진이나 제적등본을 찾아본다. 인터넷에서는 ‘친일인명사전’을 검색해 같은 이름이 있는지도 살펴본다.
이름 하나만으로 가족의 과거를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 동명이인이 적지 않은 데다 일제강점기 당시 사용했던 이름과 해방 이후 이름이 다를 수 있고, 한자 표기가 다른 경우도 있다.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이 실제로는 전혀 다른 인물일 수도 있다.
따라서 친일 행적을 확인하려면 이름뿐 아니라 생년월일과 본적, 당시 직업과 활동 지역 등 여러 기록을 함께 대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가장 먼저 할 일은 부모나 조부모에게 가족의 이름을 묻는 것이다. 특히 증조부모·고조부모의 이름과 한자, 생년월일, 본적, 출신 지역, 당시 직업 등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좋다. 오래된 족보나 가족관계 기록, 제적등본 등에 남아 있는 정보도 단서가 될 수 있다.
친일인명사전에서 찾아본다
확인한 이름은 민족문제연구소가 편찬한 ‘친일인명사전’에서 검색해볼 수 있다.
다만 같은 이름이 나온다고 해서 곧바로 자신의 조상이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이름의 한자와 생년월일, 본적, 직업, 활동 지역 등을 함께 비교해 실제로 같은 인물인지 확인해야 한다. 반대로 사전에 이름이 없다는 사실만으로 일제강점기 행적에 문제가 없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국가기록원에서 당시 행적을 확인한다
조상의 이름을 찾았다면 국가기록원에서 일제강점기 기록을 추가로 확인할 수 있다.
당시 관공서와 경찰, 사법, 교육, 지방행정 등에서 생산된 기록 가운데 인물의 이름이나 활동이 남아 있을 수 있다. 이름이 등장했다는 사실보다 어떤 직책을 맡았고, 어떤 활동을 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신문 기사도 단서가 될 수 있다. 국립중앙도서관의 ‘대한민국 신문 아카이브’에서는 1883년부터 1960년대까지 신문 108종의 기사 약 871만 건을 검색할 수 있다.
조상의 이름과 한자, 활동 지역이나 직책 등을 함께 검색하면 일제강점기 당시 어떤 활동을 했는지 보여주는 기사를 찾을 수도 있다.
다만 당시 신문 역시 일제의 통제와 검열 아래 있었던 만큼 기사 하나만으로 친일 행적을 단정하기보다는 친일인명사전과 국가기록원 등 다른 자료를 함께 교차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독립운동 기록도 함께 찾아본다
광복절을 사흘 앞둔 12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매향여자정보고등학교 담에 수원지역 독립운동가 그라피티 아트가 그려져 있다. 이 벽화에는 독립운동가 이하영, 박선태, 김향화, 김세환, 임면수, 이선경, 차인재 선생이 그려져 있으며 인물 주변에는 '평화'라는 뜻을 가진 세계 각국의 언어가 새겨져 있다. ⓒ연합뉴스
‘혹시 친일파가 있었을까’라는 질문의 끝에서, 뜻밖에 독립운동가의 이름을 발견할 수도 있다. 국가보훈부의 독립유공자 공훈록 등을 통해 독립운동을 한 조상이 있었는지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름과 한자, 본적, 생년월일, 이명 등을 바탕으로 독립운동 관련 기록을 찾아볼 수 있다. 가족에게 전해 내려오는 ‘독립운동을 했다더라’는 이야기가 있다면 구체적인 기록으로 확인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독일은 '나치당' 당원 명부를 열람할 수 있다
독일에서도 자신의 조상이 나치 정권 아래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 확인하는 가족사 연구가 가능하다. 독일연방기록보관소에는 나치당(NSDAP)의 중앙·지역 당원 카드가 보관돼 있으며, 특정 인물에 대해서는 이름과 생년월일, 출생지 등의 정보를 바탕으로 기록 조회를 신청할 수 있다. 독일연방기록보관소 역시 ‘사람과 조상에 대한 조사’라는 별도의 안내를 두고 가족사 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이런 기록을 일반인도 보다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독일 시사 주간지 디 차이트(Die Zeit)는 올해 4월2일 NSDAP 당원 기록을 검색할 수 있는 온라인 데이터베이스를 공개했다. 이름과 함께 출생지 등 개인정보를 대조해 특정 인물의 당원 기록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검색 결과를 곧바로 해당 인물의 정치적 신념이나 구체적인 행적과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 NSDAP 가입에는 이념적 신념뿐 아니라 기회주의나 사회적 압력 등 다양한 동기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반대로 검색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나치 정권과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당원 기록이 완전하게 보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디 차이트에 따르면 중앙 당원 기록의 약 44%, 지역 당원 기록의 약 77%가 남아 있으며, 두 자료를 종합하면 당시 NSDAP 가입자의 약 90%를 현존 기록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