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은 성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임상 연구에 따르면 수백만 명의 어린이가 불안 증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최근 분석에서는 전 세계 아동·청소년의 최대 20.5%가 불안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매사추세츠종합병원 클레이 아동·청소년 정신건강센터 부소장인 카디자 부스 왓킨스 박사는 "아이들은 불안을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드러내기 때문에 원인을 정확히 알아내기 어려울 때가 있다"며 "어떤 유형의 불안을 겪는지, 나이와 언어 능력은 어느 정도인지 등 여러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어떤 아이는 복통이나 두통, 빠른 심장박동과 같은 신체 증상을 보인다. 평소보다 자주 떼를 쓰거나 부모에게 매달리는 등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아이도 있다. 반대로 말수가 줄고 또래와 어울리거나 활동에 참여하기를 멈추는 경우도 있다.
부모에게 아이의 불안을 키우려는 의도가 전혀 없더라도 평소 무심코 하는 말과 행동이 아이를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 전문가들이 아이의 불안을 키울 수 있는 8가지 양육 방식을 짚었다.
1. 아이가 불편한 상황을 피하도록 돕는다
부모 교육 전문가 로라 린 나이트는 "불안은 몸에 불편한 감각을 일으키기 때문에 불안을 느끼는 아이는 대부분 회피 행동을 보이게 된다"며 "처음에는 사소한 일을 피하는 데서 시작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회피하는 대상이 점점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가령 부모와 떨어져 학교에 가는 것을 불안해하는 아이에게는 그 감정이 통학버스에 대한 두려움으로 나타날 수 있다.
나이트는 "아이는 엄마나 아빠가 학교에 데려다주면 헤어지는 불안이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차를 타고 학교에 도착한 뒤에도 불안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곧 알게 된다"며 "그러면 불안을 줄이기 위해 부모에게 교실 문 앞까지 함께 가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회피는 불안을 더욱 키우고 아이의 자신감까지 무너뜨릴 수 있다.
나이트는 "부모는 아이가 두려워하는 일을 피하도록 도우면서 자신도 모르게 불안의 악순환을 이어간다"며 "대부분 일부러 그러는 것은 아니다. 다만 아이가 불안을 느껴 크게 소리치거나 말과 행동을 완전히 닫아버리면 부모는 그런 힘든 반응을 피하고 싶어 결국 불안을 일으키는 상황까지 피하도록 돕게 된다"고 말했다.
부모는 아이가 상황을 피하게 해주는 대신 두려움과 마주할 수 있도록 회복력을 길러주고, 언제든 자신을 지지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줘야 한다.
부스 왓킨스는 "아이의 회피에 동참하거나 불안을 줄여주기 위해 부모가 행동을 바꾸면 아이는 건강한 대처 능력을 기르기 어렵다"며 "아이의 불안에 지나치게 맞춰주면서 오히려 불안을 키우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목표는 모든 불편과 괴로움을 없애주는 것이 아니다"며 "아이의 감정을 공감하고 인정하며 지지하는 동시에, 한 걸음 내디딜 수 있도록 부드럽게 이끌고 충분히 격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 부모가 자기의 불안을 돌볼 줄 모른다
부스 왓킨스는 "아이들은 양육자인 부모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상당히 민감하게 알아차린다"며 "부모의 말뿐만 아니라 몸짓도 세심하게 살핀다"고 말했다.
이어 "부모도 불안을 겪고 있다면 자신의 스트레스와 괴로움을 의식적으로 관리하고 건강한 대처 방법을 보여줘야 한다"며 "이는 아이가 자신의 불안을 다루도록 돕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비행기에서 다른 사람을 돕기 전에 자신의 산소마스크부터 써야 하는 것처럼, 아이의 불안을 도우려면 부모가 자신의 불안부터 살펴야 한다.
부스 왓킨스는 "부모의 불안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채 아이에게 지나치게 노출되면 아이에게 두려워하는 법을 가르칠 수 있다"며 "부모가 두려워한다는 이유만으로 특정 상황을 무서워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자신도 모르게 전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물론 완벽해져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부모가 불안한 감정 자체를 억누를 필요도 없다. 오히려 이를 아이의 나이에 맞는 방식으로 자신이 겪는 감정을 나누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
그는 "아이에게 부모의 불안에 관해 이야기해도 괜찮다"며 "아이도 불안을 겪고 있다면 자신만 그런 것이 아니며 부모가 그 마음을 이해한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엇보다 아이에게 혼자 조용히 고통을 견디지 않아도 되며 부모가 도와줄 것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고 덧붙였다.
가족에게 불안을 유발하는 상황이 생기면 부모부터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는 모습을 보여주자. 불안을 다스리기 위해 심호흡하거나 특정 활동을 한다고 아이에게 설명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미국 보스턴아동병원 임상심리학자 케니샤 싱클레어-맥브라이드는 "불안은 삶의 자연스러운 일부이며 누구에게나 이를 다루는 방법이 필요하다"며 "부모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 가운데 하나는 아이가 자신에게 맞는 대처 방법을 찾도록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3. 감정에 관한 대화를 피한다
감정을 이야기하는 일은 불편할 수 있다. 특히 힘든 감정을 마주했을 때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부모는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말할 수 있도록 대화를 이끌어야 한다.
소아심리학자이자 부모 교육 전문가인 앤 루이스 록하트는 "아이가 걱정하거나 불안해하고 긴장할 수 있는 여지를 허용하라"고 조언했다.
이어 "아이는 자신이 무엇을 느끼는지, 그 감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할 수 있다"며 "부모가 관찰한 모습을 토대로 감정에 이름을 붙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물에 들어가는 게 정말 불편한 것 같구나", "교실 안에 들어가는 게 무서워서 계속 왔다 갔다 하는구나", "엄마가 없는 파티에 가려니 긴장되는구나"라고 말할 수 있다.
다음 단계는 "알겠어. 그럴 수 있어. 어떤 사람은 시간이 조금 필요하고, 어떤 사람은 무서워도 곧바로 해보기도 해"라는 식으로 아이의 감정을 인정하는 것이다.
이후에는 해결 방법을 함께 생각해보자. 부모가 아이 대신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지지하고 격려하기 위해 곁에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해야 한다.
위스콘신대학교 매디슨 캠퍼스 인간발달·가족학과 조교수인 앨빈 토머스는 부모가 자신의 감정을 아이에게 이야기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부모가 평소와 다르게 행동하는 이유를 모르면 아이는 불안을 바탕으로 그 이유를 스스로 상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토머스는 "예를 들어 아이에게 '아빠가 조금 슬프거나 답답해하고 있다'고 말해도 괜찮다"며 "이는 아이의 감정 어휘를 넓혀주고, 감정을 말로 풀어내는 방법을 가르치며 부모가 직접 본보기를 보여주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 다음 아이의 나이에 맞게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며 "'아빠가 어떤 일을 정말 기대했는데 그렇게 되지 않아서 속상한 거야'라고 말하는 식"이라고 덧붙였다.
부모는 명상이나 심호흡, 잠시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는 즐거운 활동 등 힘든 감정을 다루기 위해 자신이 사용하는 방법도 아이에게 알려줄 수 있다.
부모가 힘든 감정을 다스리기 위해 사용하는 명상과 같은 대처 방법을 아이와 공유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4. 지나치게 조심시킨다
임상심리학자이자 작가인 제니 입은 "부모가 지나치게 조심스러울 때 아이의 불안을 자극하는 경우가 많다"며 "아이에게 계속 조심하라고 말하는 것은 위험을 끊임없이 경고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조심해, 넘어질 거야"와 같은 말은 아이를 주저하게 만든다. 아이의 성향에 따라 가끔은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계속 반복할 필요는 없다. 자신이 아이에게 얼마나 자주 경고하는지 살펴보고, 어떤 행동이 왜 위험한지 이해시키는 데 집중해야 한다.
입은 "예를 들어 탁자에서 뛰어내리면 안 되는 첫 번째 이유는 탁자가 뛰어내리는 곳도, 놀이터도 아니기 때문"이라며 "두 번째로 바닥은 매우 딱딱하기 때문에 다치면 큰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응급실에 가야 할 수도 있다고 설명하라"고 말했다.
이처럼 이유를 설명하면 부모와 아이가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갈 수 있고, 아이도 걱정되는 일이 있을 때 부모에게 이야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부모 교육기관 페어런트랩의 크리스틴 기어링 교육책임자는 "'담배를 피우면 암에 걸리고 얼굴이 망가진 뒤 죽게 될 거야' 또는 '담배를 피우기 시작하면 평생 외출 금지야'와 같이 공포를 주는 말은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
대신 "'흡연은 여러 건강 문제와 관련이 있어. 할머니도 흡연과 관련된 암으로 돌아가셨잖아. 나는 널 사랑하고 네가 건강하기를 바라. 그러니 담배를 시작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궁금한 것이 있다면 언제든 더 이야기해도 돼'와 같이 교육적이고 논리적으로 설명하라"고 조언했다.
이유를 설명하면 아이는 여러 문제를 이해하고 스스로 현명한 판단을 내릴 자신감을 키울 수 있다. 세상의 온갖 위험을 쉴 새 없이 늘어놓는 것보다 아이가 스스로 해결책을 찾고 어려움에 맞설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편이 훨씬 중요하다.
5. 노력보다 결과를 칭찬한다
싱클레어-맥브라이드는 "많은 환자가 거의 모든 일에서 최고가 되지 못하면 부모를 실망시킬 것이라는 불안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가 잘하는 부분을 칭찬하고 인정해주는 것은 분명 필요하지만 노력도 칭찬해야 한다"며 "어떤 결과를 내더라도 아이가 좋은 사람이며 사랑받고 있고 부모에게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아이에게 품은 기대가 현실적인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부모 자신의 생각과 욕심을 깊이 들여다봐야 할 수도 있다.
싱클레어-맥브라이드는 "1등 팀과 꼴찌 팀 모두에는 훌륭하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있다"며 "가장 가고 싶었던 대학의 조기전형에서 합격 여부가 보류된 고등학교 졸업반 학생도 충분히 자랑스러워할 만하며 멋진 대학 생활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러 연구에서도 결과보다 노력에 집중하는 방식의 장점이 확인됐다. 이는 해로운 압박감을 크게 줄이고, 모든 일에서 뛰어나지 않더라도 자신이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아이가 깨닫게 한다.
기어링은 "'어젯밤 공부하는 모습을 봤어. 그 과제를 정말 열심히 하고 있구나' 또는 '무슨 일이 있어도 매일 밤 꾸준히 연습하고 있구나'와 같이 아이가 쏟은 노력을 칭찬하기 시작하라"고 조언했다.
이어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무조건적 수용'도 중요하다"며 "당장은 특정 행동이나 결정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한 사람으로서 아이를 여전히 사랑하고 받아들인다는 사실을 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아이에게 안정감을 높여주고 불안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6. 유도 질문을 쏟아낸다
싱클레어-맥브라이드는 "유도 질문을 지나치게 많이 하면 아이가 불안해질 수 있다"며 "'친한 친구가 캠프에 아무도 가지 않아서 불안하니?'라고 물으면 아이가 당연히 불안해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를 불안하게 할 만한 일을 부모가 생각나는 대로 쏟아내고 싶은 충동을 참아야 한다. 이런 말은 부정적 감정을 악화하거나 아이가 미처 생각하지도 않았던 새로운 걱정을 만들어낼 수 있다.
싱클레어-맥브라이드는 앞선 사례에서 "'7월 첫 주 캠프에는 혼자 가게 됐잖아. 그 시간을 더 즐겁게 보내려면 너나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고 물어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어 "다른 참가자에게 자신을 소개하는 상황을 아이와 역할극으로 연습하거나 캠프에서 하게 될 재미있는 활동을 떠올려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알고 보면 아이보다 부모가 더 불안해하고 있을 수도 있다"며 "이러한 방식은 부모가 느끼는 감정을 아이에게 주입하는 대신 해결책에 집중하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7. 권위주의적 방식으로 양육한다
아동심리학자들은 아이의 성장과 대인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부모의 양육 방식을 '방임형', '권위주의형', '민주적 양육형', '허용형' 네 가지로 구분한다.
록하트는 "권위주의적 양육 방식은 아이의 불안을 유발하는 경향이 있다"며 "가정에 엄격한 규칙이 지나치게 많을 때 이런 일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어 "부모는 잘못된 행동을 바로잡기 위해 소리를 지르거나 체벌하고 외출을 금지하는 방법을 주로 사용하며, 부모와 아이 사이에는 따뜻함이나 유대감이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권위주의적 부모 밑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실수했을 때 부모가 과도하게 반응하고 지나치게 교정하려 하기 때문에 실수해도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지 못한다. 모든 일을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는 불안도 커진다.
록하트는 "이런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은 부모를 기쁘게 하고 벌을 피하며 '착한 아이'라는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완벽주의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8. 서로 모순되는 메시지를 보낸다
부모는 아이 앞에서 하는 말과 행동을 통해 생각을 전달한다. 아이에게 불확실성과 불안을 키울 수 있는 모순된 메시지를 보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입은 "아이에게 '어린 시절을 마음껏 즐겼으면 좋겠어'라고 말한 뒤 곧바로 'SAT(미국 대학입학능력시험평가) 공부는 했니? 그게 정말 중요해. 마감이 다가오고 있으니 당장 공부해야 해. 이번이 마지막 기회야'라고 말하는 부모들을 자주 본다"고 설명했다.
부모는 자신이 한 말에 책임을 지고 처음 전달하려던 뜻을 지켜야 한다. 하루 종일 공부만 하거나 하루 종일 어린 시절을 즐기는 식으로 둘 가운데 하나만 택할 필요는 없다.
입은 "'SAT가 다가오고 있으니 지금은 우선순위에 둬야 해. 시간을 잘 배분하고 무엇에 집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지 정해보면 좋겠어'라고 말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어 "이러한 말은 아이의 시간이 소중하고, 관심을 기울여야 할 중요한 우선순위가 있다는 사실을 전달한다"며 "아이가 '부모가 원하니까 이것저것 해야 한다'고 느끼지 않으면서 자기 삶을 주도할 힘을 길러준다"고 설명했다.
* 허프포스트코리아는 미국 허프포스트와 제휴를 통해 기사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번역·정리 강서원 허프포스트코리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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