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경보제약은 매출액 2641억 원, 영업이익 35억 원, 당기순이익 2억 원의 실적을 냈다. 2024년에 견줘 매출액은 10.7% 늘었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66.34%, 97.1% 줄었다. 특히 영업이익률이 전년 4.38%에서 1.33%로 크게 낮아졌다.
매출 상승 흐름은 회사의 본업이라고 할 수 있는 원료의약품보다는 완제의약품이 주도하고 있다. 완제의약품 부문 핵심 제품으로는 비마약성 진통제 ‘맥시제식’, 제2형 당뇨병 치료제 ‘빌다’, 고지혈증 치료제 ‘로수에지정’, 항생제 ‘세프포독심 프록세틸정’ 등이 있다.
하지만 매출 증가가 수익성 증대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이는 최근 이어진 생산시설 투자와 연구개발(R&D) 확대 영향으로 비용 부담이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경보제약은 원료의약품 개발생산(CMO) 중심 기업에서 글로벌 항체약물접합체(ADC)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 아래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2024년 8월부터 2026년 12월까지 960억 원을 들여 충남 아산에 구축하고 있는 신규 생산공장(아산 ADC GMP 생산공장)이 핵심이다.
아산 ADC 생산공장은 전임상용 연구부터 임상시험용 시료, 상업용 원료, 완제품 생산 역량까지 보유한 ADC CDMO 전문시설이다. 2027년 하반기 가동이 목표다.
경보제약의 R&D 비용도 확대 추세다. 매출액 중 연구개발비 비중은 2023년 6.74%에서 2025년 8.24%로 높아졌고, 2026년 1분기에는 10.1%에 이르렀다.
업계와 증권가에서는 경보제약의 수익성 악화를 두고 장기적인 성장을 위한 불가피한 성장통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장한 종근당 회장 ⓒ 그래픽 허프포스트코리아
◆ ADC CDMO 투자 성과가 관건
문제는 투자의 성과가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시점이 지연되고 수익성 악화 흐름이 장기화되는 경우다. 이 경우 이장한 회장의 승계 플랜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이장한 회장은 종근당홀딩스 지분 33.73%를 들고 있다. 반면 세 자녀인 이주원 종근당 개발전략센터장 상무와 이주경 텔라이프 이사, 이주아씨의 지분율은 각각 2.89%, 2.55%, 2.59%에 그친다. 이 회장의 나이(1952년생)를 고려할 때 승계에 속도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이 회장과 부인 정재정씨는 보유하고 있던 경보제약 주식 전량을 2025년 9월 세 자녀에게 증여했다. 이 회장은 보통주 47만9363주(2.01%), 정씨는 47만8140주(2.00%)를 모두 나눠줬다. 이에 따라 이 상무와 이 이사, 이씨의 지분율은 각각 4.72%에서 6.21%로, 4.36%에서 5.62%로, 4.01%에서 5.26%로 올랐다.
장남인 이 상무와 장녀인 이 이사, 차녀인 이씨는 경보제약 상장 전인 2014년 처음으로 경보제약 주식을 양수해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렸다. 2015년 상장 직후 세 사람은 각각 3.09%씩을 보유했다. 이 회장 부부는 2023년부터 단계적으로 자신들의 지분을 증여했다. 2025년 증여로 지분 이전 작업을 마무리하게 됐다.
업계에서는 이 회장이 경보제약 지분을 매개로 세 자녀의 그룹 지배력을 강화할 가능성을 지속해서 제기해 왔다. 종근당홀딩스 아래 상장 계열사 3곳(종근당·종근당바이오·경보제약) 중 주가가 상대적으로 낮게 형성돼 지분 이전이 수월하고, 매출 연 5천억 원 미만의 중소·중견기업이어서 최대주주 할증 20%가 붙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이 경보제약 지분을 현물출자해 종근당홀딩스 신주와 교환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점쳐진다. 또는 경보제약 지분을 시장에 매각하거나 담보대출을 받아 종근당홀딩스 주식 매입 자금을 확보하는 방법도 있다.
앞서 오너일가는 2016년에도 종근당바이오 주식을 종근당홀딩스에 현물출자하고 종근당홀딩스 신주를 교부받은 바 있다. 2017년에는 경보제약 주식을 종근당홀딩스 자사주와 맞교환하기도 했다.
하지만 경보제약의 이익 창출이 부진한 경우 이 같은 전략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배당 여력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기업가치 하락으로 종근당홀딩스 주식 교환 시나리오에서 교환비율에 악영향을 미치고, 지분 매각이나 담보대출로 마련할 수 있는 자금 규모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 경보제약의 수익성 악화는 회사의 미래를 위한 투자 과정에서 겪는 과도기적 성장통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승계 플랜에 차질을 초래할 정도는 아니고, 일정이 지연되는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결국 ADC CDMO 투자의 실질적인 성과를 통해 경보제약의 기업가치를 높이는 시점을 얼마나 앞당길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서는 경보제약의 주가에 ADC CDMO의 프리미엄이 아직 반영되지 않았다고 본다. 한국IR협의회가 3월 내놓은 경보제약 분석 보고서는 “본업인 API 사업의 안정성과 기존 사업가치를 중심으로 주가가 형성돼 있다”면서 “ADC CDMO 사업의 가시성이 높아질 경우 단순 API 업체가 아닌 고부가가치 CDMO 기업으로 재평가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언급했다.
한편 이 회장 부부가 더 이상 경보제약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 경보제약 기업가치 제고에 긍정적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증여세를 피하기 위한 주가 누르기 유인이 사라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