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근 SK텔레콤 AI CIC장 겸 SK하이퍼 대표이사가 그룹 계열사의 반도체·발전·건설·통신 자산을 하나로 묶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국내에 대규모 AI 연산 거점을 세워 글로벌 빅테크 물량을 끌어오겠다는 것이다.
정석근 SK텔레콤 AI CIC장 겸 SK하이퍼 대표이사가 그룹 계열사의 반도체·발전·건설·통신 자산을 하나로 묶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사진은 인터뷰를 진행하는 정 대표의 모습. ⓒSK텔레콤
정 대표는 8월12일 공개된 SK텔레콤 뉴스룸 인터뷰에서 AI 산업의 승부가 모델 기술에서 인프라 확보로 넘어갔다고 진단했다.
네이버클로바 CIC 대표를 지낸 뒤 2023년 SK텔레콤에 합류한 정 대표는 AI CIC장으로 회사의 AI 데이터센터 사업을 이끌어 왔다. 올해 7월 SK하이퍼 초대 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 그룹 AI 데이터센터 통합추진단장까지 겸하게 됐다.
정 대표는 "좋은 AI 모델은 좋은 알고리즘과 좋은 데이터가 있을 때 탄생한다"며 "이 두 가지는 빠르게 상향 평준화되고 있다. 결국 핵심은 누가 더 많은 인프라를 가지고 있느냐"라고 말했다.
그는 기존 데이터센터와 AI 데이터센터의 차이도 설명했다. 정 대표는 "기존 데이터센터가 주로 CPU와 스토리지를 넣었다면, AI 데이터센터는 여기에 엄청난 수의 GPU가 추가된다"며 "GPU 하나가 소비하는 전력이 매우 크고, 여러 개를 한곳에 모을수록 AI 성능이 기하급수적으로 좋아진다. 그래서 가능한 한 많은 자원을 한 군데 몰아두는 것이 AI 데이터센터의 핵심 차이점"이라고 했다.
SK텔레콤은 지난 7월 AI 데이터센터 사업개발을 맡을 신설 법인 SK하이퍼를 세우고 2030년까지 7500억 원을 출자하기로 했다. 정 대표는 SK텔레콤 AI CIC장, SK하이퍼 대표이사, 그룹 AI DC 통합추진단장을 동시에 맡고 있다.
별도 법인을 만든 배경으로는 사업의 물리적 규모를 들었다.
정 대표는 "1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설립에 드는 비용은 수십조 원이 들어가는 천문학적인 규모"라며 "이를 감당하려면 고객을 유치하는 역량, 대규모 부지 확보 및 건설 역량, GPU 클러스터를 운영하는 역량, 막대한 자금을 조달하는 역량이 모두 필요하다. SK하이퍼는 그 실행력을 높이기 위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그는 목표치를 두고 제기되는 의문에 대해 "생소한 숫자일 뿐, 허황된 숫자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경쟁력의 원천으로는 그룹사 포트폴리오를 지목했다. 정 대표는 "SK그룹 안에는 발전소를 운영하는 회사, 건설 회사, 반도체 회사, 그리고 컴퓨팅·네트워크·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회사 등 AI 데이터센터를 위한 모든 멤버사가 존재한다"며 "이런 역량들이 최적화된다면 훨씬 강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했다.
수급 불균형 자체가 기회라는 인식도 내비쳤다. 그는 "현재 AI 데이터센터 산업을 살펴보면 수요의 증가 속도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SK그룹의 계획대로 안정적으로 AI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고, AI 컴퓨팅을 공급할 수 있다면 그 자체가 매우 강력한 의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러 계열 역량 가운데 정 대표가 가장 무게를 둔 것은 메모리다. 그는 "메모리는 AI 인프라 영역에서 구조적 차별성을 만드는 핵심"이라며 "AI 데이터센터를 만드는 가장 큰 이유가 '추론' 때문인데 가장 큰 병목은 메모리의 절대적인 양에서 갈린다"고 설명했다.
그는 AI 데이터센터 사업의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봤다. 정 대표는 "글로벌 빅테크들과 AI 데이터센터 관련 다양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앞으로 2~3년이 골든타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SK그룹은 지난 6월 '대한민국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2029년부터 5GW 규모 AI 데이터센터를 단계적으로 가동하고 2035년까지 총 15GW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SK하이퍼는 이 계획에 필요한 부지 확보와 변전소 구축·운영, 고객 유치 및 사업화를 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