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주자들이 8·17 전당대회를 앞두고 열린 마지막 TV토론회에서 유례없는 날선 공방을 벌였다. 특히 김민석 후보는 국무총리 경험을, 정청래 후보는 당대표 경험을 앞세워 상대가 갖추지 못한 이력을 파고들며 당대표 자질을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오른쪽)가 본인의 주도권 토론 시간에 정청래 후보에게 질문하고 있다. ⓒSBS 뉴스 공식 유튜브 채널
김 후보는 12일 SBS에서 열린 '송영길·정청래·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자 토론회'에서 "4대 기업과 메가프로젝트를 진행하려면 4대 기업 오너와 같은 경제인들과 토론을 해봤어야 한다"며 정 후보를 향해 "토론해봤느냐"고 물었다. 앞선 10일 KBC광주방송 토론회에서 던졌던 질문을 재차 꺼낸 것이다.
김 후보는 "(직전 토론에서) 말씀드렸던 리플렉션AI(미국의 인공지능 모델 개발 기업)가 한국의 어느 기업과 합작했는지 지금은 알고 있느냐"고도 다시 물었다.
정 후보는 30초 안에 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하고 있다며 불쾌감을 드러낸 뒤 자신의 당대표 경험을 들어 반박했다.
정 후보는 "당대표를 안 하셔서 모를 것 같은데 중소기업이나 대기업 회장들과 실제로 상공회의소에서 정책간담회를 많이 한다"며 "당대표를 해보셨더라면 이런 질문은 안 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후보는) 대기업 총수들과 자주 만나셔서 좋으신가 본데 저는 공개적으로든 비공개적으로든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을 그렇게 자랑하지 않는다"고 했다. 김 후보가 대기업 총수와의 만남을 경륜의 근거로 내세우는 점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김 후보는 자신의 질문이 유명 인사와의 만남을 자랑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당대표에게 필요한 경제적 경륜을 따져보기 위한 것이라는 취지로 반박했다.
'그러면서 정 후보를 향해 "(4대 기업 총수와 30분 이상 토론을) 안 해본 것이 명확해 보이기 때문에 여쭤본 것"이라고 말했다.
정 후보도 자신의 주도권 토론 시간이 되자 11개월간 당대표를 지낸 경험을 가장 먼저 꺼내 들었다.
정 후보는 "그동안 국회에서 통과된 법이 1천 개가 넘는다. 그 법에 대해서 원내대표와 당대표가 최종 책임을 지고 다 검토한다"며 "거기에 민생 법안, 경제 법안, 상법 등 많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법사위원장을 할 때도 다른 상임위 법안을 하루 전에 다 검토한다. 민감한 경제 정책도 법사위를 거치기도 한다"며 "법사위원장도 했고 당대표도 했기 때문에 김 후보가 이야기하는 대로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공방은 상대의 말투와 태도에 대한 지적으로까지 번졌다. 정 후보는 김 후보가 자신에게 사용한 '치하'라는 표현을 문제 삼으며 시종일관 자신을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 후보는 "저한테 '치하한다'고 말했는데 치하는 윗사람이 아랫사람한테 말하는 것"이라며 "그렇게 사람을 무시하고 윗사람이 아랫사람 대하듯 하는 태도는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 후보에게 이 같은 표현을 주의해달라고 요구했다.
김 후보도 물러서지 않았다. 정 후보의 주도권 토론 시간에 답변 기회를 얻은 김 후보는 "정청래 후보가 치하에 대해서 말씀하신 것은 일본식 사전을 읽은 것"이라며 "한국어 사전에서 치하는 동등한 관계에서도 쓰인다"고 재반박했다.
한편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은 '치하'를 '남이 한 일에 대하여 고마움이나 칭찬의 뜻을 표시함. 주로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한다'는 뜻으로 설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