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미국 출장 이후 무너질 것이라는 전망도, 6월 지방선거 이후 책임론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도 빗나갔다. 당 안팎의 잇따른 흔들기에도 장 대표는 전임 한동훈 전 대표의 147일과 전전임 김기현 전 대표의 281일을 훌쩍 넘어 당대표 취임 352일째를 맞았다.
비당권파와 소장파의 입지가 좁아지고 지도부 내 이탈 움직임도 수그러들면서 최고위원회 역시 장 대표가 주도권을 쥔 모습이다. 여기에 장 대표가 취임 1주년 쇄신안과 조직강화특별위원회(조강특위)를 통해 '싸우는 인물' 중심의 조직 정비를 예고하면서 '친장 체제' 굳히기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12일 정치권의 움직임을 종합하면 국민의힘 내부의 무게중심은 점차 '장동혁 체제 유지'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날 장 대표 퇴진을 요구하는 일부 책임당원들은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원·시민 2만7000여 명의 연판장을 공개하며 장 대표 거취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요구했다. 그러나 이들이 당 소속 3선 이상 중진 33명에게 연판장을 이메일로 전달했지만 공식 답변을 보내온 의원은 한 명도 없었다. 장 대표 팬카페에서도 11일 오전까지 3만6000여 명이 참여한 장 대표 지지 서명이 나오며 맞불을 놨다.
지도부 역시 퇴진 요구에 선을 긋고 있다. 박충권 수석대변인은 전날 비당권파 책임당원들의 움직임을 두고 "대응할 가치조차 없다", "안쓰럽다"고 일축했다. 장 대표 퇴진 요구를 당내 주류 여론이 아닌 소수 의견으로 규정한 셈이다.
장 대표는 퇴진 요구에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조직 정비 의지를 분명히 했다.
장 대표는 이날 매일신문 유튜브 '이동재의 뉴스캐비닛'에 출연해 "그동안 싸우지 않았던 분들을 그대로 두면 싸울 수 없는 정당이 된다"며 "당원들이 함께 싸울 수 있는 당협위원장을 임명하겠다"고 밝혔다. 대여 투쟁에 소극적이거나 공천에만 관심을 보여온 당협위원장들을 교체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당내 비당권파를 중심으로는 이번 조강특위가 조직 개편을 통해 '친장 체제'를 구축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경계심도 나온다.
장 대표가 그동안 부정선거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며 재선거까지 주장해왔고 친윤 세력과도 거리를 두지 않는 노선을 이어온 만큼, 이번 조직 정비가 자신과 뜻을 같이하는 인사들을 전면에 배치하는 이른바 '친장 물갈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반대로 26일 발표될 쇄신안에서 장 대표가 예상 밖의 변화를 꾀할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레 나온다. 기존의 강성 지지층을 품은 채 보수 전체를 아우르는 대표로 외연 확장에 나설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왼쪽 네 번째)가 7월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올공 청년들은 말한다: 청년이 말하는 공정과 책임, 그리고 대한민국의 미래' 간담회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를 위해 2030 청년층을 겨냥한 메시지가 쇄신안에 담길 가능성이 거론된다. 장 대표는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올공 청년들은 말한다' 간담회에 참석하는 등 최근 청년층과의 접점을 꾸준히 넓혀왔다.
쇄신안의 수위와 별개로 현재로서는 장동혁 체제가 당장 흔들릴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비당권파의 퇴진 요구가 중진층까지 확산되지 못한 데다 지도부 내부에서도 집단 사퇴 등 체제를 흔들 만한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당내에서는 지방선거 직후부터 신 최고위원과 김 최고위원의 거취가 장동혁 지도부의 존속 여부를 가를 핵심 변수로 꼽혀왔다. 현재로서는 두 사람이 사퇴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정치권에서 정세 변화에 민감하고 정치적 셈법이 빠른 인물로 평가받는 김재원 최고위원은 현재까지 장 대표와 거리를 두지 않은 채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신동욱 최고위원의 셈법은 더욱 복잡하다. 내년 4월 강릉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예정돼 있고 서울시장 보궐선거 가능성도 커진 상황에서, 후보 공천 시점까지 장 대표가 당권을 유지한다면 공천권에 장 대표의 입김이 절대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향후 출마를 고려한다면 신 최고위원이 현시점에서 장 대표와 굳이 각을 세울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물론 장 대표에게 위험 요소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14일 이례적으로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부동산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 역시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부산시당 주최 토론회에 참석하는 등 당과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그럼에도 만약 지금의 구도가 유지된다면 장 대표가 내년 8월 연임에 도전해 2028년 총선까지 당내 영향력을 이어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취임 후 여러 차례 고비를 넘겨온 장 대표에게 26일 쇄신안은 단순한 1주년 기념 인사를 넘어 '간신히 버티던 대표'에서 '당을 완전히 장악한 대표'로 변신할 수 있을지를 가르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