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의 2분기 실적은 사업 재편의 방향이 숫자로 확인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비비고 중심의 글로벌 식품 사업은 성장세를 이어갔고, 바이오 사업은 수익성 회복 국면에 들어섰다.
CJ제일제당이 추진해 온 '글로벌 K푸드'와 '고부가 바이오' 전략이 실적에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CJ제일제당은 2분기 영업이익이 감소했지만 해외 식품 매출 확대와 스페셜티 아미노산·핵산·TnR 등 고부가 제품 성장에 힘입어 사업 재편 방향성을 확인했다. ⓒCJ제일제당
11일 CJ제일제당의 2분기 실적을 종합하면 사업재편의 방향이 숫자로 가시화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최근 회사를 라이프스타일식품·기술소재·핵심소재 체계로 재편한 뒤 비비고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K푸드 사업과 고부가 바이오 소재 사업을 양대 성장 축으로 육성하고 있다. 이번 실적은 그 전략이 실제 숫자로 나타나기 시작한 첫 성적표에 가깝다.
영업이익 감소는 원가 부담 확대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2분기 연결 영업이익은 2576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5% 감소했다. 쌀 가격 지수가 지난해보다 20% 이상 상승한 데다 돈육과 포장재 가격, 글로벌 물류비 부담까지 겹치면서 식품사업 영업이익도 709억 원으로 21.3%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CJ제일제당이 키우고 있는 두 성장 축에서는 뚜렷한 성장세가 확인됐다. 식품사업 매출은 2조8441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8% 증가했고, 이 가운데서도 해외 식품 매출은 1조5072억 원으로 국내 매출 증가율을 크게 웃돌았다. 바이오사업 매출은 1조3509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8% 늘었고 영업이익은 910억 원으로 직전 분기인 1분기보다 16배 이상 증가했다.
식품 사업에서는 비비고가 특정 제품의 성공을 넘어 브랜드 확장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미국에서는 만두와 햇반 매출이 각각 31%, 49% 증가했고 유럽과 아시아태평양(APAC) 지역에서도 만두·치킨·김 등이 고르게 성장했다. 만두 중심이던 해외 사업이 햇반·치킨·김 등 글로벌전략제품(GSP)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 비비고의 외연도 한식을 넘어 스낵과 간식 영역으로 넓어지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최근 비비고 김을 활용한 '김 나초'와 '김 팝콘'의 미국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에서 브랜드 IP(지적재산권) 활용 제품으로 반응을 검증한 뒤 해외로 확장하는 방식으로, 비비고를 특정 제품 브랜드가 아닌 글로벌 브랜드 플랫폼으로 키우겠다는 전략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이러한 브랜드 확장은 AI(인공지능)를 기반으로 더욱 체계화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푸드 AI 360(Food AI 360)'을 활용해 트렌드 분석부터 제품 기획, 소비자 반응 예측까지 상품 개발 전 과정에 적용하고 있다. 올해 미국에도 도입해 현지 소비자 데이터를 제품 개발과 마케팅에 반영하고 있으며, '말차 햇반'과 '비비고 연어 스테이크' 등이 대표 사례다.
바이오 사업에서는 범용 아미노산보다 스페셜티 소재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 감지된다. 과거 바이오 사업이 라이신·트립토판 등 범용 아미노산 시황에 실적이 크게 좌우됐다면, 최근에는 알지닌·이소류신 같은 스페셜티 아미노산과 핵산, TnR(TasteNrich) 등 고부가 제품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실제 이번 분기에도 메치오닌 가격 상승 효과와 함께 고부가 제품군의 판매 확대가 수익성 개선에 기여했다. 단순히 업황 반등의 수혜를 받은 것이 아니라 범용 제품 중심 구조에서 기술 기반 소재 중심 구조로 무게가 이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CJ제일제당은 단순 원료 판매를 넘어 기능성·친환경 소재 영역으로 사업 범위를 넓히고 있다. 천연 조미소재 TnR은 글로벌 식품업계의 저염·클린라벨 수요에 맞춘 솔루션 사업으로 육성하고 있으며, 최근 미국 식품기술전시회 IFT에서는 나트륨 저감과 식물성 단백질 이취 개선 등을 위한 맞춤형 솔루션을 선보였다. 생분해 플라스틱 PHA 역시 종량제봉투와 포장재, 빨대, 생활용품 등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인도 바이오플라스틱 업체와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등 상용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여기에 건강기능성 소재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CJ바이오는 최근 피부 건강 개선 효과를 입증한 포스트바이오틱스 'BiomeNrich POST SZ075' 임상 결과를 발표하는 등 이너뷰티와 웰니스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범용 소재의 생산량 경쟁에서 벗어나 기능성 영양소재와 친환경 소재, 맞춤형 솔루션 중심으로 수익원을 다변화하려는 전략이 구체화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이번 실적은 사업 재편의 성과가 완성됐다기보다 방향성이 숫자로 확인되기 시작한 단계에 가깝다. 비비고가 만두를 넘어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 잡고, 기술소재 사업이 범용 아미노산 시황에 흔들리지 않는 안정적 수익원으로 안착하기까지는 여전히 시간이 필요하다. 해외 시장 점유율 확대와 고부가 제품의 수익성 검증, 신규 소재의 상용화 확대 등이 뒤따라야 한다.
식품 부문에서는 해외 매출이 국내를 넘어섰지만 여전히 만두와 햇반이 성장의 중심에 있다. 비비고가 진정한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김·소스·레디밀·스낵 등 신규 카테고리의 존재감이 실제 매출 비중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 바이오 부문도 사정은 비슷하다. 실적 개선을 이끌고 있는 스페셜티 아미노산과 메치오닌 효과를 넘어 핵산, TnR, PHA 등 기술소재가 의미 있는 이익 기여도를 확보해야 한다. 결국 사업 재편의 성패는 새로운 성장축이 기존 주력 제품과 업황의 영향을 얼마나 덜 받는 구조를 만들어내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