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9일 태국 방콕 외곽 논타부리주 방크루아이 지구의 뎁시린 논타부리 학교 밖에서 한 여성이 총격 사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7일(현지시각), 14세 소년이 자신의 할아버지가 소유한 총을 이용해 조부모를 살해한 뒤 데브시린 논타부리 학교에서 총격을 벌였다고 보도했다. 사망자는 총격범을 포함해 9명이었고, 30명 넘게 다쳤다. 아이들이 배우고 머물며 안전을 느껴야 할 학교에서 총성이 울렸다는 사실은 더욱 큰 충격을 안겼다.
2026년 8월10일 태국 방콕 외곽 논타부리주에서 전직 국회의원 찰롱 리우랑이 논타부리주 지방행정기구 의장 통차이 옌쁘라서트를 총으로 쏜 혐의를 받는 사건 현장을 감식 경찰관들이 조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불과 사흘 뒤인 10일, 같은 논타부리주 지방정부 청사에서 또 총성이 울렸다. AP통신은 이날 71세 전직 국회의원 찰롱 리우랑이 논타부리 지방행정기구 청사에서 지방정부 최고 책임자 통차이 옌쁘라서트에게 총을 쏴 숨지게 했으며, 운전기사도 다쳤다고 보도했다. 찰롱은 경찰에 체포된 뒤 범행 사실을 인정했으며, 두 사람 사이의 금전 분쟁이 사건의 배경으로 알려졌다.
100명당 15정, “20살이면 총을 가질 수 있다”
2026년 8월10일 태국 방콕 외곽 논타부리주에서 전직 국회의원 찰롱 리우랑이 논타부리주 지방행정기구 의장 통차이 옌쁘라서트를 총으로 쏜 혐의를 받는 사건 현장을 감식 경찰관들이 조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태국은 미국처럼 민간인의 총기 소지 권리를 헌법에 명시한 나라는 아니다. 다만 일정한 요건을 충족해 허가를 받으면 민간인도 총기를 소유할 수 있다.
문제는 실제로 민간에 존재하는 총기의 규모다. 스위스 제네바의 소형무기 전문 연구기관 ‘스몰 암스 서베이(Small Arms Survey)'가 2017년을 기준으로 추산한 자료에 따르면, 태국 민간인이 보유한 총기는 약 1034만2천 정이다. 인구 100명당 15.1정으로, 계산하면 약 6.6명당 총 한 정꼴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총기의 상당수가 등록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당시 태국에서 등록된 민간 총기는 약 622만 정, 미등록 총기는 약 412만 정이었다. 전체 민간 총기의 약 40%가 미등록 상태로 추산된 셈이다. 다만 이 수치는 2026년 현재의 실시간 총기 보유량이 아니며, 2017년 기준 추정치다.
태국의 총기 규제를 규정하는 핵심 법률은 1947년 제정된 ‘총기·탄약·폭발물·불꽃 및 모조총기 관리법’이다. 이후 여러 차례 개정을 거치며 현재까지 태국의 총기 소유와 사용을 규율하고 있다. 하지만 총기 규제가 느슨하다는 지적은 꾸준히 나왔다.
가디언은 7일 태국의 총기 허가 제도에서 정신건강 검사가 의무화돼 있지 않고, 이미 총기 허가를 받은 사람에 대한 정기적인 재평가도 이뤄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총에는 총으로”
방콕 외곽 태국 논타부리주 방크루아이 지구의 뎁시린 논타부리 학교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숨진 교사들을 추모하기 위해 2026년 8월11일 학교 밖에 꽃과 희생 교사들의 사진이 놓여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총기 규제를 둘러싼 논쟁에서 흔히 나오는 말이 있다. “범죄자가 총을 가지고 있다면 나도 총이 있어야 나를 지킬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이번 사건도 그 논리가 작동하기 어려운 지점을 보여준다.
첫 번째 총격에서 총을 쏜 사람은 14세 소년이었다. 가디언에 따르면, 그가 사용한 총은 불법으로 구입한 총이 아니라 할아버지가 소유하고 있던 총이었다.
두 번째 총격에서는 71세 전직 국회의원이 총을 들고 지방정부 청사에 나타났다. AP통신에 따르면 사건의 배경에는 두 사람 사이의 금전 분쟁이 있었다.
두 사건은 다르지만, 공통점은 하나다. 가족 문제든, 학교 문제든, 돈을 둘러싼 갈등이든 총이 손에 들어오는 순간 상황은 돌이킬 수 없는 폭력으로 바뀔 수 있다.
2026년 8월10일 태국 방콕에서 교사들이 학생들의 무기를 소지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금속탐지기로 검색하고 가방을 검사하고 있다. 방콕 외곽 논타부리주 뎁시린 논타부리 학교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 이후 마련된 조치다. ⓒ로이터/연합뉴스
태국 정부는 이번 학교 총격 이후에도 규제 강화를 예고했다. 아누틴 찬위라꾼 태국 총리가 학교 총격 사건 이후 총기 규제를 강화하는 새로운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태국은 이미 2022년 농부아람푸주 어린이집 총격 사건 이후 총기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태국 매체 카오솟 잉글리시(Khaosod English)는 지난 2월 20일, 정부가 전국적으로 총기 허가 심사를 강화하고 민간인의 공공장소 총기 휴대 허가 발급을 계속 중단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공공장소에서 정당한 이유 없이 총기를 휴대하는 행위는 최대 5년의 징역형 또는 1만 바트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민간인의 공공장소 총기 휴대 허가 발급 중단은 2023년 12월20일부터 이어져 왔다. 그럼에도 총기 사건은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