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중앙선관위)의 부실 선거관리 문제를 두고 또 다시 갈라졌다. 선관위 국정조사특별위원장을 맡은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선관위의 관리 부실과 실제 선거 결과 조작은 구분해야 한다고 선을 긋자,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직무 포기"라며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지방선거 이후 내홍을 거듭해온 국민의힘이 '부정선거'를 어디까지 의심할 것인지를 두고 내부에서 격돌하는 모습이다.
국민의힘 소속 윤상현 선거관리위원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위원장이 7월30일 국회에서 열린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등 국민 참정권 침해 진상규명 및 선거관리 개혁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활동기간 연장의 건을 의결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의원은 11일 페이스북에 '선관위의 실책은 매섭게 단죄하되, 선거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과유불급은 경계해야 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국정조사 과정에서 투표자 수를 실제 기준시각보다 앞서 입력하거나 잘못 입력한 뒤 사후 수정한 사례 등이 확인된 것을 두고 "단순한 실수로 치부하기 어려운 심각한 관리 부실"이라며 "관련 규정과 절차를 제대로 지켰는지 철저히 규명하고 강력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투표자 수의 허위·오기입이나 전산 관리 부실이 있었다는 사실과 그것이 특정 후보의 득표수를 바꾸거나 선거의 당락을 뒤집기 위한 조작이었다는 주장은 전혀 다른 문제"라며 선을 그었다.
윤 의원은 "의혹을 제기하는 것과 의혹을 사실로 단정하는 것은 전혀 다르다"며 "정치가 증거보다 먼저 결론을 내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선거 결과 조작 주장을 그대로 확대하면 같은 제도를 통해 당선된 정치인들의 정당성에도 적용될 수 있다며 "오세훈 서울시장도, 우리 국회의원들도 가짜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나 의원이 곧바로 반박에 나섰다. 나 의원은 같은 날 CBS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서 윤 의원의 발언을 두고 "굉장히 어떻게 보면 예단을 넘어선 직무 포기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나 의원은 "투표수 조작 가능성까지도 다 열어놓고 검증하고 들여다봐야 한다"며 "그럴 리 없다고 차단하는 것은 국조특위 위원장으로서는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부정선거라는 말이 굉장히 오염돼 있다"면서도 "부실이 쌓이면 그것이 또 부정"이라고 주장했다.
나 의원의 입장은 선거 결과 조작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있는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맞닿아 있다.
장 대표는 6월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정조사보다 특검이 우선이고, 특검보다 재선거가 먼저"라고 주장했다. 7월15일 전남광주 서구 전남광주선관위 앞에서 열린 6·3 참정권 박탈 규탄 집회에서는 직접 "부정선거 재선거·당일 투표 수개표" 구호를 선창하기도 했다.
반면 정치적 계파는 다르지만 윤 의원의 주장은 당내 개혁·소장파가 앞서 제기해온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다. '대안과미래'는 6월11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 대표를 향해 "국민의 참정권 침해를 '부정선거 음모론'으로 오염시키지 말라"고 비판했다.
선관위의 관리 부실을 규명해야 한다는 데는 한목소리를 내면서도 이를 실제 선거 결과 조작 가능성까지 확대할지를 두고 국민의힘 내부의 간극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지방선거 패배 이후 지도부 책임론을 둘러싼 갈등에 이어 선관위 문제에서도 이견이 분출하면서 당내 내홍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 모습이다.